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tance & Try>

2013ㅣ감독 신일ㅣ출연 존 데이비드 그레고리, 베로니카 에이브러햄, 안나 카ㅣ6분

마주 잡은 손과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가능했던 소통. 시간이 흐름에 따라 소통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거리감이 남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남자의 노력.

영화는 ‘거리’(Distance)와 ‘노력’(Try)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전반부에서 부부 사이의 소통의 부재를 이야기한다면, 후반부에서는 닫힌 딸의 마음을 열기 위한 아버지의 노력을 그린다. 영화는 누구보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두 사람이 식탁에 마주 앉아 식사를 할 때, 심리적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식탁의 물리적 거리도 따라서 멀게 느껴지는 아이러니를 짧은 몇 개의 쇼트와 벌어지는 철자 사이의 거리를 통해 간결하고도 임팩트 있게 전달한다.

일본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한 신일 감독이 극본과 연출을 맡은 6분 길이의 짧은 단편영화로, 2013 SNS 3분영화제 시즌3 단편부문을 수상한 작품이다. 감독은 세련된 영상과 간결한 스토리 라인을 기반으로, 별다른 대사 없이도 인물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생생히 펼쳐냈다. 언어는 소통의 도구에 지나지 않고, 그 본질은 소통을 하려는 ‘노력’에 있다는 것은 곧 감독이 전하려는 핵심적인 메시지다.

 

영화의 마지막, 남자는 집 앞에 버려진 기타를 발견하고 딸에게 기타를 튕기며 노래를 들려준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를 건넨다. 검은 화면에 떠오른 ‘Try’라는 단어의 철자 사이 간격이 점점 좁혀진다. 그렇다고 해서 이 둘의 관계가 극적으로 가까워지거나 친밀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닫힌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 끊임없이 두드리고 기다리는 노력을 서로 해 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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