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급불어>

Like a B1│2015│감독 이안 카│출연 윤금선아, 그레거 맥기히│15분

'진'은 프랑스어 말하기 시험을 앞두고 잔뜩 긴장해 있다. 그는 시험장에서 더듬더듬 몸짓을 섞어 프랑스어를 말하다 돌연 아버지에 관한 슬픈 이야기를 전한다.

긴장을 많이 한 탓에 준비한 것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사람. 진은 그런 인물이다. 시험장에는 감독관 두 명이 멀찍이 떨어져 앉아 있다. 같은 공간에서 시험을 치르는 남자는 ‘송강호’라는 이름을 가진 장교다. (또한 진의 차례 전에 시험을 치르고 나가는 여자는 <젖은 잡지>의 편집장 정두리다. 주인공이 시험을 치르는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도 영화는 계속해서 소소한 웃음거리를 던져준다.) 곧은 자세로 앉아있는 장교와 달리 진은 잔뜩 주눅이 든 모습이다. 클로즈업 장면에서도 드문드문 장교의 유창한 말소리가 들린다. 진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한국 속담처럼 몸짓과 도구를 이용해 대화를 이어간다. 그런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한편으로 조마조마하다.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무얼 말하지 못해 입술을 움찔하는지 궁금증이 인다. 좋아하는 사람에 관해 이야기해 보라는 시험관의 질문에 진은 엄마를 소개한다. 그러다 돌연 아빠는 외롭다고 말하며 아빠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영화는 프랑스 발음처럼 매끄럽고 부드럽게 흘러간다. 화창한 여름날의 풍경과 프랑스어 시험을 앞둔 주인공의 모습은 풋풋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후반부에 이르러 시험관 앞에서, 시험에 적합한 문장이 아닌 ‘내 이야기’를 해버리는 진의 모습은 예상치 못한 당혹감을 안겨주는 한편 깊은 인상을 남긴다. 연출을 맡은 이안 카(Yann K) 감독은 한국에 거주하는 프랑스 인으로 본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중급 불어>에 담았다. 

주인공 진을 연기한, 커다란 눈망울이 매력적인 배우 윤금선아를 주목하자. 17살부터 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해 올해로 서른 살이 된 베테랑 배우다. <열일곱, 그리고 여름>(2011), <가위에 눌린>(2012), <플라멩고 소녀>(2013), <출구, 감옥 속의 살인자들>(2013), <아리수 신화>(2013), <강철유리>(2013), <연희>(2014) 같은 단편영화에 출연했고 여고생부터 미혼모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아우르며 흡입력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여름의 끝자락>(2015)에서는 단짝과 친해진 전학생을 미워하다 결국 파국에 이르는 주인공을 연기하며 ‘제41회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과 ‘제9회 대전독립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언급상, ‘제14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I love Shorts! 관객상을 받으며 주목해야 할 신예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엔 <가려진 시간>(2016)에서 매표소 직원으로 등장해 짧은 순간이지만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펼쳤다. “전하려는 바가 몸 그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드니 라방과 같은 배우”를 꿈꾼다는 그의 연기를 앞으로 더욱 기대해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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