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고슬링(Ryan Thomas Gosling)은 12살에 미국 어린이 TV쇼인 ‘미키마우스 클럽’으로 데뷔했다. 이때 브리트니 스피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함께 활동했지만, 뛰어난 외모로 먼저 스타 반열에 오른 동료들과 달리 처음에는 비교적 주목받지 못했다.

꾸준히 연기력을 쌓아오던 그를 스타 반열에 올린 영화는 <노트북>(2004)이다. 그는 평생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지고지순한 ‘노아’ 역을 맡아 큰 인기를 끌었다. 라이언 고슬링의 강점은 뭐니뭐니해도 눈빛이다. 오로지 상대에게만 집중하는 흔들림 없는 눈빛은, 사랑이든 꿈이든 한 방향으로만 우직하게 나아가는 다음 캐릭터들에게 설득력을 부여했다. 

 

<크레이지, 스투피드, 러브>

Crazy, Stupid, Love ㅣ 2011 ㅣ 감독 글렌 피카라, 존 레쿼 ㅣ 출연 스티브 카렐, 라이언 고슬링, 줄리언 무어, 엠마 스톤

자신의 소울메이트라 믿었던 부인과 이혼하고 새롭게 태어나고자 하는 중년 남성 ‘칼’(스티브 카렐) 앞에 원하기만 하면 어떤 여자의 마음이든 사로잡을 수 있는 바람둥이 ‘제이콥’(라이언 고슬링)이 나타난다. 제이콥은 좋아하는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몸에 맞는 옷을 입을 것, 머리는 깔끔하게 다듬을 것, 자신의 말보다 상대의 말에 집중할 것을 충고한다. 기본적이지만 잊기 쉬운 이 수칙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다. 제이콥은 결코 영원을 약속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 이 순간은 당신밖에 없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는데, 여기에 라이언 고슬링의 진정성 어린 눈빛이 더해지니 그 효과는 가히 폭발적이다. 무엇보다 훌륭한 점은 상대 여성이 원하지 않는 것은 절대 하지 않는 자세다. 비열한 방식으로 상대를 ‘꼬여 내는’ 태도와 정반대되는 모범적인 바람둥이라 할 수 있다. 

영화 <크레이지, 스투피드, 러브>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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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The Place beyond the Pines ㅣ 2013 ㅣ 감독 데렉 시엔프랜스 ㅣ 출연 라이언 고슬링, 브래들리 쿠퍼, 데인 드한

곡예단을 따라 도시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모터사이클 스턴트맨 ‘루크’(라이언 고슬링)는 하룻밤 만남 후 잊고 있던 ‘로미나’(에바 멘데스)가 자신의 아이를 낳았음을 알게 된다. 그는 곧장 곡예단을 그만둔다. 로미나의 곁에 정착하여 가정을 이루고 아이와 아내를 책임지기 위해서다. 온몸에 문신을 하고 더러운 티셔츠를 입었어도 아이와 아내를 바라보는 라이언 고슬링의 눈빛만은 한없이 다정하다. 짧았던 아름다운 시절 중, 한쪽 팔엔 아기를 안고 한 손으로는 불안한 행복에 눈물을 보이는 로미나의 얼굴을 가려주는 라이언 고슬링의 모습을 보자. 이후 그가 저지른 최악의 선택조차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그의 소망으로 인한 ‘실수’라고 편들어주고 싶을 만큼 믿음직스럽다. 사족. 이때 상대역이었던 에바 멘데스와는 연인 관계로 발전하여 두 딸을 낳고 잘살고 있다. 

영화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예고편

 

<드라이브>

Drive ㅣ 2011 ㅣ 감독 니콜라스 윈딩 레픈 ㅣ 출연 라이언 고슬링, 캐리 멀리건

오로지 속도만을 즐기고, 사랑이든 문제 해결이든 오직 한 방향밖에 알지 못하는 무섭도록 단순한 남자 ‘드라이버’는 라이언 고슬링의 연기로 영화적 매력이 극대화된 캐릭터다. 말수도, 표정도, 윤리도, 삶에 대한 애착도 없는 그는 무미건조한 삶 속에 나타난 이웃집 여자 ‘아이린’(캐리 멀리건)에게 맹목적일 정도로 모든 걸 바친다. 조용히 주변을 맴돌며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던 그가 아이린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키스를 건넨 후 공격자를 잔학무도하게 살해하는 엘리베이터 장면은 동정과 연민, 혐오를 동시에 전달한다. 물론 현실에선 이런 남자는 마주치기도 전에 도망가야 하지만, 라이언 고슬링이 영화 속 ‘드라이버’에게 불어넣은 순정은 여전히 많은 이를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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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

LA LA LAND ㅣ 2016 ㅣ 감독 다미엔 차젤 ㅣ 출연 라이언 고슬링, 엠마 스톤

또 한 번 고집스러운 역이다. 라이언 고슬링은 전통과 원칙에 집착하는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역을 맡았다. 고집불통에 자기중심적인 '세바스찬'은 인생에서 아무것도 안 풀리는 시기를 맞고 있다. 그러다 역시 어려운 시기를 겪는 중인 배우지망생 '미아'(엠마 스톤)를 만나고, 둘은 서로 의지하고 지지하며 서서히 변화해간다. 라이언 고슬링의 대역을 쓰지 않은 피아노 연주와 댄스 장면에 더해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그가 상대와의 앙상블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난 연기를 선보인다는 것이다. 극의 진짜 중심이 여성 캐릭터인 미아에게 있음을 이해했기에 가능한 연기였다. 덕분에 세바스찬은 보다 꿈과 인생에 대해 깊이 숙고하는 캐릭터로 완성될 수 있었다. 원래 세바스찬 역은 <위플래쉬>의 마일즈 텔러에게 제안되었다고 하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면 라이언 고슬링이 아닌 다른 누구도 상상하기 어렵다. 특히 마지막 눈빛 클로즈업 장면을 보면 말이다. 영화 속 라이언 고슬링의 테마 ‘City of Stars’ 클립 영상을 보자.

<라라랜드> 중 'City of Stars' 영상

 마지막으로 대망의 ‘HEY GIRL’ 영상이다. 라이언 고슬링은 이렇게 따뜻한 남자다.

<The Ellen Show>에 출연한 라이언 고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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