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점’은 꼭 밖에서 ‘어떤 물건’을 팔고 있는지 알아보기 쉽게 만들어야 할까. 눈에 띄는 간판과 속까지 훤히 보이는 통유리창을 내세워 ‘제발 알아달라고 외치는’ 가게들과 달리, 밖에서 보기에 무엇을 하는 곳인지 짐작하기조차 어려운 상점들이 늘어나고 있다. 유행처럼 번지며, 저마다의 사연으로 다른 겉과 속이 다른 가게들을 만나봤다.

 

혜화 와인바 ‘수도원’

마법 학교나 중세 어느 도시에서나 나올 것 같은 벽돌 건물의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정말 중세 수도원의 지하실에 당도한 것 같은 모습이 펼쳐진다. 세월이 묻어나는 벽돌이 천장까지 채워져 있고, 하얗고 기다란 양초를 고풍스러운 촛대에 테이블마다 켜두었다. 벨기에 수도원 맥주들이 벽에 가득한 모습도 인상적이다. 역사적으로 유럽 각지의 수도원을 통해 맥주와 와인에 대한 노하우가 발전되어 왔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해왔으며, 세계적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점을 떠올릴 때 ‘수도원’ 콘셉트의 바가 있는 것도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니다. 다양한 와인과 함께 독특한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면 ‘수도원’을 체크해볼 것.


주소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50-11 지하1층
영업시간 18:00~02:00, 금,토요일 18:00~03:00
인스타그램 @soodowon

 

상수 차이니즈 바 ‘명성관’

입구부터 낡은 하늘색 간판의 ‘명성이발관’은 밖에서 보기에 수상하다. 은색 미닫이문을 열면 차이니즈 바 ‘명성관’으로 시간 이동을 한 느낌이다. 원래 ‘명성이발관’이었던 자리를 개조해, 인테리어만 바꾸고 간판은 그대로 사용했다. 테이블이 한 자리뿐인 명성관은 ‘바’이다. 시멘트와 하얀색 타일, 고풍스러운 원목으로 이루어진 나무들은 오래된 시간 속으로 여행하는 기분을 자아낸다. 유리컵, 그릇까지 빈티지한 매력이 물씬 풍겨, 홍콩 영화 속 한장면에 들어와 있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차이니즈 바인 만큼 안주와 술은 중국식이다. 마라향과 함께 쫀쫀한 두부의 식감이 살아있는 ‘마파두부’가 가장 유명한 메뉴. 유린기도 인기가 좋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3길 32
영업시간 평일 18:00~02:00, 토요일 18:00~04:00, 월요일 휴무
전화 02-337-7456
인스타그램 @myungsungkwan

 

합정 살롱 ‘취향관’

언뜻 보면 마당이 넓은 개인 주택처럼 보이는 ‘취향관’. 합정역 인근에 자리 잡은 ‘취향관’은 커피와 맥주를 판매하지만,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소를 지향하는 철학을 담아 ‘살롱’이라고 이름 붙였다. 입구를 들어서면 유럽의 어느 호텔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리셉션인 ‘컨시어지’가 눈에 띈다. 호텔에 체크인하듯 2시간 혹은 5시간을 머물 것인지, 대화를 나눌 건지 혼자 생각에 잠길 것인지 정한 후 음료를 선택하면 된다. 공간 자체에 머무는 데에 방점을 둔 콘셉트답게, 안내자의 ‘체크인하시겠습니까’라는 안내를 받을 수 있다.

1층에는 거실에 자리 잡은 듯한 큰 테이블과 소파, 그리고 원목의 바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고 넓은 창문으로 따스한 볕이 내리쬐는 정원이 내다보인다. 목조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2층에는 201, 202호 등 번호가 매겨진 공간으로도 입장할 수 있다. 룸을 예약하는 형태가 아니므로, 이미 룸에 사람이 있어도 자리가 있다면 합석도 가능하다. ‘살롱’인 만큼 이용하기에 따라 머무는 동안 어떠한 경험을 할지는, 본인의 몫이다. 현재는 공간을 오픈하고 있지만, 4월부터는 회원제로 변경할 계획이라고 하니, 찾아가기 전에 확인해볼 것.


주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5길 20
영업시간 평일 14:00~24:00, 토요일 11:00~23:00, 일요일 11:00~21:00, 월요일 휴무
전화 02-332-3181
인스타그램 @chwihyang.gwan

 

명지대 사누키 우동집 ‘가타쯔무리’

세로형의 목조간판으로 쓰인 글자를 확인하지 않으면 우동집으로 상상하기 힘든 곳이다. 그 전에 운영하던 ‘대우전자 지정점’이라는 간판이 그대로 매달린 채, 부동산과 철물점의 사이에 위치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면 고풍스러운 풍금이 눈에 띌 뿐만 아니라, 지금은 보기 드문 괘종시계가 벽에 걸려 있어 오래된 시간 속으로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가타쯔무리는 일본어로 ‘달팽이’라는 뜻으로 일본인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국물은 기본 멸치와 다시마로 맛을 낸 가케우동, 가쯔오의 풍미가 더해진 붓가케 우동 중에 선택할 수 있고, 국물과 면의 온도도 차갑게 할지 따뜻하게 할지 선택할 수 있다. 물론 국물이 없는 타입으로 간장, 무, 생각으로 상큼한 유자향이 일품인 유자 우동과 달걀과 간장에 비벼 먹는 카마타마 우동도 있다.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명지대길 72
영업시간 매일 11:00~14:30
페이스북 @katatsumuriudong

 

메인이미지 출처- @liz33309

 

 

ㅣ필자소개ㅣ
안수연(AN SUYOUN)
좋아하는 것들 언저리에서 담 넘어 구경하는 걸 즐기다가 지금은 음악을 하고 있다. 똑같은 매일을 반복해야만 갈 수 있는, 낯설고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가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