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와 호이가>

2018ㅣ감독 이재용ㅣ출연 안소희, 연우진ㅣ11분

몽골 유목민 ‘아노’(안소희)와 ‘호이가’(연우진)는 풋풋한 연인 사이다. 아노는 몇 번이고 원치 않는 스킨십을 시도하는 호이가를 힘으로 밀쳐버리고 “여자가 아니라면 아닌 거야”라며 단호하게 말한다. 그리고는 그냥 가버리면 태워주지 않겠다는 호이가의 말을 뒤로 한 채 희고 차가운 설원을 홀로 걸어간다.

아노와 호이가 사이에는 긴 대화나, 격렬한 감정의 변화가 일지 않는다. 영화는 단 몇 줄의 대사와 연인 사이에 일어나는 보편적인 상황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호이가의 무례한 질문이나 막무가내의 행동에 무작정 흥분하거나 화를 내지 않고,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아노의 꼿꼿한 태도는 일말의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가봐야겠어, 낙타가 만삭이야. 곧 아이가 나올 거야.”
“그렇게 예쁘게 꾸미고 낙타를 돌보러 간다고?”
“왜? 그럼 안 돼?”
“솔직히 말해.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이러는 건데?”
“남자가 여자 맘을 알 리가 없지. 남한테 잘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거든.”

 

<아노와 호이가>는 2013년부터 세계 모든 여성의 행복을 응원하며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 랑콤이 ‘2018 우먼스 위크’ 캠페인의 일환으로 제작한 단편영화다. 영화 <여배우들>(2009), <죽여주는 여자>(2016) 등을 연출한 이재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연우진과 안소희가 재능기부로 출연했다. 연우진의 물 흐르듯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연기도 믿고 볼 만 하지만, 한층 깊어진 여유와 본인만의 맑고 차분한 분위기로 극을 빈틈없이 채운 안소희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의 마지막, 발자국을 찍으며 티 없이 희고 깨끗한 설원을 담담히 걸어가는 아노의 뒷모습에서 그가 추구하는 여성으로서의 주체적이고 행복한 삶의 모습을 본다.


“갈게. 며칠 뒤에 와. 어둠이 뚜껑을 닫는 시간에.”(아노)
“너 안 태워다 준다. 곧 늑대들이 울부짖을걸?”(호이가)
“그러시든가. 여자가 아니라면 아닌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