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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 퀸즈(Queens)에 위치한 파이브 포인츠(5 Pointz)는 1990년대부터 그래피티와 거리 예술의 메카로 서서히 자리 잡으며,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 명소가 되었다. 1892년에 지어져 백 년을 훌쩍 넘은 낡은 건물에는 2백여 아트 스튜디오들이 둥지를 텄고, 벽면 전체와 인근 거리에는 언제 그려진 지도 모를 벽화가 가득하다. 원래 공장으로 쓰던 건물을, 부동산 개발업자 제리 월코프(Jerry Wolkoff)가 인수하여 애초 계획과는 달리 아트 스튜디오에 임대하면서 예술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5 Pointz를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


2002년에는 뉴욕의 다섯 자치구를 상징하여 ‘5 Pointz’라는 명칭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를 보려는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부근의 공터에는 힙합 공연이나 거리예술 등 볼거리가 늘어났고, 이곳은 이내 뉴욕 길거리 문화의 메카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건물주 제리 월코프가 2013년에 들어와 5 Pointz가 들어선 땅을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기 위해 뉴욕시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거리 예술가들은 이를 보존하기 위해 관계기관에 청원을 넣고 ‘Art Murder’라고 쓴 피켓을 들고 집회를 열었으나 허사였다. 2013년 11월의 어느 한밤중 그래피티는 흰색 페인트로 덧칠돼 훼손되었고 2014년 말까지 건물은 완전히 철거되었다.

5 Pointz 철거 작업 영상


철거 후에도 논란은 계속되었다. 해체 후 건설되는 아파트 단지에 ‘5 Pointz’라는 명칭을 쓰기로 하자, 이것이 예술가의 소유인지 건물주의 소유인지 논란이 되었다. 유실된 그래피티 작품에 대해 철거 전 90일의 사전 통보 요건을 지켰느냐는 법정 공방이 장기간 이어졌고, 올해 2월 예술가들의 승소로 배심원들이 최종 평결을 내렸다. 45건의 작품당 십오만 달러로 계산하여 21명의 예술가들에게 총 6백 7십만 달러(약 80억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5 Pointz 철거와 법적 소송 관련 다큐멘터리


건물주의 항소 여부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지만, 배상금이 예상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라 앞으로 법정 공방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뉴욕의 한 변호사는 이 판결이 예술작품 보호라는 측면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 평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