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의 매력이라면 이런 것이다. 평화로운 농가의 풍경과 정성이 들어간 소박한 음식의 이미지, 유행에 흔들리지 않으며 자신만의 호흡으로 삶을 일구어 나가는 정갈한 태도…. 두고두고 사랑받는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를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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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로 나가려면 한 시간 이상이 걸리는 토호쿠 지방의 작은 마을 코모리. 도시에서 생활하다 쫓기듯 이곳 고향으로 돌아온 ‘이치코’(하시모토 아이)는 자급자족 농촌 생활을 시작한다. 뜨거운 햇살 아래 잡초를 뽑아내며 힘들게 수확한 작물과 계절마다 바뀌는 싱싱한 제철 채소들로 매일 정성스러운 한 끼를 준비한다. 영화는 인물의 사연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다만 이치코가 일용할 양식을 손수 재배하고 요리해 먹는 잔잔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통해 두 손으로 일구는 삶의 가치를 일깨운다. 드라마적인 서사를 배제한 영화는 자칫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정갈하고도 따뜻하게 담아낸 화면들은 지루함보다는 단정하고 충실한 마음가짐을 불러일으킨다.

 

요리

이치코의 음식에는 화려하거나 먹음직스러운 모습만 담기진 않는다. 오히려 일상의 재료로 직접 천천히 요리하는 모습을 통해 소박한 음식에 담긴 정성을 확인하게 한다. 그는 옷이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로 고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요리를 한다. 시원한 음료수를 먹고 싶어 식혜를 담그고, 수유 나무 열매를 따서 빵에 발라먹을 잼을 만들고, 개울 주변에서 따온 싱그러운 멍울 풀로 밥에 비벼 먹을 절임 반찬을 만든다. 한여름 집안 습기를 없애기 위해 켜둔 스토브에 빵을 굽기도 한다.

부지런히 손을 놀려 음식을 만들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지고 잡념이 사라진다. 그래서 이치코의 음식들은 식욕 자극보단 어쩌면 요리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쪽에 가깝다. 맛있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소박한 즐거움이 영화 곳곳에 스며 있다. 한 끼를 ‘때우는’ 일이 많아진 요즘, 이치코의 남다른 삼시세끼는 정성이 듬뿍 들어간 소박한 한 끼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될 수 있는지를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따뜻하게 전한다.

 

풍경

영화는 온통 초록으로 물든 여름과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가는 가을의 시골 풍경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제작진들이 코모리에서 자급자족 생활을 몸소 체험하며 얻어낸 계절의 풍경과 소리가 화면에 덧입혀지며 무자극의 감흥을 만들어낸다. 푸른색 들판과 따사로운 햇볕, 여름밤 찾아 드는 나방과 장수풍뎅이, 가을의 황금 들판 등 다채롭게 변화하는 계절의 풍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과 머리를 맑게 치유해준다. 초록에서 노랑으로, 노랑에서 빨강으로 물들어가는 자연의 팔레트는 그 자체로 경이로움을 안긴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슬로라이프

“그쪽 사람들은 코모리랑 말하는 게 달라. 자신이 몸으로 직접 체험해서 그 과정에서 느끼고 생각하며 배운 것. 자신이 진짜 말할 수 있는 건 그런 거잖아. 그런 걸 많이 가진 사람을 존경하고 믿어. 난 말야, 남이 자길 죽이는 걸 알면서도 내버려 두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진 않았어.”

왜 코모리로 돌아왔냐는 이치코의 물음에 후배 ‘유우타’(미우라 타카히로)가 답한 말이다. 바쁘고 복잡한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도시를 떠나 자연에서의 생활을 꿈꾸기 마련이다. 그러나 실제로 도시를 버리고 귀촌, 또는 귀농을 하라고 한다면 역시나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가 비추는 농촌 생활도 단지 힐링이나, 웰빙 라이프 같은 유행으로서의 개념에 포섭되지 않는다. 이치코는 건강한 밭을 일구기 위해 끝없이 잡초와 사투를 벌이고, 매끼 식사에 필요한 식재료를 직접 재배하며 끼니가 끝나자마자 다음 끼니를 준비한다. 치열한 삶이다. 그러니 도시를 떠난 자연 속에서의 삶이 마냥 느리고 여유롭기만 한 것은 당연히 아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슬로라이프는 단순히 ‘느린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맞는 속도’를 찾아가는 과정임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더욱 진실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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