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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팬에게 가장 좋아하는 전쟁영화를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오스카를 수상한 명작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나 <플래툰>(1986) 보다, <풀 메탈 자켓>(1987)을 꼽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치열하고 잔인한 전투 장면 없이도 그 어떤 영화보다 반전 메시지를 강하게 던지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 영화 전반부의 배경은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무렵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신병 훈련소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리고 순진한 신병들이 8주간 훈련을 받으며 전투병으로 변모한다. 하트만 교관은 끊임없이 욕설을 퍼붓고 윽박지르며 그들의 어린 영혼을 잠식해 들어간다.

영화 <풀 메탈 자켓>의 하트만 교관 명장면

하트만 교관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작품에 흔히 등장하는 비인간적 캐릭터를 대변한다. 마치 빨간 모자의 유격 조교처럼 실수를 전혀 용납하지 않고 인간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인간형이다. 이 인물을 연기한 배우 로널드 리 어메이(Ronald Lee Ermey)는 실제로 11년간 해병대에서 복무하면서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고 신병 교관을 맡은 적도 있다. 부상을 입고 전역하여 뒤늦게 배우 생활에 뛰어들어 시장, 보안관, 군인과 같은 전문적인 역할을 주로 맡았고 <토이 스토리>(1995)에서는 병정들을 지휘하는 지휘관 음성을 연기하기도 했다.

영화 <풀 메탈 재킷>(1987)의 한 장면

<풀 메탈 자켓>은 그의 단역배우 생활에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당초에 풍부한 군대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에 조언을 하기 위한 스태프로 참여했지만, 큐브릭 감독은 그가 배우들에게 시범 연기를 하는 것을 보고 생각을 바꾸었다. 그를 하트만 조교 역의 배우로 기용하면서 비중을 대폭 늘렸고 하트만 조교의 대사도 직접 쓰도록 했다. 그의 조교 연기는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큰 호평을 받았다. 골든글로브 조연상 후보에 올랐고 각종 행사에 초대받는 유명 인사가 되었다.

애니메이션, 게임에 등장한 어메이의 음성 연기 모음


영화 <프라이트너>(1996)에서 군인 유령을 연기한 어메이

그는 영화나 TV에서 군인 또는 교관 캐릭터의 대명사였고 군대 관련 행사에도 자주 초대되었다. 오바마 정부 시절에는 군대 행사 중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반대하는 견해를 밝혔다가 할리우드의 배척을 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4월 15일 폐렴 합병증으로 74년의 생을 마감하였다.

군인 캐릭터를 대표하는 그는 액션 피규어로도 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