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케이블 방송사 FX의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는, 오 제이 심슨(O. J. Simpson) 사건을 다룬 첫 번째 시즌에 이어 두 번째 시즌 역시 톱클래스 명사와 관련된 강력 사건을 실명으로 다루었다. 1997년 7월 15일 마이애미 해변에 있는 자신의 초호화 저택 앞에서 앤드루 커내넌(Andrew Cunanan)이라는 28세의 연쇄 살인범에게 저격당해 사망한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잔니 베르사체 사건이다. 2018년 초 9부작으로 방영되어, 86%의 로튼 토마토 평점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 시즌2: 잔니 베르사체의 암살> 예고편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는 실화임을 강조하며 등장인물 모두 실명을 사용한다. 시즌 2 역시 작가 모린 오스(Maureen Orth)의 논픽션<Vulgar Favors: Andrew Cunanan, Gianni Versace and the Largest Failed Manhunt in U.S. History>(1999)를 바탕으로, 당시 수사 기록과 250여 회에 걸친 관련자 인터뷰를 통하여 검증을 거쳤음을 강조한다. 하지만 베르사체 가문을 이끌고 있는 잔니의 여동생 도나텔로 베르사체나, 베르사체의 동성 연인이었던 안토니오 다미코 모두 실제와 다른 허구라고 주장했다.

 

살해범 앤드루 커내넌

앤드루 커내넌과 그를 연기한 대런 크리스

세계적인 패션 아이콘을 살해하여 ‘Versace Murderer’로 유명해진 당시 27세의 앤드루 커내넌은 이미 네 명을 살해하여 FBI의 추격을 받던 위험인물이었다. 베르사체 살해 후 8일간 잠적한 끝에 경찰의 포위망에 갇히자 자살을 선택하여, 그의 정확한 범행 동기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드라마는 그의 과거로 돌아가 거짓과 환상으로 점철된 인생과 좌절, 그리고 성소수자로서의 타락한 사생활을 보여준다. 하이틴 드라마 <Glee>를 통해 안정적인 연기를 펼친 동시에 가수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배우 대런 크리스(Darren Criss)가 앤드루 커내넌 역을 맡았다.

앤드루 커내넌을 연기한 대런 크리스 편집 영상

 

피살자 잔니 베르사체

잔니 베르사체 역의 베네수엘라 배우 에드가 라미레즈와 생전의 잔니 베르사체

드라마는 커밍아웃한 게이였던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베르사체가 살인범 커내넌과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적이 있는 사이라고 주장한다. 평소 커내넌이 주위 사람들에게 베르사체와 친한 사이임을 떠벌리고 다녔지만, 베르사체 가문은 이를 강력히 부인한다. 이탈리아의 드레스 메이커였던 어머니를 이어 화려하고 과감한 디자인으로 굴지의 패션 제국을 건설한 그는, 50세의 이른 나이에 요양 차 지내던 마이애미 저택 앞에서 비둘기와 함께 절명했다. 그를 관통한 총알이 철제 대문에 맞고 파편이 튀면서 함께 생을 마감한 것이다.

그의 사망과 드라마 제작을 다룬 TV 보도

 

상속자 도나텔로 베르사체

페넬로페 크루즈와 도나텔로 베르사체는 절친으로 알려졌다

오빠의 패션 제국을 이어받은 도나텔로 베르사체 역시 드라마의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성형 중독으로 입방아에 자주 오르는 그는, 잔니 베르사체가 사망하기 한해 전 악명높은(?) 블랙 본디지 드레스로 패션계 전면에 화려하게 부상한다. 그는 드라마 제작에 대해 비협조적이었으며 드라마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불만이었으나, 제작진이 그와 친한 사이인 페넬로페 크루즈(Penelope Cruz)를 자신의 역을 맡을 배우로 추천하자 매우 만족하였으며 의상에 대한 조언에 적극적이었다는 후문이다.

도나텔로 베르사체의 아이스 버킷 챌린지 영상


베르사체 남매와 이들을 연기한 두 배우

 

베르사체의 연인 안토니오 다미코

베르사체의 연인 안토니오 다미코와 그를 연기한 리키 마틴

잔니 베르사체와 15년간 함께 동거한 연인 안토니오 다미코(Antonio D’Amico)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가수 겸 배우이자 성소수자인 리키 마틴(Ricky Martin)이 연기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남자 캐릭터 대부분이 성소수자임에 따라 진한 동성애 장면이 자주 등장하며, 그와 베르사체 또한 마찬가지다. 실제로 그는 도나텔로와 사이가 좋지 않아 베르사체가 사망한 후 베르사체 가문과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고 자신의 패션 브랜드를 세워 재기를 노리고 있다고 한다.

리키 마틴을 스타로 만든 곡 ‘Livin’ La Vida Loca’(1999)

 

<Entertainment Weekly> 표지를 장식한 드라마 홍보사진. 도나텔라 베르사체의 디자인 아이디어가 배어있다. (Via Entertainment Weekly 홈페이지)

 

마이애미 베르사체 맨션

드라마에 등장하는 화려한 베르사체 맨션은 현재 럭셔리 호텔로 사용되며 일반인의 투어 대상이 되기도 하는 시그너처 저택이다. 생전 베르사체의 디자인 감각과 라이프 스타일이 집약되어 있어 곳곳의 인테리어나 가구들이 범상치 않다. 미디어에서 ‘세계에서 가장 호화스러운 저택’으로 자주 인용될 정도로 화려한 베르사체 맨션을 영상과 사진에서 감상할 수 있다.

베르사체 맨션 소개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