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피카, 정크야드, 시황, 92914… 몰랐다면 꼭 알아 두어야 할 실력파 뮤지션들이 마침 봄을 맞아 새로운 노래를 들려준다. 겨울과 봄의 경계에서 서성일 당신을 위한 새봄의 플레이리스트.

*앨범 발매 순으로 작성.

 

92914
<Okinawa>(2018.2.14)


2017년 데뷔한 듀오 92914는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드는 음악을 한다. 데뷔 EP <Sunset>이 그랬듯 이번에 발매한 싱글 <Okinawa>에서도 푸른 바다, 혹은 야자수가 나란히 선 휴양지에서 느낄 법한 정서가 떠오른다. 깨끗하고 단정한 사운드가 표현해내는 나른한 바이브는 92914의 음악이 주는 가장 큰 매력. ‘생각의 흐름을 해치지 않고, 시야를 방해하지 않고,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음악. 뒤에 머물러 있지만, 다시 돌아왔을 때 충분한 음악’을 지향한다는 이 듀오의 행보를 눈여겨보자. 덧붙여 92914라는 독특한 이름은 작업실 주소에서 따왔다고 한다.

 

정크야드(JNKYRD)
<나아안(Very Korea)>(2018.2.21)


세련된 사운드의 힙합, 알앤비를 표방하며 진보(Jinbo), 밴드 혁오의 임현제 등과의 협업 작업을 해온 뮤지션 정크야드가 새로운 생글 <나아안(Very Korea)>을 발표했다. 노래인듯 랩인듯 무심하게 내뱉는 창법과 매번 종잡을 수 없이 변주하는 장르, 이전에 선보였던 음악과 닮은 듯 다른 복고적인 질감의 사운드가 매력적인 곡. 서울이 내려 보이는 산 정상 아래 사는 정크야드가 매일같이 도시를 내려다보면서 느끼는 생경함, 헛헛한 마음들을 툭툭 끊어지는 전자음과 뮤직비디오 속 덕지덕지 붙여 놓은 사진들을 통해 덤덤하게 전달한다.

 

해쉬스완(Hash Swan)
<Alexandrite>(2018.2.21)


프로그램은 끝났지만 우수한 실력과 매력을 겸비한 래퍼들의 활동은 본격적인 날개를 폈다. 홈즈크루, 파이랩스 크루로 활동하던 시기를 거쳐 일리네어 산하 앰비션 뮤직(Ambition Musik)에 영입되며 쉬지 않고 자신의 작업물을 발표해온 해쉬스완의 행보는 단연 눈에 띈다. <Alexandrite>는 그가 <Shangri-La> 이후 약 1년 만에 내놓는 EP다. 힘을 뺀 듯 부드럽고 나른하게 흘러가는 로우톤의 랩과 넘치는 법 없는 절제되고 세련된 사운드는 해쉬스완이 추구하는 ‘칠(Chill)’함 그 자체이다. 더 콰이엇, 딘, 그레이 등 피처링을 맡은 뮤지션들은 해쉬스완의 앨범 안에서 마치 한 줄기로 모여든 듯한 조화로움을 보여준다.

 

홍갑
<볕이 드는 날>(2018.2.22)


싱어송라이터 홍갑이 싱글 <볕이 드는 날>을 발매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감정처럼 이 노래는 잔잔하고 따뜻하다. 특별히 튀거나 도드라지는 부분은 없지만 그래서 더욱 평안하다. 홍갑은 이 곡을 쓰고 난 후 자신의 노래를 바라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누군가 이 노래를 불러주길 바랐다. 덕분에 이 곡은 오지은이 부르게 되었는데, 홍갑의 곡에 얹힌 그의 목소리는 더할 나위 없다. 오지은이 담백한 소리로 구절구절 따뜻한 노랫말을 읊조리고 홍갑의 피아노는 사이사이를 채운다. 봄볕을 맞으며 노곤한 채 듣기에 딱 좋은 노래다.

 

씨피카(CIFIKA)
<Prism>(2018.3.2)


씨피카가 두 번째 EP <Prism>을 발표했다. 2016년 그는 말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씨피카의 패션과 스타일, 음악은 국내 음악 신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 만큼 독특하며 신선했고, 이 덕에 지난 28일 열린 제15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최우수 댄스 & 일렉트로닉 노래 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Prism>에서는 한결 편안해진 씨피카의 음악을 만날 수 있다. 그는 이번 앨범에서 사랑, 갈등, 고민 등 살면서 누구나 맞닥뜨리는 주제를 자신만의 색으로 노래한다. 타이틀곡 ‘말하려고 했던 말’ 역시 사랑하는 이를 앞에 둔 사람의 불안과 벅찬 마음을 풀어낸 곡. 두 번째 EP를 통해 그는 자신의 영역이 어디까지 넓어질지 기대하게 만든다.

 

시황(Sihwang)
<설맹(Snow Blindness)>(2018.3.3)


검정치마의 기타리스트이자 밴드 ‘고무동력기’의 리더 윤시황이 솔로 데뷔 싱글을 발표했다. 이번 싱글 <설맹>에서는 고무동력기에서 보여준 음악 세계보다 한층 섬세하고 세련되게 정제된 그만의 감수성을 확인할 수 있다. ‘설맹’을 플레이하면 눈앞에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설경이 펼쳐진다. 짧은 드럼 인트로에 이은 일렉 기타 선율이 마치 햇살에 반짝이는 눈처럼 찰랑거린다. 긴긴 겨울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채 다가오는 봄을 향한 새로운 발걸음을 망설이며 겨울과 봄, 그 경계에서 서성거리는 우리들의 마음을 대변한, 어쩐지 아득하고 아련한 감성의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