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티, 뾰루지, 주름, 희미한 눈썹…. 최근 SNS에서 해외 및 국내 셀럽들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 ‘노 메이크업’ 인증이 늘고 있다. 기존에도 우월한 미모를 과시하기 위한 ‘쌩얼’이나 ‘민낯’ 인증은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화장을 하지 않으면서 있는 모습 그대로 드러낸 것은 최근의 일이다. 화장하지 않으면 ‘예의에 어긋난다’거나, ‘항상 예뻐야 한다’는 시각에 맞선 흐름이다. 화장뿐 아니라 노 브라, 노 제모, 노 하이힐처럼 기존의 ‘꾸밈’을 덜어내려는 움직임에 대해 알아보자.

 

#NOMAKEUP

기존의 ‘민낯’이나 ‘쌩얼’ 인증은 사실상 또 다른 ‘고급 메이크업’에 지나지 않았다. 화장하지 않아도 ‘예쁜’ 모습을 위해 더 철저한 피부 관리를 해야 했고, 이목구비의 장단점이 그대로 드러나기에 선뜻 참여하기 꺼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낯과 쌩얼은 사실상 ‘BB크림과 립스틱까지는 바르기’였고, ‘청초함’이라는 또 다른 미의 기준에 불과했다.

알리샤 키스 <HERE> 앨범 재킷

하지만 2017년부터 해외 셀럽들 사이에서 시작된 ‘노/안티 메이크업’ 흐름은 말 그대로 메이크업을 그냥 지우거나, 아예 반대하는 방향이었다. 뮤지션 알리샤 키스가 노 메이크업 앨범 재킷으로 발표한 타이틀곡 ‘Girl Can't Be Herself’가 대표적이다. 그는 ‘어쩌면 이 메이블린(화장품 브랜드) 따위가 자존감을 덮는 것일지도 몰라’라고 노래했다. 영화 <미스트리스 아메리카>(2015)의 배우 롤라 커크는 겨드랑이 제모를 하지 않고 시상식에 참석했다. 이외에도 제니퍼 로페즈, 아델, 기네스 팰트로 등 셀럽들이 뾰루지나 노화의 흔적을 그대로 드러낸 셀카를 ‘인증’했다. 일반인들의 #NOMAKEUP 해시태그 인증도 봇물을 이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효리, 임수정 등 셀럽을 시작으로 ‘노 메이크업’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노 메이크업뿐 아니라 설리의 노브라 차림 셀카나, 임현주, 강지영 아나운서의 안경 착용 모습, 와이어가 없는 브라 ‘브라렛’의 유행 등 전방위적으로 꾸밈을 덜어내려는 움직임이 늘었다.

 

노 메이크업=노 예의?

노 메이크업 트렌드는 ‘자기 몸 긍정(Body-positive)’이라는 페미니즘 운동에서 시작됐다. 이는 남성과 달리 여성이 화장을 안 하면 ‘아파 보인다’며 메이크업이 평소 모습의 디폴트가 되거나, 심지어 ‘예의 없다’며 도덕적 잣대까지 들이미는 경향을 문제 삼는다. 이외에도 여성에게만 과도하게 부과되는 근로 복장 및 화장 규정, 미용에 드는 시간과 비용 등 ‘꾸밈 노동 압력’은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 보지 않는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한다. 메이크업으로 주름과 잡티를 숨기고, 브라로 자연스럽게 쳐진 가슴을 업시키고, 온몸에 털 한 올 없게 하는 ‘노오력’은 네이버 지식인에 종종 올라오는 ‘여자도 똥 싸나요?’, ‘여자도 겨드랑이 땀이 나나요’같은 정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SNS ‘노 메이크업 인증’의 보다 적극적인 형태로 ‘탈 코르셋 인증’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미적 관습 때문에 여성의 건강을 해친 ‘코르셋’처럼, 화장이나 브라, 치렁치렁한 긴 머리에서 벗어나자는 흐름이다.

 

있는 그대로 충분해

출처- @nomakeup_

뮤지션 자이언티는 ‘No Make Up’에서 “넌 그냥 그대로 너무 예쁜 걸 / 노 메이크업일 때 제일 예쁜 너”라고 노래한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굳이 꾸미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충분하다는 메시지다. ‘노 메이크업’이란 단어도 사라지고 ‘그냥 얼굴’이라는 말이 자연스러워질지도 모른다. 이제 뷰티 유튜버들도 ‘남친도 반하는 메이크업’ 대신 다양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방법에 보다 집중한다.

혹여 누군가 노 메이크업에 대해 지적한다면, 임수정 씨가 한 말을 되돌려 주자. “하지만 보통의 저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이 정도가 최선이에요. 민낯이 자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저도 더 예쁜 모습으로 올리면 좋겠습니다만…. 몸 상태의 작은 변화도 얼굴에서 표현이 되는 나이가 사실인데 어찌하겠어요, 하하.”

 

Writer

지리멸렬하게 써 왔고, 쓰고 싶습니다. 특히 지리멸렬한 이미지들에 대해 쓰고 싶습니다. 사진이나 미술 비평처럼 각 잡고 찍어낸 것이 아닌, 그 각이 잘라낸 이미지들에 대해. 어릴 적 앨범에 붙이기 전 오려냈던 현상 필름 자투리, 인스타그램 사진 편집 프레임이 잘라내는 변두리들과 같은.
DO WOORI 네이버 포스트
DO WOORI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