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에는 우리나라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있었다. 개최국의 문화와 예술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동계올림픽 폐막식에는 잠비나이와 두번째달이 무대에 올랐다. 우리 귀에도 신선하고, 반대로 외국인의 귀에도 즐거운 국악 소재의 크로스오버 음악이 일반 대중에게 널리 노출된 흔치 않은 기회였다. 두 팀을 비롯해 국악을 많든 적든 활용해 전통의 혁신을 시도하는 작금의 우리 음악들을 소개해본다.

 

잠비나이 ‘나부락’(2010), ‘무저갱’(2016)

폐막식에서 울려 퍼진 비장한 거문고 리프는 잠비나이의 음악을 아는 사람이라면 다 알아차렸을 이들의 정규 1집 타이틀곡 ‘소멸의 시간’ 인트로다. 이일우(기타, 피리, 태평소), 김보미(해금), 심은용(거문고) 3인조로 출발한 팀으로, 국악기들로 퓨전국악은 물론 대중음악 전례에서도 보기 드문 충격적인 방법론과 포스트 록 지향의 강력한 사운드를 들려주며 이름을 알렸다.

잠비나이 ‘나부락’ -온스테이지 영상

2013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크로스오버 음반상’을 거머쥔 후 국내외에서 종횡무진 활약하였고 이내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도 서는 세계적인 밴드가 되었다. 소개하고 싶은 음악이 많지만, 특별히 이들의 데뷔 EP음반 타이틀곡인 ‘나부락’과 최근 정규작업 중 래퍼 이그니토와 함께 작업하여 더욱 이질적인 인상의 ‘무저갱’ 두 곡을 골라봤다. 잠비나이는 2019년 초 새 앨범 발매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잠비나이 ‘무저갱’ -EBS 스페이스 공감 라이브

 

두번째 달 ‘이별가’(2016)

잠비나이와 함께 폐막식에 모습을 드러낸 두번째 달은 본래 국악이 아닌 아이리시 음악 및 월드뮤직에 기반을 둔 크로스오버 팀이다. 2005년 발표한 데뷔 앨범 <2nd Moon>으로 그해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상’을 받았고, 긴 공백 이후 2집을 거쳐 발표한 3집 <판소리 춘향가>에서 국악의 판소리와 기존 월드뮤직 음악색을 버무린 음악으로 다시 한번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받았다.

두번째 달 ‘이별가’ -온스테이지 영상

 

고래야 ‘내일 아침에’(2016)

두번째 달이 3집에 한정해 시도한 국악과 월드뮤직의 교집합을 평시에도 친숙하게 들려주는 팀으로 고래야가 있다. 2012년 KBS <TOP 밴드 2>를 통해 화려하고 묵직한 록밴드들 틈에서 특유의 여유롭고 소박한 흥으로 활약하며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고래야 ‘내일 아침에’

 

박지하 ‘Communion’(2016)

피리, 생황, 양금 등을 연주하며 서정민(가야금)과 함께 2007년 결성한 퓨전국악 듀오 ‘숨’으로 활약하던 박지하는 2016년 발표한 <Communion>으로 솔로 연주자로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는다. 잠비나이 리더 이일우와 마찬가지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피리를 전공한 박지하는 여타 국악을 활용한 시도와 또 다르게 클래식과 재즈의 모던한 어법을 오가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연주와 음악으로 그만의 길을 개척했다. 지난 11월 27일 1집 이후 3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박지하 ‘Communion’

 

블랙스트링 ‘Mask Dance’(2016)

국악계, 재즈계 연주자들로 구성된 블랙스트링은 그간 퓨전국악이 모사해온 재즈의 즉흥성을 고스란히 차용하면서도 특정 장르의 세부적 관습에 매이지 않는 실험적인 사운드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에 따라 북유럽 최대 록 페스티벌 '로스킬레 페스티벌'에 초청을 받고, 국악 그룹으로는 처음으로 독일 유명 재즈음반사 액트(ACT)와 정규 앨범을 발매하기도 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블랙스트링 ‘Mask Dance’ -온스테이지 영상

 

씽씽 ‘노랫가락’(2017)

씽씽은 근래 가장 뜨거운 팀 중 하나이다. 경기민요 명창인 이희문을 중심으로 한 소리꾼 세 사람과 어어부 프로젝트로 유명한 음악 감독 장영규 등 연주자 세 사람이 함께 해오고 있다. 록, 힙합, 레게, EDM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음악에 우리 민요를 걸죽하게 녹여내는 전방위적인 교접과 파격적인 비주얼로 미국 공영 라디오 NPR의 간판 프로그램인 'Tiny Desk Concert(작은 책상 콘서트)’에 초대되는 등 우리나라보다 해외의 이목을 먼저 끌었다.

씽씽 ‘노랫가락’ 뮤직비디오

 

앗싸 ‘하나가 되자’(2018)

우리 소리와 보컬을 바탕으로 국적 불명의 ‘종합’을 만들어내는 일이라면 AASSA(앗싸)도 지지 않는다. 인디계 거물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 출신의 성기완이 국악 기반의 공연예술가이자 음악 감독 한여름을 보컬 및 키보드로, 각종 서아프리카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아미두 디아바테를 타악기로 영입해 결성한 팀이다. 이색적인 월드뮤직 리듬과 익숙한 장르음악 사운드의 사이로 틈입한 우리 소리의 구성진 흥이 쉽사리 예상할 수 없는 결과물로 완성되었다.

앗싸 ‘하나가 되자’ -온스테이지 영상

 

타니모션 ‘어디로 가나’(2016)

인디밴드 눈뜨고코베인의 연리목(작곡, 건반, 아코디언)을 중심으로 뭉친 타니모션은 스스로 ‘퓨전국악’이라는 굴레를 부정한다. 그것이 창작자의 출신이나 실제 음악에 상관없이 음악에 대한 인식을 한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타니모션의 음악들은 테마와 정서 위주로 완성한 첫 EP 앨범 <TAN+EMOTION>(2014)이나, 밝은 인디 팝 느낌의 트랙들로 구성한 <휘청>(2016)처럼 전통을 차용한 음악들의 뻔한 공식들로부터 벗어나 있다.

타니모션 <휘청> 타이틀곡 ‘어디로 가나’ 뮤직비디오

 

누모리 ‘구나구나’(2016), ‘작별인사’(2018)

3인조 그룹 누모리의 정준석(기타, 보컬)은 독특하게도 김덕수 일렉트릭 사물놀이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그래서인지 김소라(장구)의 쉴 새 없는 장단, 이안나(키보드, 보컬)와 정준석의 그루브 넘치는 반주 및 구수하고 쾌청한 가창의 합은 마치 사물놀이의 그것처럼 빽빽하고도 일사불란한 즐거움을 준다. 장구 무형문화재 이수자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병행 중인 김소라는 최근 임지혜(가야금)와 ‘듀오벗’으로 활동하며 누모리에서와 또 다른 서정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올해 발매한 2집에서는 정준석, 이안나를 주축으로 멤버들이 교체되어 여전한 매력과 신선한 곡들을 선보였다. 전통음악 속 처연한 슬픔의 정서를 록의 블루스와 결합한 타이틀 '작별인사'를 소개한다.

누모리 ‘구나구나’ 뮤직비디오
누모리 '작별인사' 뮤직비디오

 

 

클랜 타몽 ‘Catch’(2016)

2016년 10월 첫 싱글 발표 이후 지난 2017년 12월 정규 1집 <Enlightened by Dream>을 내놓은 클랜 타몽은 최초 그들이 표방한 국악계 라운지와는 조금 다른 결과물을 들려준다. 덥(Dub) 기반의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내세우면서도, 그 위에 국악의 장단과 판소리, 무악의 소리를 소스로 곁들여 어두우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클랜 타몽 ‘Catch’ 라이브

 

마주 ‘Slowmotion’(2017)

2017년 이제 고작 단 하나의 EP 앨범만을 발표한 에스닉 일렉트로닉 그룹 MAJU(마주) 역시 국악기와 전자음악 간 접붙이기를 시도한다. 다만 피리, 대금, 태평소 등 국악기 소리를 전면에 노출하면서도 일렉트로닉 장르의 빈번한 극적 반전 및 서사 등을 과감하게 교차하고 있다는 점, 또한 그것이 그만의 강렬한 몰입감과 쾌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마주 ‘Slowmotion’ 라이브 중 일부

 

Writer

차분한 즐거움을 좇는다. 그래서 보고 들은 것과 일상에 대한 좋은 생각, 좋아하는 마음을 글로 옮긴다. 학부 시절 네이버 파워블로그에 선정된 후 쓰기를 이어와 현재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웹진 <음악취향Y>, 잡지 <재즈피플>, 신문 <아주경제> 등에 글을 기고한다. 누구나 늘 즐겁기를 바란다. 너무 들뜨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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