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보여주는 것들은 무엇일까. 각자 다른 감정 상태와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시작된 사랑은 저마다 다른 발견으로 드러난다. 오래도록 감정을 느낄 수 없거나 분노로 가득 찬 10대 ‘커플’의 로드 드라마 <빌어먹을 세상 따위>,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거나 애정표현이 과해서 문제인 어른 ‘커플’의 로맨틱 코미디 <러브>를 통해 바라봤다.

 

<빌어먹을 세상 따위>

The End of the F***ing World | 2017 | 연출 조나단 엔트위슬, 루시 처니악 | 출연 제시카 바든, 알렉스 로더

자신을 사이코패스라고 믿는 ‘제임스’(알렉스 로더)와 반항기 가득한 ‘앨리사’(제시카 바든)가 앨리사의 친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영국 드라마다. 제임스는 사귀기로 한 지 얼마 안 된 앨리사가 가출을 하자는 말에, 자신의 아버지를 한 대 치고 차를 훔쳐 타고 호기롭게 가출을 감행하지만 생각과는 다른 여정이 이들 앞에 펼쳐진다.

어머니의 자살 이후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는 제임스는 어릴 적부터 감정을 별로 느껴본 적이 없기에 자신이 사이코패스라고 굳게 믿고 있다. 튀김기에 자신의 손을 넣어 고통을 느껴보려 할 정도로 무감각하다. 늘상 화가 많고 당돌한 학교 친구 앨리사가 사귀자고 했을 때에도 제임스는 그저 사람을 죽여보고 싶다는 욕구로 앨리사와 사귀기 시작하지만, 자유로운 앨리사는 언제나 제임스를 당황하게 하고 결핍된 제임스의 무언가를 채우기 시작한다.

앨리사는 아버지가 가출한 후 재혼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욕설과 분노로 예측할 수 없는 행동 패턴을 지닌 앨리사는 매사에 충동적이고 무단침입, 기물파손, 절도 등 범죄를 저지르는 일에도 거침이 없다. 제임스와 함께 친아버지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범죄를 저지르지만, 그와 상반되게 앨리사와 제임스를 둘러싼 어른들의 이기심이 더욱 크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2017년 방영된 영국드라마로 찰스 포스먼의 동명 그래픽 노블을 기반으로 제작한 드라마이다. 감정을 느낄 수 없던 제임스와 분노로 가득 찬 앨리사, 두 인물의 감정선이 변화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특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살아오며 누구와도 깊은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는 제임스의 감정이 점차 흘러나오다가 해변가에서의 마지막 장면에서 터져 나오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빌어먹을 세상 따위> 트레일러

 

<러브>

LOVE | 2016~2018 | 제작 주드 아패토우, 레슬리 아핀, 폴 러스트 | 출연 질리언 제이콥스, 폴 러스트, 클라우디아 오더허티, 마이크 미첼

관계, 섹스, 알콜 중독인 ‘미키’(질리언 제이콥스)와 소심하고 지질한 남자 ‘거스’(폴 러스트)의 연애 이야기가 담긴 미국 로맨틱 코미디다. 관계 집착증을 지닌 미키가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는 과정에서 거스를 만나게 된다. 상담 모임에 나가며 스스로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미키는 거스에게 자신의 상태를 이야기하는 데에 솔직하고 거침이 없다. 겉보기에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처럼 비춰지는 모범생 거스는 중독 문제가 있는 여자친구를 처음 만나기 때문에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거스는 ‘문제 많은 여자친구’를 돌봐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문제가 많은 쪽은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한다. 늘상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자 애쓰는 과정에서 생기는 거스의 자아 충돌이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점차 발견된다.

상담 모임에 나가면서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것은 미키지만, 결과적으로는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은 미키보다 자신의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15년간 다른 ‘닥터 그렉’의 히스테리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회사에서도 미키뿐이라고 말할 정도다.

호주에서 건너와 미국에 새롭게 정착한 미키의 룸메이트 ‘버티’(클라우디아 오더허티)의 연애도 흥미진진하다. 핸드폰에 10명 남짓의 사람밖에 없을 정도로 낯선 곳에 정착하게 된 버티는 자기 스스로는 무엇도 할 수 없다고 믿는 남자 ‘랜디’(마이크 미첼)와 연애를 시작한다. 사람들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버티가 자신이 원할 때 언제든 있어 주는 게 좋다며 랜디와 이어가는 위태로운 연애의 과정도 흥미롭다.

<러브> 예고편

 

Writer

좋아하는 것들 언저리에서 담 넘어 구경하는 걸 즐기다가 지금은 음악을 하고 있다. 똑같은 매일을 반복해야만 갈 수 있는, 낯설고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가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