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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전 세계의 드라마를 안방에서 편하게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렇다 쳐도 대서양 북단, 아이슬란드어라는 고유 언어를 사용하는 인구 34만 명의 섬나라 아이슬란드(Iceland)의 드라마를 볼 수 있는 통로는 그리 흔치 않다. 하지만 아이슬란드에서 제작된 10부작 미스터리 수사 드라마 <트랩트(Trapped)>는 2015년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첫선을 보이며 금방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BBC를 포함한 주요 방송사를 통해 유럽 지역에 방송되었고, 넷플릭스가 판권을 인수하며 우리나라에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아이슬란드 드라마 <트랩트> 예고편

아이슬란드 하면 트립합 뮤지션 비요크(Bjork)나, 바로 얼마 전 사망한 영화음악 감독 조한 조한슨(Johann Johannsson), 그리고 유명한 오로라 관광지라는 점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바이킹의 후손과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건너온 이주자들이 오랜 식민지 생활을 극복하고 1944년 덴마크로부터 독립을 쟁취하면서 설립한 국가다.

아이슬란드의 발타사르 코르마우퀴르 감독

재난 영화 <에베레스트>(2015)로 국내에서 관객수 33만 명을 기록한 아이슬란드의 국민 감독 발타사르 코르마우퀴르(Baltasar Kormakur)가 제작에 나섰고, 얼마 전 사망 소식이 전해진 세계적인 영화음악가 조한 조한슨이 영화음악에 참여했다. EU 산하 문화펀드인 크리에이티브 유럽(Creative Europe)의 지원을 받으며 제작비 6백5십만 유로(약 90억 원)의 대형 드라마 제작을 추진하였다. 아이슬란드 평균 드라마 제작비의 5배에 이른다고 하니 얼마나 과감한 투자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트랩트>의 인트로. 대자연의 빙하와 인간의 피부를 대비한 비주얼이 독특하다

10부작 <트랩트>는 감독이 “노르딕 느와르와 아가사 크리스티의 결합”이라고 정의했듯이, 크리스티 스타일의 미스터리 전개 방식을 따른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서로 알고 지내는 작은 바닷가 마을, 이곳의 경찰서에는 세 명의 경찰만이 근무하며 총기를 휴대하지 않을 정도로 한적하다. 네덜란드의 선박이 입항할 무렵, 인근 바다에서 토막 사체가 발견되면서 드라마는 시작한다. 동시에 눈 폭풍이 몰아치며 마을은 고립되고, 가족 문제로 힘들어하는 서장 ‘안드레(Andri)’는 한꺼번에 닥친 난관을 헤치고 사건을 풀어 나간다.

BBC의 <트랩트> 예고 영상

이 드라마에서 멋진 액션이나 날카로운 추리극의 묘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영국 BBC의 방송 후, 한 평론가는 “드라마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자막 방송이라는 걸 깜박 잊고 볼륨을 올렸다”라 평했듯 조용하지만 치밀하게 사건의 실체에 근접한다. 이제 안드레 서장이 등장하는 <트랩트 2>가 2018년 겨울 방송을 목표로 제작에 들어갔다. 다행히 첫 시즌 내내 시청자를 갑갑하게 만든 눈 폭탄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