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다민족 국가답게 미국의 텔레비전 시리즈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그중 2000년에 방영된 한국의 TV 드라마 <가을동화>와 비슷한 서막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스위치드 앳 버스(Switchd at Birth)>는 단연 우리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청각장애인들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치드 앳 버스> 시즌 1 공식 예고편

예민하고 복잡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베이’와 ‘다프네’는 16년 전 병원의 실수로 부모가 뒤바뀐 주인공이다. 그들의 부모는 이제부터라도 서로의 가족을 알아가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부유한 베이네 가족과 아버지 없이 홀어머니의 손에서 자란 다프네 가족의 만남이 처음부터 평화로울 수만은 없었다. 청각장애인으로 자란 다프네와 그 주변의 청각장애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베이네 가족들의 노력과 두 가족의 협력이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스위치드 앳 버스> 포스터

<스위치드 앳 버스>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 것은 탄생 직후 가족이 뒤바뀐 두 캐릭터에 더해진 청각장애인 공동체라는 특정 요소다. 각본을 쓴 리지 와이스(Lizzy Weiss)는 실제 삶에서 청각 장애를 가졌거나 부모가 뒤바뀐 경우를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엄마와 딸, 가족 간의 단절과 분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스위치드 앳 버스>가 스스로를 ‘비주류’로 여기는 많은 청소년에게 자존감을 찾게 해주는 드라마임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스위치드 앳 버스>의 제작자와 배우들. 맨 끝에 앉아 있는 사람이 리즈 와이스다

리즈 와이스는 대학 시절 ‘청각장애인의 극(Theater of the Deaf)’이라는 수업을 들었고, 당시 수화로 진행되었던 대화, 음악, 시 낭송 등의 활동들이 <스위치드 앳 버스>를 완성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청각 장애인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고, 로스 엔젤레스에 있는 청각 장애인 학교를 방문해 여러 학생들을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수렴했다. 극 중 다프네를 연기한 케이티 르클레르(Katie Leclerc)는 캐스팅 당시 연기력은 물론, 수화를 할 수 있었던 점 그리고 그의 생물학적 엄마역으로 점찍어졌던 레아 탐슨(Lea Thompson)과 같은 피부톤과 머리색을 가졌다는 점이 캐스팅에 큰 강점으로 작용했다. 케이티는 실제로 메니에르 증후군을 앓고 있는데, 극 중 다프네는 케이티보다 더 심각한 청각 장애를 가진 설정이었기에 이 역을 맡기 위해 발음할 수 없는 음절을 따로 구분해 악센트를 훈련했다고 한다.

<스위치드 앳 버스> 시즌 5 주인공 인터뷰에서 자연스럽게 수화를 함께 하는 케이티 르클레르

<스위치드 앳 버스>의 촬영장에는 실제로 청각 장애를 극복하고 배우로 활동 중인 마리 매트린(Marlee Matlin)의 통역사 잭 제이슨(Jack Jason)이 함께하며 배우들에게 수화를 가르쳤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은 누구보다 먼저 드라마의 소중한 메시지를 헤아려준 시청자들이다. 많은 사람이 수화와 청각 장애 커뮤니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마리 매트린은 <스위치드 앳 버스>가 청각 장애 배우들에게 있어 헐리우드의 흐름과 판도를 뒤바꿔주고, 다양성을 보고자 하는 관객들에게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스위치드 앳 버스> 시즌 2 에피소드 1. 모든 대화가 수화로 진행되었던 다프네와 멜로디의 교실 장면

<스위치드 앳 버스>는 언제 등장인물들이 소리 대신 손가락으로 소통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 보아야 하는 작품이다. 이 이야기는 귀와 함께 눈으로 따라가야 하고, 결국 마음으로 이해하며 담아내야 할 교훈들이 들어 있다. 핏줄로 연결되지 않은 사람들도 가족이라는 끈으로 이어질 수 있고, 장애와 차별이라는 세상의 기준으로 자신을 제한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그리고 삶은 예상치 못한 일들의 순환이지만 그것 때문에 나만의 삶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는 점은 이 드라마의 자못 소중한 교훈이다.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출생의 비밀에도, 결코 ‘자기답기’를 포기하지 않고 울며 웃으며 성장했던 다프네와 베이가 그랬던 것처럼.

 

*넷플릭스와 아마존에서 <Switched at Birth>라는 제목으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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