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 <FOUNTAIN> 앨범 재킷

언제부턴가 남성들이 유독 빛이 난다. 귓가와 턱, 손에서 반짝이는 귀걸이와 목걸이, 팔찌와 반지들 때문이다. 요즘 남자 아이돌이나 래퍼치고 귀걸이 안 한 경우를 찾기가 힘들다. 인기 아이돌 방탄소년단의 지민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귀걸이에는 관심이 조금 있다. (…) 슈가 형처럼 많이 뚫고 싶지는 않고 왼쪽, 오른쪽 합쳐 4개만 하면 좋겠다. 앞으로 한 군데만 더 뚫으면 된다”라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다. 디스패치를 비롯한 각종 연예·스포츠 매체에서는 남자 아이돌의 귀걸이 착용 모습에 초점을 맞춘 사진을 싣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방탄소년단 ‘DNA’ 뮤직비디오 캡처

또 요새 남성 액세서리는 시계, 안경 종류나 서지컬 스틸 소재, 체인 모양에 국한됐던 과거와 달리 종류가 다양해진 것은 물론 길게 늘어뜨리는 드롭형 액세서리나 진주알 포인트 귀걸이, 초커와 레이스 장식 등 여성용 못지않게 디자인이 화려해지고 세분화되고 있다. 눈썹이나 코 피어싱, 십여 개가 넘는 목걸이 레이어링 등 오히려 남성용이라서 더 과감한 스타일링이 많다. 블링블링 남성 액세서리 트렌드를 구경해보자.

 

페노메코 <BoomBar Select vol.1> 공연 포스터


남성 액세서리 트렌드는 남성 아이돌과 래퍼 두 축으로 전개되고 있다. 남돌은 소년미를 강조하는 섬세한 디자인, 래퍼들은 스웨거(swagger)를 강조하는 볼드한 디자인 위주다. 남돌이든 래퍼든 공통점은 착용하는 액세서리 종류가 과거에 비해 훨씬 많아지고 세분화, 전문화됐으며, 디자인이 과감해졌다는 것이다. 벤 볼러(Ben Baller)와 같이 남성 액세서리 트렌드를 선도하는 디자이너나 굿우드, VMC, 앰부쉬 등 몇백만 원을 호가하는 하이 브랜드가 형성돼 있으며 목걸이의 줄의 길이와 굵기에 따라 명칭이 나뉜다거나, 앞니에 틀니처럼 씌우는 그릴즈나 예수 얼굴 펜던트인 지저스 피스(Jesus piece) 등 남성용에 특화된 디자인들이 생겨나고 있다.

 

영화 <순수의 시대> 스틸컷
NCT U 태용X텐

그중에서도 ‘젠더리스’는 남성 액세서리 트렌드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이미 ‘남돌들의 필수 관문은 탈색, 컬러 렌즈, 주렁주렁 귀걸이’라고 할 정도로 화려한 색상의 섀도우 메이크업, 각종 성형, 핫팬츠 차림, 망사 등 기존의 여성적 꾸밈으로 여겨지던 요소들이 남성의 아름다움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남성 액세서리 트렌드도 이러한 흐름 중 하나로, 제스쳐나 춤 동작에 따라 반짝이는데다 짤랑이는 효과음까지 나는 액세서리의 후광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남성이 액세서리를 하면 특정 성 정체성을 드러낸다는 고정관념은 옅어진 지 오래다.

 

레드벨벳 ‘Bad Boy’ 뮤직비디오 캡처

이러한 트렌드는 남성미의 영역이 마초 일변도에서 보다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애초에 아름다운 것은 서로 통한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꾸밈은 그 사람의 장점을 살리고 적절하게 장식해 주는 것이 본질이기 때문이다. 여성스러운 색깔로 여겨졌던 분홍색 아이템을 활용하는 남성들이 많아진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여성들이 분홍색을 좋아하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여성스러움 자체보다 검정이나 회색, 네이비 등에 비해 투박하지 않은 섬세한 빛깔인 이유가 크다. 역으로 레드벨벳이 최근 앨범 활동에서 힙합 스타일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여성 팬들이 남성 연예인의 패션과 액세서리 출처를 찾아내 따라 하는 경우도 아름다움은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Writer

지리멸렬하게 써 왔고, 쓰고 싶습니다. 특히 지리멸렬한 이미지들에 대해 쓰고 싶습니다. 사진이나 미술 비평처럼 각 잡고 찍어낸 것이 아닌, 그 각이 잘라낸 이미지들에 대해. 어릴 적 앨범에 붙이기 전 오려냈던 현상 필름 자투리, 인스타그램 사진 편집 프레임이 잘라내는 변두리들과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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