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인스타그램 #비주얼맵>은 지금 주목할 만한 젊은 비주얼 아티스트들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소개하고, 이들의 작업에 접근하는 간단한 가이드를 제시합니다.

밴드 무키무키만만수의 앨범커버 사진,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와 한받 등을 촬영한 사진으로 알려진 사진가 이차령이 인스타그램에 처음 올린 이미지는 풍경사진이다. 인물이건 풍경이건 이차령의 사진은 언뜻 심심하게 보일 정도로 구성이 화려하거나 요란하지 않다. 정서적 표현은 무덤덤한 편에 가깝다. 스냅사진이면서 순간의 포착으로 말미암은 흥분이나 호들갑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래서 흔히 젊은 사진가들에게 붙여지는 “반짝이는"이나 “기발한” 같은 단어들로 그를 수식하자면 어딘가 어색하지만, 팔짱을 끼고 곁눈질 하는 냉소적인 태도도 이차령의 몫은 아닌 것 같다. 잠깐 멈춰서 미간을 찌푸리고 흐릿한 어떤 곳을 꽤 시간과 공을 들여 응시할 때의 기분과 태도. 어쩌면 이차령의 사진을 본다는 것은 이쪽에 가까울 지도 모른다.

이차령의 풍경사진에서 때로 제주도는 1950년대 남아메리카 개발도상국처럼 보이고 2008년의 한강변은 10년 전 신문에 인쇄된 아파트광고를 오늘 문득 주운 것처럼 복잡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는 기술적으로 사진의 일부를 확대하거나 이미 현상된 사진이나 모니터 화상 재촬영 등의 조작으로 거칠게 변형된 색점의 효과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복합적인 감상의 발생은 기술적 효과보다도, 사물에 접근하는 작가의 담백한 태도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서사나 메세지의 가능성을 되도록 배제하면서도 묘사되는 상황과 사물에 충실하도록 균형을 잡는다.

이차령의 사진에서 풍경은 늘 보고 있고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주목하지는 않았던 ‘환경'에 가깝다. 주변이 새롭게 보인다는 건 종종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는 비일상적인 체험이지만 우리는 기억을 구체적 사건과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해버린다. 그래서 표현하기 모호한 감각적 경험은 ‘분위기’나 ‘기분’으로 뭉뚱그려져 멀리 밀려난다. 이차령의 사진에 어떤 ‘공기’가 맴돌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어쩌면 당신이 그 비일상적 체험의 내밀한 기억과 날카로워진 감각을 재생시키는 중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초점을 맞추거나, 초점을 잃고 시야가 흔들릴 때의 잠깐 동안과 같이, 흐릿함과 선명함이 상보적임을 깨닫게 되는 경험과 이차령의 사진을 보는 일은 닮아있다.

 

타이틀 이미지 밴드 무키무키만만수 앨범커버사진

 

작가소개
2008년 즈음부터 인디뮤지션들을 비롯한 인물사진을 촬영하며 활동을 시작, 2014년에는 첫 번째 사진집 <더티 핏 Dirty Feet>을 출간하였고 다양한 잡지와 프로젝트에 사진 및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참여하였다. 이강혁, 이윤호와는 3인 사진가의 모임인 AMQ를 만들어 전시와 프로젝트를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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