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Memoㅣ2017ㅣ감독 Julien Becquer, Elena Dupressoir, Jules Durand, Viviane Guimaraes, Ines Scheiberㅣ4분

은퇴한 노인 루이(Louis)의 집에는 딸 니나(Nina)가 써 놓은 메모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커피 원두를 사러 집 앞 슈퍼에 나가는 사소한 외출마저 딸에게 저지당하지만, 루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집을 나선다. 그러나 슈퍼에 들어서는 순간 상품의 글씨들이 조금씩 희미하게 변하더니 주위가 온통 백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머리가 하얘진 루이는 황급히 슈퍼를 빠져나와 길거리에 털썩 주저앉고 마는데.

나이가 들고 노화가 진행될수록 기억력은 점점 쇠퇴하고 우울과 상실감에 예민한 행동들이 잦아지기 마련이다. 작품 속 노인 루이는 흐려지는 기억을 상기시켜줄 메모지를 뜯어내고, 딸의 만류에도 기어코 외출을 감행하는 등 독립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딸의 보호를 밀어낸다. 그 측은하고 애잔한 모습은 끝내 보는 이를 안타깝게 만들며 더 나아가 점점 기력이 쇠해가는 우리의 부모님을 떠올리게 만든다.

결국, 루이는 슈퍼 앞으로 자신을 찾아온 딸 니나의 부름으로 혼돈과 패닉에서 깨어난다.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평화롭게 마주 앉아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올바른 관계에 대한 사색과 고민을 하도록 만드는 것은 이 단편이 지닌 자못 소중한 가치다.

잔잔하지만 울림 있는 스토리로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 작품은 프랑스 영상 전문학교인 고블랭(Gobelins)에 재학중인 다섯 명의 학생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수준 높은 완성도와 촘촘히 짜인 플롯으로 무궁한 영감을 선사하는 고블랭 학생들의 작품을 공식 비메오 채널에서 모두 만나자.

Gobelins 비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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