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이하 <신과 함께>)은 1,400만 관객을 모으며 역대 한국영화 흥행 순위 최상위권에 올랐다. 억지 눈물을 짜낸다거나 스토리가 구시대적이라는 혹평도 많았지만, 영화가 이토록 흥행한 데는 이유가 있다. <신과 함께>의 가장 큰 매력은 누구도 본 적 없고 상상하기도 어려운 세계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영화는 저승 신화에서 착안한 지옥도를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이야기와 결합해 맛깔나게 구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정재, 김해숙, 김하늘, 김수안, 정해균 등 심판을 관장하는 대왕으로 특별 출연한 배우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기사에서는 <신과 함께> 속 지옥의 일곱 관문을 좀 더 들여다봤다. 영화를 아직 못 본 사람에겐 이 영화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 깨알 정보가 되기를, 이미 본 사람에겐 영화를 곱씹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일곱 가지 심판

<신과 함께>가 차용한 한국 저승 신화는 힌두교, 불교, 도교, 무속신앙과 민간신앙 등 여러 기원이 결합해 만들어졌다. 영화에서는 지옥 이름이 각각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으로 나오지만 이는 영화에 맞게 각색한 것으로 저승 신화 속 지옥 이름과 다르다. 불교 경전 <불설예수시왕생칠경> 등에 의하면, 죽은 후 49일 되는 날까지 통과하는 지옥은 총 7개. 각각 7일씩 7번에 걸쳐 49일 동안 재판을 받는다.

<신과 함께> 스틸컷, 저승의 강

 

도산지옥

처음 만나는 지옥은 도산(刀山)지옥. 진광대왕의 심판에 통과하지 못한 중생들이 떨어지는 지옥이다. 생전에 너그럽지 못했거나 덕이 없는 자, 배고픈 이에게 먹을 것을 베풀지 않은 자는 이곳에 간다. 도산이라는 이름 그대로 칼날이 가득 꽂힌 산을 맨발로 끝없이 걸어야 하는 지옥이다.

 

화탕지옥

두 번째 관문은 화탕(火湯)지옥. 이곳의 심판자 초강대왕은 남의 물건을 훔쳤거나 빌리고 돌려주지 않은 자, 받는 것만을 좋아했던 자를 벌한다. 화탕지옥의 무쇠솥 안에는 똥물, 용암, 황산이 펄펄 끓고 있다. 죄인은 죄질에 따라 각각 다른 무쇠솥 안에 빠져 끔찍한 고통을 받는다.

 

한빙지옥

죽은 지 21일째, 송제대왕에게 세 번째 심판을 받는 지옥은 한빙(寒氷)지옥이다. 가정을 어지럽혔거나 효도하지 않은 자, 상대방을 고독하게 하여 그 마음을 얼어붙게 만든 사람은 한빙지옥에 떨어진다. 이곳엔 엄청난 빙하 협곡이 있는데, 이곳에 갇힌 죄인은 온몸이 얼어 산산이 조각난다고.

영화 <신과 함께> 속 한빙지옥의 모습

 

검수지옥

검수(劍樹)지옥은 네 번째 관문이다. 이웃에게 공덕을 쌓지 않았거나 막힌 길을 보고도 뚫어주지 않은 자, 함정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지 않고 지나친 자는 검수지옥에 떨어진다. 이들은 잎이 칼날로 된 나무가 빽빽한 숲을 지나는 형벌을 받는데, 몸이 찢기면 곧장 새살이 돋아 끝없는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영화 <신과 함께>에도 칼날 잎을 가진 숲이 나온다

 

발설지옥

다섯 번째 관문, 발설(拔舌)지옥엔 그 유명한 염라대왕이 기다리고 있다. ‘발설’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말로 지은 모든 죄를 심판한다. 누군가를 헐뜯거나 못된 말로 상처 준 자는 발설지옥에서 고통받는다. 이곳의 형벌은 상상 이상으로 끔찍한데, 많이 순화해 설명하자면 혀를 길게 늘어뜨린 후 그 위에 밭을 일군다고. 예나 지금이나 ‘입조심’은 미덕이었나 보다.

 

독사지옥

독사(毒蛇)지옥은 죽은 후 42일 되는 날, 변성대왕에게 여섯 번째 심판을 받는 곳이다. 살인, 강도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자는 독사 떼가 우글대는 구덩이 빠져 온몸을 물어 뜯긴다.

 

거해지옥

일곱 번째 지옥은 태산대왕이 기다리는 거해(鋸骸)지옥. 보통 경제와 관련한 사기를 친 죄인을 심판한다. 돈을 받은 만큼 돌려주지 않은 사람, 남을 속여 이득을 취한 사람은 이곳에서 벌 받는다. 이곳에서는 죄인을 형틀에 묶어 놓고 톱을 사용해 신체에 고통을 가한다.

일곱 지옥을 거치는 데 총 49일이 걸리며, 불교의 49재는 여기에 상응한다. 이외에도 철상지옥, 풍도지옥, 흑암지옥 등 여러 지옥이 존재하지만 영화 <신과 함께>와 관련이 깊은 일곱 지옥만을 짚어봤다.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이 탐구해왔지만 사후 세계가 어떤 곳인지 정확히 알기란 불가능하다. 대신 저승을 그린 영화를 보며 상상해보는 건 어떨까? <신과 함께> 속 저승의 풍경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사는 이 세계를 돌아보게 만들기에, 좀 더 잘 살아 볼 의지를 북돋아 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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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