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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좋았고 평가도 괜찮았다. AMC의 범죄 드라마 <킬링>으로 주목을 끈 작가 겸 제작자 비에나 수드(Veena Sud)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7초(Seven Seconds)>로 돌아왔다. 이 드라마는 여러모로 <킬링>과 유사한 점이 많다. 개인적인 문제를 안은 채 수사에 매진하는 두 주연이 있고 여성이 문제 해결의 중심에 선다. 처음에는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던 그들은 매회가 지날수록 정이 쌓이고 손발이 맞는다. 조연 캐릭터의 비중도 주연 못지않으며 연기도 뛰어나다. 원작이 있다는 점도 같다. 덴마크 드라마를 가져온 전작처럼, <7초>는 러시아 영화 <더 메이저>(2013)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넷플릭스 드라마 <7초> 예고편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킬링>과는 달리, <7초>는 미국의 현실적인 사회 문제를 다룬다. 뉴욕 인근 저지시티의 공원에서 임신 중인 부인이 입원한 병원으로 급히 차를 몰던 경찰이 자전거를 탄 10대 소년을 치고 이를 방치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백인 경찰과 흑인 피해자, 그리고 그들의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범죄집단과 부패 경찰 간의 커넥션, 10대 청소년의 암울한 미래상, 여기에 종교와 성소수자 간의 갈등에 전역 군인의 사회적응 문제까지 짚어 나간다. 그러다 보니 상황 전개나 문제 해결은 더딜 수밖에 없다. 영국의 <가디언(The Guardian)> 지는 “자극적인 드라마인데 시간이 너무 걸린다”는 평을 남겼다.

주인공 역의 영국 배우 클레어 호프 아쉬테이(Clair-Hope Ashitey) 인터뷰

 

미국 <복스(Vox)>의 평론가는 “그리 재미있지는 않지만 묘한 중독성이 있다”며, 한두 에피소드를 보고 지루해서 중도 포기했다가 다시 시청하는 행태를 반복하며 결국 끝까지 봤다는 고백을 덧붙였다. 2018년 2월 첫 시즌 10편이 모두 공개되었지만 여러 사회문제를 제기하였을 뿐 제기된 문제를 마무리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다분히 다음 시즌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이나, 아직 넷플릭스는 시즌 2에 대한 언급이 없는 상태로 한 개 시즌으로 끝날 가능성도 보인다.

오프닝 곡, 영국 소울가수 마이클 키와누카의 ‘Love and Hate’

드라마의 제목이 <7초>인 배경은 시즌1이 끝날 무렵 드러난다. 피의자가 양심과 정의를 따를지 현실과 타협하고 불의의 길을 갈지 고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이 7초라는 짧은 시간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따라 주위의 모든 상황이 달라진다. 흥미진진한 형사 스릴러보다 사회문제를 파헤치는 드라마를 선호하는 시청자라면 <7초>는 꽤 흥미진진한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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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초> 에피소드 2의 조나단 드미 감독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면, 시즌 1의 두 번째 에피소드가 명감독 조나단 드미(Jonathan Demme)의 유작이라는 점이다. 영화 <양들의 침묵>(1991)으로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등 그해 유수의 감독상을 휩쓸고, <필라델피아>(1993), <맨츄리안 캔디데이트>(2004)와 같은 사회이슈를 다룬 영화를 감독하여 명성을 떨쳤다. 그는 <7초>의 에피소드 2을 제작한 후 식도암으로 투병하다 2017년 4월 26일 중 생을 마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