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night Sister <Saturn Over Sunset>(2017) 앨범커버

영화 <라라랜드>(2016) 이후 로스앤젤레스의 이미지는 그 유명한 할리우드 싸인 아래 자신만의 꿈을 꾸는 아티스트들이 모여 살고 있을 법한 동화적인 이미지가 되었다. L.A. 출신의 밴드 ‘미드나잇 시스터(Midnight Sister)’의 데뷔앨범 <Saturn over Sunset>(2017)은 그러한 이미지를 더욱 확고하게 하는 파스텔톤 핑크과 블루가 뒤섞인 앨범커버로 시선을 끈다. 비밀스러운 커튼을 걷어 그들의 음악 속으로 빠져보자.

 

Midnight Sister

미드나잇 시스터는 라이브 공연을 할 때는 현악 및 리듬 멤버들이 추가되어 활동을 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줄리아나 지라프(Juliana Giraffe)와 아리 발루지안(Ari Balouzian) 두 명의 멤버로 이뤄진 혼성 듀오의 포맷을 취한다. 하지만 팀명에는 ‘자매(Sister)’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성별에 대한 사람들의 획일화된 편견을 깨버린다.

줄리아나 지라프는 음악 이전에 영화 및 뮤직비디오 감독 등 활동을 통하여 시각 작업을 해왔으며, 데이빗 보위(David Bowie)와 디스코 음악에 큰 영향을 받았다.

Juliana Giraffe

 

Juliana Giraffe ‘Blue Velvet’ (Cover Video)


Lana Del Rey ‘Blue Velvet’ (Official Video)

 그가 미드나잇 시스터 앨범 발매 전에 작업한 ‘Blue Velvet’ 커버 영상은 1950년대 활동했던 바비 빈튼(Bobby Vinton)이 부른 버전이 원곡으로 데이빗 린치 감독의 유명한 컬트영화 <블루 벨벳>(1986)의 모티브가 된 노래이기도 하다. 이 노래는 2012년에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가 커버하여 H&M 캠페인에 활용되기도 하였으며, 줄리아나 지라프의 커버 버전을 통하여 미드나잇 시스터 특유의 복고적이며 아련한 분위기를 앞서 살펴볼 수 있다.

 

Iggy pop ‘Sister Midnight’(featuring.David Bowie) (Live Audio)

또한, ‘미드나잇 시스터’라는 이들의 팀명은 이기 팝(Iggy Pop)과 데이빗 보위가 함께 한 ‘Sister Midnight'이라는 노래에서 따 온 것으로 추측된다.

 

Midnight Sister

또 다른 멤버 아리 발루지안은 클래식 음악 활동을 해왔으며, 2015년 당시 유망주로 주목받았던 캐나다 출신 싱어송라이터 토비아스 제소 주니어(Tobias Jesso Jr.)의 엔지니어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멤버들의 다양한 경험 덕분인지 그들의 데뷔 앨범은 신인답지 않은 노련한 완성도를 보여주며, ‘오케스트라 팝’이라는 독특한 장르로 주목받았다.

Midnight Sister ‘Leave You’ (Official Video)

‘Leave You’는 밴드가 첫 번째로 정식 완성한 결과물로, 밴드캠프에 곡을 올리면서 인디레이블 ‘Jagjaguwar’와 연결되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그들이 사는 L.A.에서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데뷔앨범의 전체적인 테마 ‘도시’에 대한 화려함과 그 이면의 쓸쓸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한다.

 

Midnight Sister ‘Blue Cigar’ (Official Video)


Oscar Schlemmer ‘Bauhaus Ballet’ (Short Version)

정교하고 아름다운 ‘Blue Cigar'의 뮤직비디오 크레딧에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눈에 띈다. 바우하우스 풍의 발레 댄서, 연금술사, 랍스터, 그리고 스페이스 콘돔(!)까지. 통통 튀는 듯한 흥겨운 분위기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사운드는 1960~70년대 활동했던 카펜터스(Carpenters)가 주로 사용하기도 한 ‘윌리처(Wurlitzer)‘일렉트릭 키보드 특유의 빈티지한 톤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Midnight Sister ‘Clown’ (Official Video)

앨범 후반부에 실린 곡 ‘Clown'의 뮤직비디오는 발랄한 느낌이 들었던 앞선 노래들과는 달리, 싸구려 모텔 건물에서 비쳐오는 밤의 네온 라이트 아래에서 늙은 광대가 홀로 쓸쓸히 춤을 추다가, 젊고 아름다운 여성과 함께 손을 맞잡은 채 춤을 추고, 이윽고 서로 안녕을 고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최근 광대가 등장하는 공포영화들이 많아지면서 아이들의 친구였던 광대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비춰지게 되어, 미국 내에서 광대의 숫자가 점점 더 적어지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짧은 단편영화 같기도 한 이들의 뮤직비디오를 보다 보면 꼭 광대에 국한해서만이 아니라, ‘시대가 변함에 따라 사라지는 어떤 것들‘에 대한 어쩔 수 없는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느낌을 준다.

 

Midnight Sister

이처럼 과거의 다양한 레퍼런스를 적절하게 활용하면서도 자신들만의 유니크한 색깔을 만들어낸 미드나잇 시스터가 다음에는 또 어떤 그들만의 깊은 밤의 세계를 만들어낼지,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ㅣ필자소개ㅣ
유유 eueu
서울에서 살아가는 생활인이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노래로 지어 부르고, 여기가 아닌 어딘가 다른 낯선 세상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작업자. 다른 사람들의 작업을 보고, 듣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유유'는 한자로 있을 '유'를 두 번 써서 '존재하기에 존재한다'는 뜻으로 멋대로 사용 중. 엠비언트 포크를 기반으로 한 몽환적인 사운드의 밴드 '유레루나' 활동도 병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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