2017년 12월 27일 개봉한 영화 <원더>는 선천성 안면기형으로 태어나 헬멧 속에 자신을 숨기며 살아온 아이가 세상을 마주하는 용기 있는 과정을 그리며 25만 명 관객을 모았다. <토르: 라그나로크>, <저스티스 리그>, <코코> 등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쟁쟁한 대작들 사이에서 중간 규모의 예산으로 이뤄낸 흥행 성공은 여러 의미에서 뜻깊다. 무엇보다 영화는 남들과 다른 외모의 주인공을 둘러싼 상처와 화해의 예상 가능한 스토리를 펼쳐내면서도 억지로 감정을 쥐어짜거나 감동을 유발하지 않는다. 다만 “올바름과 친절함이 충돌하는 순간에는 언제나 친절함을 택하라”며 편견과 차별이 가득 찬 세상을 변화시키는 친절의 힘을 전한다.

 

어기

누구보다 위트 있고 호기심 많은 매력 부자 ‘어기’. 하지만 남들과 다른 외모 탓에 모두가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대신 얼굴을 감출 수 있는 할로윈을 더 좋아한다. 10살이 된 아이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부모는 어기를 학교에 보낼 준비를 한다. 그렇게 가족이 세상의 전부였던 어기는 처음으로 헬멧을 벗고 낯선 세상에 발을 딛는다. 자신을 피하고 경계하는 친구들의 시선에 상처받고 움츠러들기도 하지만, 씩씩하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다시 용기를 내는 어기의 모습은 그 주위를 둘러싼 인물들을 조금씩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어기의 사랑스러운 위트는 영화 곳곳에 드러난다. “성형수술도 생각해봤냐”고 묻는 친구의 물음에 “이게 받은 거야. 이렇게 잘생겨지려면 진짜 많이 받아야 돼.”라며 능청스럽게 답한다

<룸> 스틸컷

영화 <룸>(2015)에서 감금 생활을 하는 5살 소년 ‘잭’을 섬세하게 연기하며 크리틱스 초이스 신인상 등 유수의 상을 휩쓴 제이콥 트렘블레이가 사랑스러운 인물 ‘어기’로 분했다. 그는 촬영 기간 내내 얼굴 전체를 덮는 보형물을 착용하고 있으면서도 집중력과 에너지를 잃지 않으며 현장을 밝은 분위기로 이끌었다.

 

원작

<원더>는 2012년 미국에서 출간한 이래 전 세계 45개국 800만 독자에게 사랑받은 R. J. 팔라시오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던 팔라시오는 영화 속 어기와 비슷한 외모의 소녀를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집필했다. 남다른 외모를 가진 소년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과정이 메인 플롯이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원더>는 주인공인 어기와 그를 중심으로 도는 우주에서 소외되어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하는 누나 ‘비아’(이자벨라 비도빅), 필요에 의해 접근했지만 이제 어기와 진짜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잭’(노아 주프), 부모의 이혼으로 혼란을 겪는 비아의 절친한 친구 ‘미란다’(다니엘 로즈 러셀) 등 인물 각각의 입장과 사연에 귀 기울인다. 각자 다른 이유에 의한 고립과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소하지만 용기 있는 모험을 결행하는 인물들은 <원더>의 세계에 생동한 입체감을 더해준다.

 

원더

그래서 <원더>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매일 힘겨운 싸움을 하는 우리 모두에게 한줄기 ‘기적(Wonder)’처럼 다가온다. 편견과 차별의 시선에 움츠러들고 헬멧 속에 자신을 숨긴 건 단지 어기뿐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나’의 선택으로 달라질 수 있는 자신의 모습과 세상에 대해 용기를 품는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어기는 졸업식장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에게 수여하는 ‘헨리 워드 비처 메달’을 받는다. 교장 ‘투쉬만’(맨디 파틴킨)은 “위대함은 강함에 있지 않고 그 힘을 바르게 쓰는 데 있다. 어거스트 풀먼(어기)은 그 강인함으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었다”며 어기에게 메달을 수여한 이유를 설명한다.

“어쩌면 중요한 건 그걸지도 모른다. 사실 난 평범한 애가 아닐지도 모른다. 서로 생각을 안다면 깨닫게 될 거다. 평범한 사람은 없다는 걸. 우린 평생에 한 번은 박수받을 자격이 있음을.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두에게 친절하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그저 바라보면 된다.”

헬멧 속 안전한 세상에 몸을 숨기지 않고, 용기를 내어 진짜 자신을 마주한 어기의 수상소감은 이렇게나 명료하고 확신에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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