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례비행’은 돈과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자율적으로 생산된 독립영화를 상영하고, 감독과의 심도 있는 시네토크 및 밀도 있는 비평을 통해 독립영화를 널리 알리고 비평문화를 확대하기 위해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인디포럼과 인디스페이스가 함께 마련하는 독립영화 정기상영회다.

‘인디포럼2018 월례비행’은 이번 4월 프로그램으로,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촬영미학을 작품에 투영해 온 시네마토그래퍼 박홍렬이 촬영한 3편의 단편영화를 선보인다. 대중들에게는 홍상수 영화의 촬영감독으로 유명한 박홍렬은, <하하하>(2009)부터 시작해 <옥희의 영화>(2010),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 <우리 선희>(2013),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 등 홍상수 감독 다수의 영화를 촬영하며 그 변화의 과정을 고스란히 함께했다. 얼마 전에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에 출연해 검은 옷을 입고 영희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미스터리한 남자로 맹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그가 장편이 아닌, 단편영화에 새겨온 풍경과 스타일이 궁금하다면 오는 4월 25일, 망설이지 말고 인디스페이스로 향하자.

<밤의 해변에서 혼자> 2부에서 열심히 창문을 닦던 검은 옷의 남자가 박홍렬 촬영감독이다

 

<더 바디>

2013|감독 박진성, 박진석|촬영 박홍렬|출연 최덕문, 박혁권, 신동미, 배슬기|25min

‘영선’(신동미)과 ‘정수’(박혁권)는 젊은 부부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영화감독(최덕문)이 영화일을 하는 정수의 집을 방문한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조용히 흐르는 거실과 바람이 거세게 부는 바닷가 모래톱의 풍경이 감각적인 흑백 화면 위로 흐른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 <마지막 손님>을 각색한 이 작품은, 원작에 후일담을 새롭게 가미해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거친 발언을 서슴지 않는 여형사를 매끄럽게 소화한 배슬기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산나물 처녀>

2017|감독 김초희|촬영 박홍렬|출연 윤여정, 정유미, 안재홍|28min

미지의 행성에서 날아온 노처녀 ‘순심’(윤여정)과 숲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달래’(정유미)가 각자의 짝을 만난다는 이야기. 동화 같은 설정이 친근하지만, 곳곳에 황당한 설정이 깨알같이 박혀 있다. 여기에 맛깔스러운 대사와 배우들의 천연스러운 연기가 만나 독특한 코미디가 전개된다. 70세 순심의 귀여운 이미지, ‘선녀와 나무꾼’의 뒤바뀐 성 역할, 연극적인 소품과 의상, 자유분방하고 개성 넘치는 시나리오와 연출이 근래 보기 드물게 독특하다. 윤여정, 정유미, 안재홍 등 배우들의 완전히 색다른 이미지를 엿볼 수 있는 사랑스러운 작품.

 

<빛과 계급>

2004|감독 김곡, 김선|촬영 박홍렬|출연 한재순, 문식|29min

형제 감독 김곡, 김선은 2001년 데뷔작 <이 사람들을 보라>를 시작으로, 지속적인 공동 작업을 해오며 자신들의 영화를 통해 부조리한 기성 사회를 끊임없이 고발해왔다. 이번 월례비행을 통해 선보이는 단편 <빛과 계급>도 착취가 순환되는 자본주의에 대한 냉소를 던지는 실험영화다. ‘주체와 사적 소유권, 특별잉여가치, 금융자본, 부등가교환, 공산주의의 미래’의 다섯 챕터로 구성된 영화는 줄거리조차 파악하기 힘들지만, 그 안에 촘촘히 박힌 비유와 메시지는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제1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필름매체상을 받은 작품.

 

<인디포럼 월례비행 4월 : 박홍렬 촬영감독 단편선>

일시 4월 25일(수) 19:30
장소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상영작품 <더 바디>, <산나물 처녀>, <빛과 계급>
작가대담 진행 변성찬 평론가, GV 박홍렬 촬영감독
관람료 7,000원(인디스페이스 멤버쉽 회원 6,000원, 인디스페이스 및 인디포럼 후원회원 무료)
문의 인디스페이스 02-738-0366
홈페이지 http://www.indieforum.org/xe/359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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