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은 언제 방문해도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은 도시. 축제의 계절은 대체로 여름이지만 런던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문화예술의 중심도시이자, 유럽 비즈니스의 허브 역할을 하는 도시이므로 연중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지난 2주간 런던에서 열린 행사들은 런던도서전과 런던커피페스티벌, 그리고 레코드스토어데이.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교류하고 즐겼던 축제의 현장을 소개한다.

 

런던도서전(London Book Fair)

매년 4월 개최되는 런던도서전은 1971년 시작해 올해로 47회를 맞은 국제 도서 전시회. 120여 개국에서 1500여 개 업체가 참여하고, 2만 5천여 명 이상이 방문하는 대규모 행사로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과 함께 유럽의 대표적인 도서 전시회로 꼽힌다. 출판업계의 트렌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만큼, 업계 관계자들이 만나 교류하고 작가들과 책을 사랑하는 열혈 독자들도 빠짐없이 참석해 업계의 변화를 확인한다. 올해는 4월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켄싱턴 지역의 올림피아에서 개최됐다.

런던도서전 전경

전 세계 각국에서 온 업체들의 부스가 마련됐고, 특히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및 리투아니아 등 발트해 연안 국가들의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그들의 문학과 출판 시장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대형 출판사뿐 아니라 젊은 신생 출판사와 독립 출판사들의 참여도 활발했던 올해는 인쇄물로서의 책뿐만 아니라 디지털 채널을 통한 콘텐츠 배포와 인공지능을 통한 콘텐츠의 공유 또한 중요한 화두가 됐다. 박람회 중에는 출판업계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오디오북, 그리고 일반 문학과 대등한 위치로 올라설 만큼 부쩍 성장한 범죄소설에 대한 토크도 이어졌다.

영국 블룸스버리 출판사 부스

또 하나의 화두는 바로 페미니즘이었다. 여성 작가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페미니즘 문학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것, 그리고 여성의 이야기가 주목받으며 그것이 상업적 성공과도 연결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런던도서전은 2018년 현재, 콘텐츠가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되고 있는지, 동시에 책 소비의 방향이 무엇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자리였다.

 

 

런던커피페스티벌(London Coffee Festival)

런던커피페스티벌에 참여한 바리스타

런던도서전이 출판 비즈니스와 문학계의 행사였다면, 4월 12일부터 15일까지 브릭 레인의 올드 트루먼 브루어리에서 개최된 런던커피페스티벌은 커피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모인 축제의 장이었다. 런던이 세계 커피 시장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하던 2011년, 100여 개 전시업체가 참여해 첫 출발한 이 축제는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8회를 맞이한 올해는 4일간 총 250여 개 업체가 커피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행사를 선보였다. 12일과 13일은 업계 관계자들과 미디어, VIP들이 참석했고, 14일과 15일은 대중에게 공개해 수많은 커피 애호가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클림슨 앤 손스(Climpson and Sons), 오존 커피 로스터스(Ozone Coffee Roasters), 카라반 커피 로스터스(Caravan Coffee Roasters)를 포함해 런던에서 커피로 손꼽히는 카페와 회사들이 대거 참여했고 흥겨운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서 바리스타들과 참여자들 모두가 즐기는 파티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카라반 커피 로스터스 부스
플랫 화이트

그리고 그 속에서도 커피 문화에 대한 뚜렷한 이슈가 보였다. 올해 런던커피페스티벌이 강조한 것은 다양성과 친환경. 커피 애호가뿐 아니라 칵테일 애호가들까지 아우른 커피 칵테일 메뉴와 다양한 음료, 디저트도 등장했다. 또 캡슐 커피임에도 친환경 포장을 하고 기계 없이 간편하게 에스프레소, 라테, 카푸치노 등을 만들 수 있는 카페 디 아티잔(Caffè di Artisan) 제품이 주목받았고, ‘종이컵 재활용과 순환경제’를 주제로 토론이 개최됐으며, 심플리 컵(Simply Cups)은 중고 컵으로 만든 재사용 컵을 공개하기도 했다. 커피를 주제로 충분히 대화를 나누면서도 마음껏 즐기는 축제, 런던커피페스티벌의 8회 행사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카페 디 아티잔 부스

 

 

레코드스토어데이(Record Store Day)

레코드스토어데이는 런던에서만 개최되는 것은 아니다. 독립 레이블과 레코드 가게들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2007년 처음으로 개최한 이후 매년 4월 셋째 주 토요일에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행사다. 올해의 레코드스토어데이였던 4월 21일, 영국 전역에서 240여 개 이상의 매장이 이 국제적인 행사에 참여했다. 첫 개최 이후 음악산업에 많은 부침이 있기도 했지만 최근 LP 판매량은 더욱 증가하고 있는 중. 런던의 여러 숍들은 레코드스토어데이를 맞아 특별 제작한 LP를 당일 공개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스페셜 에디션’을 구하기 위해 긴 줄을 서는 것도 이날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러프 트레이드 이스트
러프 트레이드 내부

단연 눈에 띄는 행사를 개최한 곳은 음악 애호가들에게 잘 알려진 러프 트레이드(Rough Trade)였다. 500여 개 이상의 음반을 단독으로 첫 공개해 호응을 얻었고, 매장 내에서는 DJ와 밴드의 공연이 이어졌다. 또 이스트엔드에 자리한 라이언 커피 앤 레코드(Lion Coffee & Records)에서도 종일 공연이 계속됐고 이스트 지역의 힙스터들이 작은 매장을 가득 메웠다. 아마도 음악애호가들에겐 1년 중 가장 바쁘고도 설레는 하루가 아니었을까. 화창한 날씨가 더욱 분위기를 돋웠던 런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레코드스토어데이에 라이언 커피 앤 레코드를 찾은 사람들
라이언 커피 앤 레코드 내부

 

 

 

Writer

잡지사 <노블레스>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했다. 사람과 문화예술, 그리고 여행지에 대한 글을 쓴다. 지은 책으로는 에세이 <마음이 어렵습니다>,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여행서 <Tripful 런던>, <셀렉트 in 런던>이 있다.
안미영 네이버포스트 
안미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