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MOONSUN)은 앞서 ‘돈패닉서울’과 ‘라이브앤다이렉트’의 그래픽을 담당하는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짬짬이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과 보컬을 겸하고, 디자인, 음악, 글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며 꾸준히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혀온 그가 2017년 말과 2018년 초 자신의 이름으로 각각 두 장의 싱글 <녹녹 (Nok Nok)>과 <뭇>을 발표했다. 문선의 음악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레트로한 신디 사운드와 감각적인 보컬의 적절한 어우러짐이다. 각종 아날로그 신시사이저가 두드러지는 곡임에도, 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귀에 안착하는 것이 매력이다. 그의 음악은 몸을 은근슬쩍 들썩이게 하는 댄서블함을 지녔으면서도 노랫말이 드러내듯 청춘의 어리숙하고 혼란스러운 관계와 마음을 동시에 노래한다. 밝음과 어둠의 경계에 서 있으면서 능란한 터치로 두 영역을 자유로이 오가는 유연함도 인상적이다.

<녹녹 (Nok Nok)>(좌), <뭇> 앨범 재킷(우)


얼마 전 뮤지션 민수와의 프로젝트 그룹 ‘모아(moi)’로 발표한 첫 번째 싱글 <와요>에서도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고 있는 건 역시 신시사이저. 전보다 한층 심플해진 리듬과 복고적인 사운드의 결합이 도드라진다. 곡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 뮤직비디오도 재미있다. 엉뚱하고 귀여운 멜로디가 주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끝없이 분할되고 중첩되는 화면과 영롱한 오브제들이 한데 뒤엉켜 신선한 감상을 안긴다.

 

이렇듯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다양한 작업을 펼쳐온 문선은 인터넷에 뿌려진 수많은 영상 중 어떤 것을 보고, 어떤 영향을 받으며 삶을 다듬을까. 그에게 위로와 영감을 준 영상들이 여기 있다.

MOONSUN Says,

“조금 단순해도 좋을 상황에서도 시시콜콜 깊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볍고 단순한 것’이 어쩌면 가장 ‘깊고 중요한 것’이 되는 순간이 있는데도요. 상충하는 말 속에 뒤섞이는 언어와 모순들, 그래서 진솔하기 어려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알 수 없는 감정과 생각들로 혼란스러울 때면 모두 비우고, 덜어내 하나의 목소리에 이르기 위해 아끼는 콘텐츠들을 꺼내 봅니다.”

 

1. Nakid Magazine

https://nakidmagazine.com

사진과 영상을 통해 쉬운 듯 가볍게만 꺼낼 수 없는 ‘Sex’에 관련한 주제에 대해 자유로이 목소리를 내는 매거진. 감각적인 그래픽이나 오브제, 배경들이 외설의 측면으로만 한정할 수 없는 다채롭고 풍요로운 시각적 만족을 안긴다.

 

2. <Reminiscences of a Journey to Lithuania>(1972)

얼마 전 국립현대미술관에서도 몇몇 작품을 다루었던 요나스 메카스(Jonas Mekas) 감독의 필름 중 하나. 화면을 넘길 마음의 준비가 채 되지 않았는데 무작위로 컷되고 붙여지는 혼란스러운 클립을 보다 보면 오히려 영상에만 집중하게 돼 필름의 긴장감을 오롯이 받아들이게 된다.

 

3. 영화 <비기너스>(2011) 트레일러

어쩔 수 없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에 되려 담담해지는 영화. 극 중 일러스트레이터인 주인공의 그림체도 인상적이며, 무엇보다 마이크 밀스 감독 특유의 사진 나열을 이용한 내러티브를 보고 있으면 사진의 질감 때문인지 복잡했던 마음이 고요해진다. ‘올리버’(이완 맥그리거)가 ‘할’(크리스토퍼 플러머)을 떠올리며 기억의 왜곡을 보여주는 장면 또한 모든 상황에서의 나를 겸허하게 만든다.

 

4. Mount Kimbie ‘We Go Home Together (feat. James Blake)’ MV

일상적인 소품을 모티프로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장면, 컷되고 사라지는 어지러운 화면과 불빛, 제임스 블레이크의 목소리. 다소 짧고 혼란스러운 모션의 영상임에도 강력한 내러티브와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긴 설명보다 솔직한 나열의 힘을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5. Mall Grab ‘Can’t (Get u outta my mind)’ MV

일정한 질감의 글자와 그래픽, 리듬의 반복과 나열, 독특한 색채 덕분에 영상과 후렴구에 더욱 집중하게 되는 뮤직비디오. 그래픽의 다양한 변주를 통해 루틴함을 달래준다. 몽환적인 컬러, 우주와 신을 기반한 그래픽들이 마음을 차분하게 함과 동시에 시각적인 만족감을 줘 잠깐의 휴식에 아무 생각 없이 틀어놓기 제격이다.

 

뮤지션 문선은?

‘돈패닉서울’과 ‘라이브앤다이렉트’의 그래픽 디자이너로, 음악, 디자인, 글 등 분야에 구애받지 않고 생각과 사상을 풀어낸다.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을 겸하는 아티스트로, 최근에는 뮤지션 민수와 함께 프로젝트 그룹 모아(moi)로 싱글을 내며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하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경험을 확장하고자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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