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봐>

Look at Me Only, あたしだけをみてㅣ2016ㅣ감독 미사토 토모키ㅣ8분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가 마주 앉아 있지만, 남자는 자신의 애완동물 기니피그에게만 정신이 팔려있다. 남자가 잠시 다른 생각에 골몰하는 동안 여자친구의 신경질 지수는 극에 달하고, 기니피그를 질투한 나머지 급기야 바닥에 내동댕이친다. ‘악마’처럼 변해버린 여자친구로부터 남자와 기니피그는 무사히 몸을 구할 수 있을까.

남자가 멋대로 바라보고 정의한 여자친구의 모습은 ‘흉악함’ 그 자체다. 그는 남자의 기분은 조금도 헤아리지 않은 채 일방적인 수다를 퍼붓고,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며 당장이라도 공격할 듯한 태세로 화를 내며, 심지어 남자가 애지중지 여기는 기니피그를 밀치고 내동댕이치기까지 한다. 반대로 남자의 상상 속 옆 테이블의 여자는 상냥하고 친절하다. 바닥에 팽개쳐진 기니피그를 안아 남자에게 건네주고, 온화한 미소로 그를 대한다. 그래서 남자에게 상상이 아닌 현실 속 세계는 암담하기만 하다.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독기에 가득 찬 여자친구를 피해 간신히 화장실에 몸을 숨긴 남자는 문득 깨진 휴대폰 액정에서 다정한 연인의 모습을 본다. 남자가 애지중지 아끼던 기니피그는 사실 휴대폰이었다. 문득 삶에서 가장 소중한 무언가를 놓쳤음을 깨달은 남자는 굳게 닫힌 문을 열고 흐느끼는 여자친구를 꼭 안아준다.

권태는 여러 가지 의미로 무섭다. 무언가에 익숙해지면서 어김없이 찾아오는 권태는 무기력한 기분에서 헤어나올 수 없게 만들고, 결국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는 우를 범하게 만든다. 너무 익숙해져 오히려 놓쳐버리는 것들을 마주 보게 하는 이 작품은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학에서 애니메이션학을 전공한 미사토 토모키(Tomoki Misato)의 졸업작품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헝겊, 털실, 고무,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으로 만들어진 인형을 조금씩 변형시키면서 이를 한 장면씩 끊어 촬영하는 스톱모션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2016인디애니페스트 아시아로 관객상, 2017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국제단편경쟁 부문 예술공헌상을 비롯한 유수의 영화제를 휩쓴 작품. 그가 그간 애니메이션 속에 기록한, 어딘가 짜증과 환희가 뒤섞인 일상의 모습들을 홈페이지와 비메오 채널에서 모두 만나자.

 

Tomoki Misato 비메오
Tomoki Misato 텀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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