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만화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에서 먼저 영화화되었다. <여름과 가을> <겨울과 봄>으로 나뉘어 개봉한 영화는 잔잔하지만 울림이 있는 스토리와 뛰어난 영상미 덕에 호평받았다. 그리고 2018년 3월, <리틀 포레스트> 한국판이 공개되었다. 비슷하지만 분명히 다른 두 영화의 이모저모를 짚어봤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재미 삼아 읽어봐도 좋겠다. 

 

1. 감독

모리 준이치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의 감독은 모리 준이치다. 상처 입은 사람들이 서로 보듬는 내용을 다룬 영화 <란도리>(2001)로 데뷔한 이 감독은 <중력 피에로>(2009), <리틀 포레스트> 시리즈(2014~2015)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다뤄왔다. 그가 감독한 영화의 장르는 모두 다르지만, 모리 준이치가 만든 인물들은 모두 내면에 아픔을 간직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리틀 포레스트> 시리즈에서는 그 아픔을 크게 부각하지 않았으나, 주인공 ‘이치코’(하시모토 아이)의 내레이션이나 과거 회상 장면을 통해 그 역시 나름의 방법으로 상처를 극복해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리틀 포레스트2: 겨울과 봄> 스틸컷

 

임순례

2018년 2월 개봉한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의 감독은 임순례다. 그는 1996년 <세친구>로 장편 영화에 데뷔한 이후, 오랜 시간 국내 영화계에 제 자리를 확실히 다져왔다. 임순례 감독의 영화에 또렷하게 드러나는 특징이 있다면,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 등에서 알 수 있듯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만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라는 점. 어쩌면 그가 <리틀 포레스트>를 리메이크한 건 놀라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임순례가 <리틀 포레스트>를 통해 비춘 것은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서도 튀지 않고 숨죽여 살아가는 지친 청춘들이었으니까.

<리틀 포레스트> 스틸컷

 

 

2. OST

밴드 Flower Flower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는 ‘여름과 가을’ ‘겨울과 봄’ 각각 두 편으로 나눠 개봉했다(얼마 전인 3월 22일 두 편을 합쳐 새로이 편집한 <리틀 포레스트: 사계절>도 개봉했다). 하나의 계절이 끝날 때마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며 계절별 주제곡이 배경음악으로 깔리는데, 이 노래들은 풍경과 어우러지며 영화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이 OST를 만들고 부른 뮤지션은 ‘Flower Flower’라는 밴드. 영화 <태양의 노래>(2006) 주인공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yui(솔로 활동 당시에는 대문자 YUI를 사용했으나, 밴드를 시작하며 활동명을 소문자로 바꾸었다)가 2013년 결성한 밴드다.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의 프로듀서 모리야 케이치로는 <태양의 노래>를 프로듀싱하며 yui를 처음 만났고, 그의 기질이 <리틀 포레스트>의 이치코와도 잘 맞으리라 판단해 OST를 의뢰했다. 봄·여름·가을·겨울 각각 다른 4곡의 노래를 만들자는 제안 역시 yui가 했다고.

Flower Flower ‘春(Spring)’

 

캐스커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의 음악 감독은 캐스커 소속의 뮤지션 이준오다. 영화 <제보자>(2014)에서 함께한 임순례와 이준오의 인연이 <리틀 포레스트> 작업까지 이어졌다. 한국판엔 사계절을 한 편에 담은 만큼, 음악이 계절마다 다른 개성을 자랑하며 챕터를 부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시시각각 변하는 영화 속 풍경에 자연스레 묻어나며 감칠맛을 더한다. 특히 엔딩곡 ‘걷는 마음’은 편안한 감성을 마지막까지 전달하며 두고두고 회자되는 중. 이 노래는 캐스커의 보컬 융진이 만들고 불렀다.

융진 ‘걷는 마음’

 

 

3. 촬영지

오오모리

오오모리의 겨울

일본판에는 ‘코모리’라는 마을이 나오지만 이는 가상의 장소다. 실제 촬영지는 도쿄에서 차로 5시간 정도 떨어진 이와테현의 ‘오오모리’라는 마을. 오오모리는 만화 <리틀 포레스트>의 원작자인 이가라시 다이스케가 살았던 곳으로, 원작의 감성을 최대한 살리기에 적합했다. 감독과 스태프들은 2013년 여름부터 현지에서 1년간 머물며 사계절의 풍광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감을 말리는 이치코

 

의성•군위

눈 덮인 혜원의 집

한국판에는 농촌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혜원’(김태리)의 고향 풍경을 제대로 담기 위해 촬영팀은 여러 도시를 누볐다. 임순례 감독은 처음 강원도를 떠올렸으나 이미 유명해져 버린 강원도의 자연엔 어디든 펜션이 들어서 있었고, 결국 낙점된 곳은 경북 의성과 군위. 혜원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 마지막 신의 배경은 의성 마늘밭이며 혜원의 집은 군위에서 찾아냈다. 또한 ‘재하’(류준열)가 전 여자친구와 인사를 나누는 기찻길은 아름다운 국내 간이역으로 손꼽히는 군위 화본역. 덧붙여 촬영팀은 영화 한 편에 사계절의 풍광을 담기 위해 1년 동안 크랭크인 4번, 크랭크업 4번을 거쳤다고 한다.

곶감을 맛보는 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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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