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시대를 반영한다. 한 때를 풍미했던 ‘싸이월드’를 넘어,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까지 이어지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변모는 고스란히 대중가요의 가사에도 반영되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유물처럼 느껴질지 몰라도, 가장 요즘의 것을 담아내며 지금을 기록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는 노래들을 소개한다.

 

딘(Dean) ‘인스타그램(Instagram)’


인스타그램 피드 속에 가려진 진심과 외로움

내일이 올 걸 아는데 난 핸드폰을 놓지 못해 / 잠은 올 생각이 없대
다시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하네


지난 2017년 12월 발매한 딘의 ‘인스타그램’은 인스타그램의 피드를 바라볼 때 찾아오는 외로움의 장면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타인의 근황이나 재능을 인스타그램으로 보며 상대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지만, 오히려 그들의 빛나는 모습과 상반되는 자신의 모습에 더욱 헛헛함을 느끼는 상황을 노래한다. ‘요즘은 아는 게 더 괴로운 것 같은데’라며 헤어진 연인의 근황까지도 원한다면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요즘의 이별’에 대한 장면도 그려낸다.

이 피드 속엔 나완 다른 세상뿐인데
부질없이 올려놓은 사진 뒤에 가려진 내 마음을 아는 이 없네


뮤직비디오에서는 텅 빈 창고처럼 삭막한 방에 홀로 앉은 딘의 모습을 클로즈업으로 비추며 시작한다. 환기구를 통해 흘러들어오는 검은 물을 따라 다양한 정보들이 흘러와 ‘자신의 방’을 가득 채우고 결국 자신의 세계가 통째로 물처럼 휩쓸리거나 연기처럼 흩어지는 화면을 통해 혼란스러움을 하나의 환상으로 표현한다. 특히, 다양한 정보로 바삐 돌아가는 세상과 단절된 느낌을 까맣게 꺼진 화면과 ‘로빈슨 크루소와도 같다’는 내레이션으로 드러낸 장면은 음원에서 확인할 수 없는, 뮤직비디오만의 매력이니 한 번 체크해볼 것.

 

제리케이(Jerry.K) ‘#MicTwitter’


140자 트위터의 법칙으로 만들어낸 라임

난 7년 차 트잉여 눈 떴다 잠들 때까지 난 거기 있어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더 많은 걸 파란 새장 안에서 봐 난


제리케이의 ‘#MicTwitter’는 2016년 3월 발매한 4집 정규앨범 <감정노동>에 수록한 곡이다. 벌스가 140자 이하인 콘셉트의 곡 구성뿐만 아니라 제목에서부터 해시태그를 차용해 트위터를 연상시키는 등 형식적인 면에서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차용했다. 제리케이는 가사 속에서 자신을 ‘7년 차 트잉여’라고 소개하며 남다른 트위터 사랑을 뽐낸다. 이어지는 정치 비판, 타인의 시선에 비친 자신에 대한 감정 등을 간결한 랩으로 담아내었다.


뮤직비디오 또한 트위터를 강하게 연상시키는 방식중 하나다. 제리케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MicTwitter’ 가사를 실시간으로 트윗하는 영상을 곡의 템포와 맞춰 리드미컬하고 독특하게 담아냈다.

 

방탄소년단(BTS) ‘핸드폰 좀 꺼줄래’


지금의 언어로 말하는, 텅 비어가는 관계의 슬픔

핸드폰 좀 꺼줄래 모두가 스마트하다지만 우린 점점 멍청해지잖아
핸드폰 좀 꺼줄래 얼굴 보고 멘션 날려 좋아요는 난 필요 없어


방탄소년단의 ‘핸드폰 좀 꺼줄래’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대한 언급을 포함해, 핸드폰에 빠진 친구와 연인을 보며 느낀 답답함을 드러내는 곡이다. ‘모두가 스마트하다지만 우린 점점 멍청해지잖아’라며 핸드폰에 집중하며 오히려 서로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풍경과 대화의 절실함을 노래한다.

업뎃하기 바쁘겠지 / 얼굴책 아님 짹짹이에
인생은 3D야 / 내 얼굴 보고 짹짹대


페이스북을 ‘얼굴책’, 트위터를 ‘짹짹이’에 빗대고 인생은 3D라며 대화를 하고자 하는 마음을, 젊은 세대가 사용하는 구어체로 직설적으로 드러낸 가사도 흥미롭다.

 

Writer

좋아하는 것들 언저리에서 담 넘어 구경하는 걸 즐기다가 지금은 음악을 하고 있다. 똑같은 매일을 반복해야만 갈 수 있는, 낯설고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가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