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매스니(Pat Metheny)가 음악 분야에서 이룬 업적은 실로 대단하다. 생애 20차례 그래미상을 받았으며, 42개의 음반을 발매해 전 세계에서 2천만 장 이상을 판매했다. 비록 활동 분야는 다르지만, 애플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가 IT 분야에서 이룬 업적과 필적할 만하다. 두 사람을 성공으로 이끈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몇 가지 특징들이 있다.

 

개인 유니폼

잡스가 항상 터틀넥 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신제품 발표회에 나오듯, 매스니는 늘 줄무늬 라운드 티셔츠를 입는다. 패션에 신경 쓰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본업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잡스의 자서전에 의하면, 그는 똑같은 터틀넥 셔츠 수백 벌을 한꺼번에 구매하여 옷장에 쌓아 놓고 한 벌씩 꺼내 입었다고 한다. 매스니는 이에 대한 팬의 질문에 “스타일과 패션에 대한 무관심”이라고 답하면서 “뮤지션은 냉장고 수리공 같은 서비스직이라고 생각하며, 같은 옷을 입음으로써 정말 중요한 것들에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 칠레 산티아고에서 특유의 줄무늬 라운드셔츠를 입고 연주하는 팻 매스니

 

옛것을 고집하지 않는 혁신성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매킨토시에서 아이폰까지 항상 새로운 제품, 기능, 디자인으로 변신을 거듭했다. 팻 매스니도 그의 밴드 팻 매스니 그룹(PMG)에 오리지널 멤버 3명 외에는 항상 다른 멤버를 영입하거나 수많은 콤보에 참여해 자신의 음악에 적극적인 변화를 꾀하였다.

매스니는 새로 개발한 악기를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악기 제조사들은 신제품이 나오면 먼저 매스니에게 제공하며, 매스니는 그 악기의 소리에 맞는 음악을 만들어 냄으로써 현대 악기의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그리고 밴드 멤버들에게도 다양한 악기들을 소화하여 멀티 인스트루멘털리스트가 될 것을 독려한다.

▲ 2005년 몬트리올에서 역시나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48줄짜리 피카소 기타와 롤랜드 기타 신시사이저를 연주하는 팻 매스니

 

국적을 초월하는 글로벌 마인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유세 당시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하게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애플은 디바이스 매출이 주수입원인 하드웨어 회사지만, 자체 공장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 세계 부품 제조사에서 구매하여 완제품 대부분을 중국 등지에서 조립한다. 국적이 없는 진정한 글로벌 회사인 셈이다.

매스니는 전 세계에서 젊은 인재를 영입하여 음악에 접목한다. 그의 밴드에 영입된 쿠옹 부(베트남), 안토니오 산체스(멕시코), 리차드 보나(카메룬), 페드로 아즈나(아르헨티나)를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의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접목했다. 또한, 전성기 시절에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1년에 120~240일의 공연을 소화하였다. 이들도 애플처럼 글로벌 생산과 글로벌 서비스를 실현하는 셈이다.

▲ 아프리카 출신의 리차드 보나, 아시아 출신의 쿠옹 부, 남아메리카 출신의 안토니오 산체스로 진용을 짠 2000년대 팻 매스니 그룹

팻 매스니 그룹이 1989년 발표한 ‘Dream of the Return’이란 아름다운 곡이 있다. 아르헨티나의 인기 싱어송라이터 페드로 아즈나(Pedro Aznar)가 스페인어 가사와 보컬을 담당했는데, 그중 한 구절은 두 사람의 중단 없는 인생 항로를 뜻하는 듯하다.

Travel the whole life on the blue calm or foundering in storms.
(고요한 푸른 바다거나 폭풍우에 흔들릴지라도 평생을 떠돌아 다닌다.)

Little matters the way if some port awaits.
(가까운 항구가 기다리는 항로인지는 전혀 중요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