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플로리다의 한 고등학교에서 또다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여 최소 17명의 학생이 목숨을 잃는 비극이 되풀이되었다. 총기 규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Me Next’ 운동이 확대되는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교사의 총기 무장을 주장하면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학교 총기사건 때마다 여론은 들끓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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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바인 고등학교의 도서실 CCTV에 찍힌 범인의 모습

(※ <볼링 포 콜럼바인>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999년 4월 20일 콜로라도주의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사건은, 미국의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의 심각성을 일깨운 상징적인 사건이다. 졸업을 앞둔 두 명의 평범한 고등학생 에릭과 딜런은 총과 폭탄으로 무장하고 학교 도서관에 침입해 급우들을 향해 총격을 퍼부었다. 현장의 CCTV에는 도망치는 학생과 총을 난사하는 두 명의 범인,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자살장면이 선명하게 기록되면서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들의 범행 동기도 명확하지 않았다.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는 미국의 학교 총기사건의 원인을 밝히는 고발영화 제작에 착수하였다. 이 영화의 제목은 <볼링 포 콜럼바인>, 사건이 벌어진 그 날 아침 범인들이 볼링을 친 사실이 알려지며 이를 풍자하는 제목을 붙인 것이다.

<볼링 포 콜럼바인>의 오스카 수상 장면(2012). 무어 감독이 수상 소감에서 부시 대통령의 참전 결정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화제가 되었다

<볼링 포 콜럼바인>은 칸영화제 기념상(2002)과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멘터리상(2003)을 받으며 역대 최고의 다큐멘터리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동안 미국의 총기 문제를 다룬 고발 영화는 많았지만, 이 영화만큼 흥행에도 성공하면서 미국 사회에 경종을 울린 적은 없었다. 영화를 특별하게 만든 다섯 가지 키워드를 알아보았다.

 

너무나 손쉬운 미국의 총기구입 실태

영화는 미국에서 총기를 구입하는 것이 얼마나 쉽고 간단한지를 감독이 직접 체험해보면서 시작한다.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면 경품으로 총기를 공짜로 지급하고 총탄은 대형 슈퍼마켓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한 미국 시민은 장전된 권총을 베개 밑에 두고 잠을 잔다고 한다. 영화는 총기와 관련된 미국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문제를 풀어간다.

감독이 총기를 경품으로 받는 장면

 

미국의 역사에서의 총과 폭력의 의미

영화 중간에 삽입된 3분 길이의 애니메이션은, 미국의 역사를 간략히 보여주며 타인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에 대처하기 위해 총기 보유가 일상화된 배경을 설명한다. 이 애니메이션은 감독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삽입되었지만, 미국 역사를 지나치게 왜곡하였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영화에 삽입된 애니메이션 <The Brief History of The USA>

 

록가수 마릴린 맨슨과의 인터뷰

사건 발생 후 두 명의 범인이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었고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의 팬이었다는 사실이 보도되며 폭력을 조장하는 음악과 게임이 원인 중의 하나라는 비난이 거세졌다. 대표적인 인물로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에게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었으며, 수년간 곤혹스런 입장에 시달려야 했다. 언론과의 인터뷰를 사양하던 맨슨은, 이 영화에 출연하여 자신의 입장을 담담하게 밝혀 화제가 되었다.

<볼링 포 콜럼바인> 중 마릴린 맨슨의 인터뷰 장면

 

숫자로 대비되는 문제의 심각성

매해 총기사고로 인한 사망자수는 미국내 총기난사 사태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유럽 국가와 일본이 수백 명을 넘지 않는 데 비해 미국은 만 명을 훌쩍 넘는다. 캐나다 또한 총기 소유가 자유롭고 폭력적인 영화와 게임에 노출되어 있지만 한 해 총기 사망자는 165명에 불과하다.

미국과 캐나다의 비교 영상. 캐나다의 가정은 현관을 잠그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채롭다

 

미국 총기협회 회장 찰톤 헤스톤

이 영화에는 미국 총기협회(NRA) 회장이자 영화 <벤허>의 명배우 찰톤 헤스톤(Charles Heston)이 자주 등장한다. 그는 1998년부터 회장직을 맡아 총기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콜럼바인 사건 후 인근에서 협회 행사를 열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인터뷰에서 감독의 계속되는 곤란한 질문을 회피하며 황급히 자리를 뜨는 장면이 나오며 더욱 화제가 되었다.

영화에 등장한 찰톤 헤스톤

 

마이클 무어 감독의 <볼링 포 콜럼바인>은 학교 총기사건이 단기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역설한다. 미국의 역사, 정치 그리고 언론이 끊임없이 증오와 불신을 조장하고 있으며, 미국인이 보편적으로 지니고 있는 타인에 대한 공포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현재 나와있는 유수의 미국 학교 총기사건에 대한 영상과 책 중, 그 시작으로 <볼링 포 콜럼바인>을 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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