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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을 감듯이 쓰다듬고, 손목으로 부드럽게 허공을 가르고, 손가락을 폭죽처럼 털고…. 춤도 단순한 움직임도 아닌 매혹적인 몸짓, 제스처. 여기에 네일아트나 액세서리, 조명이 더해지면 그 매혹은 배가 된다. 표정과 더불어 잘 훈련된 제스처는 ‘연예인스러운’ 신비감과 아름다움을 자아낸다는 점에서 우리를 유혹하는 날갯짓 같기도 하다.

실제로 제스처는 연예인들의매력 포인트 중 하나로 기능한다. ‘제스처가 멋진 가수 추천해 주세요’라던가, ‘그 래퍼는 외모와 실력 다 되는데 제스처가 어색해서 깬다’라는 평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보이그룹 EXO가 천재 아이돌이라는 별명이 갖게 된 것도 창의적이면서 과감한 제스처 때문이고, NCT U의 멤버 마크컷에게 ‘제스처 장인’이라는 별명이 붙는 것도 다양하고 독특한 제스처 연출 때문이다. 대체 제스처의 무엇이 우리를 홀리는 것일까? 몸의 표정, 제스처의 세계에 빠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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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처의 공간성과 고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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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과 제스처는 ‘연기’의 속성이다. 똑같은 배우라도 어떤 캐릭터, 즉 어떤 표정이나 몸의 습관을 연기해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인물로 느껴지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표정과 제스처에는 하나의 캐릭터처럼 ‘고유성’이 담긴다. 지드래곤의 턱 들기 제스처, 산다라박의 코를 찡긋하는 표정이 대표적이다. 같은 그룹 내의 같은 춤이라도 멤버별로 제스처가 조금씩 다르고, 같은 멤버라도 공연마다 제스처가 다르다. 팬들은 이러한 제스처에서 연예인의 고유성을 발견하고, 즐긴다.

다만 제스처는 공간을 다루는 기예라는 점에서 표정과 구별된다. 우선 표정의 영역은 얼굴에 국한되지만, 제스처의 영역은 양팔을 뻗은 공간으로 운용의 폭이 보다 넓다. 제스처는 그 공간 안에서 몸의 관절과 움직임을 통해 다양한 움직임과 속도, 리듬을 구현해 낼 수 있다. 표정은 사진으로 남길 수 있지만, 제스처는 움직임 자체이기에 사진으로 온전히 남길 수 없다. 대신 ‘움짤’의 형태로 널리 소비된다.

 

 

제스처에 녹인 문화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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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제스처가 본래 의사소통의 도구였듯이, 표정과 달리 각종 코드가 담겨 있다. 이러한 코드는 힙합이나 헤비메탈에서 ‘핸드사인(hand sign)’이라는 개념으로 특히 발달돼 있다. 대표적으로 티스푼으로 무언가를 휘젓는 듯한 핸드사인은 슬럼가에서 마약을 제조하던 행위에서 유래했다. 국내 힙합 레이블인 일리어네어(illionaire)의 ‘11’모양 핸드사인처럼 아예 각 레이블과 크루를 상징하는 제스처를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왼손잡이인 MC들은 오른손으로 마이크를 잡는데, 야구 글러브를 잡는 것과 같은 이유다. 더 움직임이 자유로운 손으로 그루브나 강조점을 두는 등 제스처를 구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날개적인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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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처는 ‘날개적인 아름다움’이라 할 수 있다. 몸에서 뻗어 나온 양팔로 허공을 휘젓고, 그 휘저은 모양이 잔상처럼 그의 주변에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구관조나 나비 등 날개 달린 것들을 볼 때의 감정처럼, 일종의 신비감도 준다.

다만 동물들에게는 움직임만 있을 뿐, 제스처는 없다. 제스처는 일종의 몸의 표정이기 때문이다. 표정은 우리에게 말을 건다. 분노를 전하기도, 설렘을 드러내기도 한다. 우리가 어릴 때 그림자놀이에 홀렸던 마음도 그 실루엣이 그려내는 어떤 표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철학자 레비나스는 “얼굴과 말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얼굴은 말한다. 모든 말을 가능하게 하고 모든 말을 시작하는 것이 얼굴이다. 그 점에서 얼굴은 말한다”고 했다. 이를 변주한다면, “제스처와 말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제스처는 말한다. 끊임없이 우리를 향해 말을 건다. 이 손짓으로 당신의 마음에 헤엄쳐 가 닿고 싶다고.”

 

 

 

Writer

지리멸렬하게 써 왔고, 쓰고 싶습니다. 특히 지리멸렬한 이미지들에 대해 쓰고 싶습니다. 사진이나 미술 비평처럼 각 잡고 찍어낸 것이 아닌, 그 각이 잘라낸 이미지들에 대해. 어릴 적 앨범에 붙이기 전 오려냈던 현상 필름 자투리, 인스타그램 사진 편집 프레임이 잘라내는 변두리들과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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