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말 팻 매스니(Pat Metheny)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케니 지에 대한 당신의 의견이 무엇이냐”는 팬 질문에 대한 신랄한 비난조의 장문을 남긴 적이 있다. 이 글은 평소 다른 뮤지션에 대한 그의 겸손하고 개방적인 태도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이례적인 내용이라, 온라인을 타고 삽시간에 퍼졌다. 논란이 거세지자 그는 홈페이지의 글을 바로 내렸으나, ‘Pat Metheny on Kenny G’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광범위하게 유포되었다. 글의 내용은 전문적이고 방대한 분량이지만, 첫 소절부터 케니 지와 그의 음악을 폄하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그중 일부를 발췌했다.

케니 G는 의견을 말할 만한 뮤지션은 전혀 아니다. 실황이든 스튜디오 앨범이든 그가 연주하는 방식에는 나의 관심을 끌 만한 점이 없었다.

케니 G는 ‘팝’ 색소포니스트라 할 수 있는데, 그 스타일에서도 뛰어난 수준은 아니다. 리듬감에 문제가 있고 하모니와 멜로디의 표현력도 극히 제한적이다. 그는 앙상블에서 전문적인 솔로이스트 역할을 하기에 부족했으며, 기본적인 이해력 외에는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그가 이룬 성공과 그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알고 있다. 그 논란은 지난 60~70년 동안의 위대한 색소폰 연주자들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막대한 음반을 팔았다는 사실에 더욱 확대된 것 같다.

 

팻 매스니가 케니 지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올리게 된 배경에는, 폴란드의 방송사를 방문하여 “어린이들이 재즈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 중 무심결에 케니 지의 음악을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음악이며 재즈도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영상이 퍼지면서 논쟁에 깊이 빠져들게 되었고, 팬들의 거듭되는 질문에 작심하고 장문의 글을 남긴 것이다.

폴란드 TV 방송국에서의 팻 매스니 답변 영상

케니 지는 ‘팝’ 또는 ‘재즈’라는 장르에 상관없이 악기 연주자로서는 역사상 가장 많은 음반을 판매하였다.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Grover Washington Jr.), 데이비드 샌본(David Sanborn) 같은 ‘팝’ 색소포니스트를 동경했던 그는 두 사람을 훌쩍 뛰어넘었고, <Duotones>(1986), <Silhouette>(1988), <Breathless>(1992), <Miracles>(1994)로 이어지는 히트 앨범을 내며 지금까지 7천 5백만 장에 이르는 음반을 판매하였다. 통상 재즈 음반은 10만 장 이상을 판매하기가 어려우나, <Breathless>와 <Miracles>는 각각 천만 장을 훌쩍 넘었으니 재즈 아티스트들이 그에 대해 질투나 반감이 저변에 퍼져 있던 차였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몰고 왔던 ‘Silhouette’의 라이브 영상

케니 지의 음반 <Classics in the Key of G>(1999)은 재즈 아티스트의 허탈감을 분노로 전이시킨 촉매제 작용을 했다. 영원한 재즈 레전드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의 고전 ‘What a Wonderful World’에 케니 지의 소프라노 색소폰 연주를 오버더빙하였던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통 재즈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다고 여겨온 뮤지션에 의해 루이 암스트롱의 고전이 개작된 데 대해 분노가 일었던 것이다. 팻 매스니 또한 답글에서 “몇 년 전 나탈리 콜이 냇 킹 콜의 히트곡 ‘Unforgettable’을 오버더빙한 사례가 있었지만, 이는 부녀 간의 일”이라며, 케니 지의 행동을 “lame-ass(멍청이)”, “pseudo-bluesy(블루스인 척 하는)”와 같은 격한 형용사를 쓰며 강하게 비난했다.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를 더빙 연주하는 케니 지

 

아버지의 ‘Unforgettable’에 더빙하여 노래한 나탈리 콜

재즈 뮤지션들의 반발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케니 지의 음반으로 더 많은 청중들이 재즈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의 한 칼럼에서는 “케니 지가 재즈라는 신성한 사찰을 더럽힌 자로 몰렸다. 케니 지, 루이 암스트롱, 팻 매스니 모두 팝 문화에 속하는 것 아니냐”며 반론을 폈다. 루이 암스트롱의 고전을 활용한 것에 대해서는, 단지 상업성의 물결을 따른 것이며 그 외의 다른 의미는 없다며 케니 지를 옹호하였다.

중국에서 히트한 ‘Going Home’. 사무실 종료 방송으로 자주 쓰인다

재즈 뮤지션 중 자유로운 생각을 가진 브랜포드 마살리스(Branford Marsalis)도 나섰다. 재즈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재즈 아티스트들이 케니 지에 대해 불편해하는 것 같은데, 그를 그냥 내버려 두었으면 한다. 그는 재즈를 훔치지 않았다. 그를 듣는 관객들이 정통 재즈 공연을 보러 가지는 않는다. 마일스나 콜트레인을 듣던 팬이 케니 지를 듣고 나서 다시는 마일스 음반을 사지 않을 리는 없지 않은가? 완전히 다른 오디언스일 뿐이다.”며 소신을 밝혔다.

마일스 데이비스를 만난, 젊은 시절의 케니 지(연도 미상)

케니 지는 팻 매스니나 재즈계의 비난에 대해 여태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2014년에 발표한 신보 <Brazilian Nights>는 캐논볼 애덜레이, 폴 데스몬드, 스탄 게츠와 같은 재즈 레전드의 보사노바 연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하며, 여전히 재즈 음악과의 관련성을 강조했다. 팻 매스니가 쓴 장문의 글에서 케니 지의 유일한 강점으로 인정한 ‘가늘고 길게 이어지는 톤’은 그의 전매특허다. 순환호흡법(Circular Breathing)을 마스터하여 45분 47초간 하나의 음을 끊어지지 않고 길게 연주하여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그의 레슨 클립에서 보여주듯 그만의 독특한 연주 스타일과 스타성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것이다.

순환호흡법 시범을 보이는 케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