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두들은 여러 음악을 좋아합니다. 그중에는 일본 음악도 있고요. 일본 음악에 별로 관심이 없거나, 심지어 반감을 품은 분도 계시겠지요. 그리고 어떤 분은 예전에 기회가 있어서 일본 음악을 조금 들어보았지만,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 요즘은 어떤지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인디포스트>에서는 조금 편안한 기분으로, 골든두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요즘의 일본 음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 두 번째 주제는 ‘시부야케이는 어떻게 되었는가?'입니다.

 

시부야케이. 시부야도 알겠고, 케이도 알겠는데, 시부야케이가 무엇인지는 명확히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시부야는 도쿄에 있는 번화가이며 젊은이들이 많이 가는 곳이지요. 케이는 계(系)입니다. 계통 내지 부류라고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 일본 대중음악에서 시부야케이라고 하면, 1990년대 초반 등장하기 시작한 새로운 흐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젊은 뮤지션들은 이전부터 꾸준히 다양한 세계의 음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새롭고 멋있는 음악을 하기 위한 시도를 이어왔고, 이 시기에 그런 노력의 결실이 주류로 솟아오르면서 거대한 유행을 끌어냈습니다. 골든두들이 이야기하고 싶은 시부야케이는 파도의 정점에 올랐던 당시의 핵심 뮤지션부터, 물결이 잔잔해질 때까지 그 흐름을 탔던 뮤지션까지 포함합니다. 따라서 소개하는 뮤지션 중에는 시부야케이에 포함하는지가 논란인 경우도 있다는 것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노미야 마키, 가장 높은 파도

시부야케이를 왕국에 비유하면, 여왕은 노미야 마키(Maki Nomiya)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미야는 시부야케이의 대표적 밴드 피치카토 파이브(Pizzicato Five)의 보컬로 유명한데요. 이 팀은 1984년 결성한 이래 여러 번 복잡한 멤버 교체가 있었지만, 노미야가 멤버로 가입한 1990년부터 가장 높은 자리로 올라가게 됩니다. 피치카토 파이브 음악의 핵심인 코니시 야스하루와 스타일 아이콘 노미야 마키의 결합은 이전 시대 서양 음악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시부야케이를 다시 서양으로 전파하는 업적을 이룹니다. 그 시절의 PV를 하나 보실까요. 1991년 발표한 노래 ‘Twiggy Twiggy / Twiggy Vs. James Bond’입니다. 과연 ‘해피’, ‘캣치’, ‘그루비’, ‘펑키’가 캐치프레이즈였던 팀의 음악과 영상답습니다.

Pizzicato Five ‘Twiggy Twiggy / Twiggy vs. James Bond’

노미야는 보컬리스트로서만이 아니라 피치카토 파이브의 겉으로 드러나는 모든 이미지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는데요. 2001년 팀이 해산한 이후에도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Miss Maki Nomiya’로서 솔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꾸준히 앨범을 내고 에세이도 쓰고 패션과 코스메틱을 프로듀스하기도 하면서요. 이전의 ’그루비’와 '펑키’가 줄어든 자리에 ‘엘레강스’가 들어온 모습입니다. 2012년에는 다양한 아티스트를 각 트랙의 프로듀서로 초대해 30주년 기념 셀프 커버 앨범 <30 〜Greatest Self Covers & More!!!〜>를 냅니다. 이후엔 '노미야 마키, 시부야케이를 노래하다'라는 테마로 세 장의 앨범을 발매하는데요. 이 연작에서 노미야는 피치카토 파이브의 옛 노래들은 물론 시부야케이 음악의 근원이 된 다양한 노래들을 라이브로, 혹은 스튜디오 레코딩으로 들려줍니다. 그중에서 가장 최근에 발표한 트랙을 소개하면, 끌로드 를르슈 감독의 영화 <남과 여>(1966) 주제가입니다. 곡을 만든 프란시스 레이 역시 시부야케이에 많은 영향을 끼친 영화음악가죠. 오랫동안 피치카토 파이브를 같이 이끌었던 코니시가 일본어 가사를 붙여 더욱 특별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노미야 마키 ‘男と女’ (feat. 요코야마 켄 of 크레이지 켄)

 

CAPSULE, 찬란한 빛으로 물든 물결

CAPSULE은 Perfume과 캬리파뮤파뮤의 프로듀서로도 유명한 나카타 야스타카와 보컬 코시지마 토시코의 유닛입니다. 나카타는 작곡, 연주, 편곡, 엔지니어링은 물론 재킷의 아트워크와 디자인도 합니다. 이런 면에서는, 피치카토 파이브에서 노미야를 아이콘으로 내세우고 자신은 뒤에서 모든 것을 지휘했던 코니시와 비슷한 포지션이라고 할 수도 있지요. 이런 편집자적 태도와 다양한 요소를 끌어들이는 음악 스타일 때문인지, CAPSULE은 활동 시기가 비교적 늦은 편인데도 시부야케이의 카테고리에 무리 없이 들어가는 편입니다. 먼저 데뷔곡 ‘さくら(사쿠라)’를 들어보실까요.

CAPSULE  ‘さくら(사쿠라)’

 

CAPSULE은 2007년 앨범 <FLASH BACK>의 성공 이후 계속해서 앨범들을 히트시키며 일본 일렉트로니카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나카타는 Perfume과 캬리파뮤파뮤 외에도 MEG, SMAP, m-flo 같은 다양한 아티스트에게 곡을 제공했으며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의 리믹스곡을 만들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다양한 영화 음악을 비롯하여 드라마 <라이어 게임>과 지브리의 단편 영화 <쥬디・제디>, 만화 <원피스>의 전시회 음악을 만드는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다가 마침내 2016년 리우올림픽 폐막식의 <도쿄 쇼> 댄스 퍼포먼스 음악을 작곡하게 됩니다. 최근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누구>(2016)의 주제가 ‘NANIMONO’의 뮤직비디오를 같이 보실까요.

나카타 야스타카 ‘NANIMONO’(feat. Kenshi Yonezu)

 

Sunny Day Service, 파도가 물러난 풍요로운 갯벌

서니 데이 서비스(Sunny Day Service)를 시부야케이라고 하기에는 여러모로 곤란한 점이 많지요. 그럼에도 서니 데이 서비스를 다루는 이유는 밴드를 시작하는 동력을 시부야케이가 일으켜 놓은 파도의 힘에서 받았고, 이후 펼쳐 나간 활동에서 시부야케이를 좋아했던 어떤 사람들의 소망을 꾸준히 이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2000년까지의 서니 데이 서비스는 ‘포스트 시부야케이’ 랄까요. 탈(脫)의 의미로도 그렇고 후기(後期)의 의미로도 그렇습니다.

서니 데이 서비스는 노래 부르고 기타를 치는 프론트 맨 소카베를 중심으로 1992년 결성했습니다. 앨범 <若者たち(젊은이들)>을 시작으로 <東京(도쿄)>, <愛と笑いの夜(사랑과 웃음의 밤)>, <サニーデイ・サービス(서니 데이 서비스)>, <24時>, <MUGEN>, 그리고 <LOVE ALBUM>을 2000년에 내놓기까지, 포크에서 로큰롤, 일렉트로니카에 이르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며 빼어난 곡들을 뽑아냈습니다. 그중에서 <24時> 앨범에 수록한 ‘今日を生きよう(오늘을 살아요)’를 감상해 보시죠.

서니 데이 서비스 ‘오늘을 살아요’

여담이지만, 소카베는 우동으로 유명한 고장 카가와 출신답게 역시나 우동을 좋아하며 티비 방송에 우동 마니아로 출연하기도 하는 등 ‘우동 대사’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요. 더 재미있는 것은, 밴드의 베이스 멤버 다나카는 이름난 라면 애호가로 일 년에 600그릇 정도의 라면을 먹는다고 하며, 역시나 라면 평론가로 티비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2000년 밴드가 해산한 이후, 소카베는 솔로로 활동하며 지속적으로 훌륭한 앨범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후 2008년에는 서니 데이 서비스를 재결성해 밴드로서의 활동도 이어나가고 있지요. 그러다 드러머 마루야마가 건강이 좋지 않아 2016년 2월부터 잠정적인 휴식을 하게 됩니다. 그래도 밴드는 계속 작업을 이어나가며 2016년 8월 새 앨범 <DANCE TO YOU>를 내놓습니다. 앨범의 수록곡 ‘セツナ(세츠나)’를 소개하면서 ‘시부야케이는 어떻게 되었는가?’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다음 주제는 ‘일본의 인디 음악은 어떻게 되어 가는가’입니다.

서니 데이 서비스 ‘세츠나(순간)’

 

▲ 골든두들 멤버 박태성, 에레나(aka 정우민). 사진 박의령
Writer

골든 리트리버 + 스탠다드 푸들 = 골든두들. 우민은 '에레나'로 활동하며 2006년 'Say Hello To Every Summer'를 발표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2012년 IRMA JAPAN 레이블에서 'tender tender trigger' 앨범을 발표하였다. 태성은 '페일 슈', '플라스틱 피플', '전자양'에서 베이스 플레이어로, 연극 무대에서 음악 감독으로 활동하였다. 최근에 여름과 바다와 알파카를 담은 노래와 소설, ‘해변의 알파카’를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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