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개봉한 <기억의 밤>은 이야기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놓쳐선 안 되는 세 가지를 짚어봤다.

 

1. 감독 장항준

우리에게 장항준은 코미디로 익숙하다. 그를 생각하면 <라이터를 켜라> <불어라 봄바람> 등 재기발랄한 코미디 작품이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장항준은 언제나 스릴러에 대한 갈증을 품고 있었고, 오랜 시간 이를 준비해왔다. 초반부터 휘몰아치는 <기억의 밤>의 스토리와 흡입력은 장항준이 차근차근 쌓아온 모든 노력의 결과다.

왼쪽부터 강하늘, 장항준, 김무열

 

2. 강하늘과 김무열

이 영화에서 단연 돋보이는 건 강하늘과 김무열이다. <스물>, <동주>, <쎄시봉>, 최근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등 여러 작품에서 강하늘은 그야말로 티 없는 청춘을 연기했다. 그의 곧은 턱선과 단정한 이목구비는 믿음직한 젊은이의 표상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강하늘은 <기억의 밤>에서 이제껏 보여주지 않았던 눈빛을 드러낸다. 자신이 공고히 믿고 있던 세계가 흔들릴 때, 손에 쥐었던 것들이 자꾸 흩어질 때 사람이 어떤 표정이 짓는지를, 이 영화 속 강하늘을 보면 안다.

<기억의 밤> 스틸컷

김무열은 언제나 모나지 않은 배우로 인식되었다. <은교>의 냉철한 제자일 때도, <연평해전>의 서글서글한 대위일 때도 그는 작품에 자연스레 녹아 있었다. <기억의 밤>으로 김무열은 필모그래피에 새로운 인장을 찍었다. 연기는 잘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엔 살짝 못 미쳤던 이 배우는, 자신의 영역이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기억의 밤>에서 극과 극을 오가며, 영화가 끝나도 쉬이 지워지지 않을 여운을 안긴다.

<기억의 밤> 스틸컷

 

3. 스릴러의 탈을 쓴 ‘사람 이야기’

<기억의 밤>은 개봉하자마자 촘촘히 짜인 스토리로 화제가 되었다. 담으려던 바가 많다 보니 후반부가 지나치게 설명적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는 분명 매력적. 영화는 내내 서늘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미스터리 스릴러로서 충실한 역할을 해낸다. 하지만 이 영화는 결국 어떤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스릴러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기억의 밤>은 운명에 휘말려 평생 절망에 살았던 남자의 삶을 기어코 그려낸다. 이 작품이 차갑고 메마른 영화로 남지 않을 이유는 바로 여기 있다.

<기억의 밤>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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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