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들어서 테크노 팝(Techno Pop)과 신스팝(Synth Pop)의 물결이 일며 유리드믹스, 디페쉬 모드와 같은 신흥 밴드들이 속속 등장했다. 그 와중에 독특한 쇼맨십을 보유한 테크노 스타가 세계를 강타했다. 독일에서 활동하던 네덜란드 국적의 뮤지션 타코(Taco)였다. 그는 1930년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작곡한 어빙 벌린(Irving Berlin)의 브로드웨이 히트곡 ‘Puttin’ on the Ritz’를 테크노로 되살려 유럽과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백만 장이 넘는 싱글 음반을 판매하였다. 무대에서 독특한 목소리와 여유만만한 몸동작과 탭댄스를 연출하는 독보적인 비디오 스타가 등장한 것이다. 1930년대의 오리지널과 그의 1980년대 테크노 버전을 비교해 들어보자.

타코의 최대 히트곡 ‘Puttin’ on the Ritz’, 중독성 있는 비주얼과 사운드를 연출한다
1930년대 오리지널 뮤지컬 곡 ‘Puttin’ on the Ritz’(Singer: Fred Astaire)

타코는 자카르타 태생의 인도네시아인으로 어릴 적부터 가족을 따라 네덜란드, 미국, 싱가포르, 룩셈부르크, 벨기에, 독일 등 세계를 돌아다니며 살았다. 벨기에 국제학교에서 인테리어를 전공했고, 독일 함부르크에서 연기학교를 다니며 뮤지컬 제작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독일의 대형 음반사 폴리도르(Polydor)가 그를 발굴하여 두 장의 음반을 냈는데, 첫 싱글 <Puttin’ on the Ritz>(1982)부터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이 기세를 몰아 스윙시대의 히트곡 ‘Singing in the Rain’(1929)과 ‘Cheek to Cheek’(1935)도 끄집어내 테크노풍으로 리바이벌하였다.

타코의 두 번째 싱글 ‘Singing in the Rain’(1983)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1952)의 삽입곡으로 유명해진 진 켈리의 ‘Singing in the Rain’

독특한 쇼맨십과 능청스러운 표정연기로 TV 쇼와 이벤트 행사 출연기회는 끊이지 않고 이어졌지만 첫 싱글 ‘Puttin’ on the Ritz’와 같은 흥행은 재연되지 않았다. 새 음반을 계속 발표했지만 본토라 할 수 있는 독일에서조차 50위권에 들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하락세가 두드러지며 ‘One-Hit-Wonder’(대중음악에서 한 개의 싱글만 큰 흥행을 거둔 아티스트)로 마감하는 듯했다. 해가 갈수록 신작 발표는 접어둔 채 독일에 머무르며 TV 드라마에 배우로 출연하는 일이 잦아졌고 가끔 갈라쇼에 출연하는 것이 전부였다.

‘Let’s Face Music and Dance’(1984). 어빙 벌린이 1936년 작곡한 뮤지컬 곡이다

한동안 미디어에서 자취를 감춘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러시아에서였다. 2009년 러시아 1TV의 <Songs of 20th Century> 프로그램과 모스크바의 올림픽 스타디움의 공연에 출연, 히트곡 ‘Puttin’ on the Ritz’을 다시 부르며 환호를 받았다. 그는 한동안 러시아에 머무르면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이듬해에는 미국에 레트로 붐이 일며 이 곡을 일렉트로 스윙 리듬으로 리믹스하여 출반하며 한동안 잊혀진 유명세를 되찾았다.

일렉트로 스윙곡으로 리믹스한 ‘Puttin’ on the Ritz’

그는 60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독특한 가창력과 퍼포먼스, 그리고 전공을 살린 무대 연출로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한다. 팬들은 한결같이 ‘Puttin’ on the Ritz’를 부를 것을 연호하니, ‘One-Hit-Wonder’ 또는 ‘Mr. Puttin’ on the Ritz’로 불리는 것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