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그리스>는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던 2015년, 그리스에 살고 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과도한 국가부채로 인한 국가 부도 위기, 가혹한 긴축, 실직, 이어지는 자살과 가정파탄은 낙천적인 성격과 끈끈한 가족의 유대관계를 자랑하던 그리스인들의 특질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영화는 이러한 경제위기 속에서 피어난 세 개의 각기 다른 사랑을 통해 비관, 두려움, 불안과 같은 암흑 속에서도 결국 사랑만이 기댈 곳임을 강조한다.

<나의 사랑, 그리스>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리스의 아름다운 풍광이라든가, 마냥 로맨틱하기만 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는다. 다만 퍽퍽하고 건조한 현실에 대한 적확한 묘사를 통해 모든 난관을 극복해내는 사랑의 힘을 전한다. 지난해 4월 개봉 이후, 영화가 지닌 소중한 메시지와 무게감 있는 스토리로 포털과 SNS에서 호평을 받으며 상영관 역주행을 이뤄냈다.

 
(<나의 사랑, 그리스>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실을 이겨낼 용기를 가진, 20대의 사랑

사회문제에 관심 많은 대학생 ‘다프네’(니키 바칼리)와 시리아 이민자 ‘파리스’(타우픽 바롬)의 이야기로 영화는 시작한다. 밤길을 가던 중 괴한에게 공격을 당한 여대생 다프네를 지나가던 파리스가 구하며 두 사람의 만남은 시작된다. 그렇게 다프네는 그리스 사회에 불안과 공포를 조성한다는 이유로 ‘혐오’의 대상이 되었던 한 이민자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다. 그리고 이들은 언제 닥칠지 모를 파시즘의 위협에 수그러들거나 도망치지 않고 용감하게 ‘사랑’한다.

 

현실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40대의 사랑

곧 40살이 되는 ‘지오르고’(크리스토퍼 파파칼리아티스)는 대외적으로는 평화로운 가정을 연기하지만, 사실상 아내와의 결혼생활이 끝난 채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회사원이다. 어느 날 단골 바에서 만난 스웨덴 여성 ‘엘리제’(안드레아 오스바트)와 하룻밤을 보내고, 서서히 서로에게 빠져든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도 그리스의 경제 위기가 야기한 고통과 불행을 비껴가지는 못했다. 경제난으로 인해 지오르고가 다니는 회사는 스웨덴의 대기업에 넘어가고, 지오르고는 정리해고의 책임자로 파견된 엘리제에게 해고 통보를 받을 야속한 운명에 놓인다.

 

현실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60대의 사랑

평범한 60대 그리스 주부 ‘마리아’(마리아 카보이아니)와 독일에서 이주해온 역사학자 ‘세바스찬’(J.K. 시몬스)의 만남은 보다 애틋하다. 우연히 마트에서 알게 된 두 사람은 매주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만나 서로의 일상을 나누고, 평범했던 마리아의 삶은 세바스찬을 통해 윤택해지고 특별해진다. 그동안의 삶에 무시로 회한을 느끼던 ‘마리아’가 점차 내면의 자아를 되찾는 과정은 꽤 감동적이고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사랑은 언제나 이긴다

세 커플의 각기 다른 사랑 이야기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개되는 듯 하다가 종국에 한 지점에서 만난다. 비관과 두려움, 불안과 포기가 가득한 곳에서도 사랑은 기적처럼 피어난다. <나의 사랑, 그리스>를 보고 나면 어쨌거나, 다시 열렬히 ‘사랑’하고 싶어진다. 무엇보다 온 마음을 다한 사랑은 퍽퍽한 일상을 살아갈 절대적인 힘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 경제, 정치, 사회 전반적으로 불안정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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