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어수선함도 사그라든다. 이젠 정말 웅크렸던 몸을 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 인디포스트의 시선으로 막 기지개를 켠 신예 여섯 팀을 뽑았다. 이들이 보여줄 올해의 행보를 응원하면서.

*가나다순


서자영

서자영 싱글 <환상> 커버

서자영은 작년 11월 첫 싱글 <새벽램프>를 발매했다. 그는 따뜻하고 편안한 포크를 들려준다. 홀로 조용히 하루를 정리하는 새벽 풍경을 그린 ‘새벽램프’는 어느 한 군데 모나지 않아 일상의 배경음악으로 알맞다. 지난달 서자영은 두 번째 싱글 <환상>을 발매했는데, 여기선 ‘새벽램프’에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면모가 비친다. 깊고 단정한 서자영의 목소리는 그루브한 노래 ‘환상’에서 고혹적으로 바뀌며, 이는 그의 여러 얼굴을 기대하게 만든다. 공식 발매된 노래는 아직 세 곡뿐, 앞으로 이 뮤지션이 쌓아갈 음악은 어떤 모습일지 계속 바라보자.

서자영 ‘새벽램프’

 

와이미(WhyMe?)

와이미 EP <WhyME?> 커버

와이미(WhyMe?)는 2016년 결성해 여러 무대에 선 밴드다. 이들이 들려주는 음악은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록을 바탕에 두고 일렉트로닉, 힙합 등의 장르가 어우러지며 와이미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낸다. 이들은 올해 1월 첫 EP <WhyMe?>를 발매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중. 이 앨범의 쇼케이스는 홍대 클럽 헨즈(Henz)가 새롭게 만든 공간으로 주목받는 Club MODECi에서 열렸는데, 이것만 보아도 와이미가 어떤 느낌의 음악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2018년, 무심한 듯 통통 튀는 와이미의 노래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춤추게 할지 기대해도 좋겠다.

와이미 ‘자전거’

 

웨스턴 카잇(Western Kite)

웨스턴 카잇 1집 <Subtitle> 커버

웨스턴 카잇(Western Kite)에 대해 겉으로 드러난 정보는 별로 없으나, 작년 8월 미러볼뮤직을 통해 발표한 첫 정규 <Subtitle>은 귀 밝은 리스너들 사이에서 적지 않은 화제를 낳았다. 타이틀곡 ‘짝사랑’의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만 보고 밴드일 것이라 짐작한 이들도 많았으나, 실제로는 솔로 싱어송라이터라고 한다. 앨범은 대부분 연애에 관한 감정들을 담고 있지만, 그 안에서 사랑과 이별, 이후의 체념과 원망의 순간까지 다양한 감정의 조각들을 다룬다. 이를 지탱하고 있는 음악적 뼈대도, 신인 음악가의 것이라 하기에는 몹시 견고하고 섬세하며, 각 트랙 안에서 웨스턴 카잇은 무심한 듯 감미로운 목소리로 완성도 높은 사운드를 전달한다. 웨스턴 카잇의 탐험기는 이제 막 도입부를 지났다. 뻔하지 않으면서도 한번 들으면 자꾸 흥얼거리게 되는 멜로디가 인상적인 이 음악가의 성장을 죽 관심 있게 지켜보자.

웨스턴 카잇 ‘짝사랑’

 

전기성

밴드 전기성의 시작은 이렇다. 국내 인디 음악계에 ‘석봉아’ 같은 엽기적인 콘셉트의 곡으로 충격을 던진 밴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의 출신 조까를로스(조문기)가 전성기라는 이름으로 2014년 즈음부터 홍대 주변의 공연장에서 솔로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전성기에서 전기성으로 이름을 바꾸고 이호진(기타/프로그램)과 조영재(신시사이저)를 영입해 3인조 밴드를 꾸리며 활동을 넓혀갔다.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에서 주로 알앤비를 부르던 전성기는 팀 안에서 신시사이저가 도드라진 디스코 장르를 적극적으로 주도했다. 세기말의 정서와 다가올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한 앨범에 담아내려는 시도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드디어 작년 10월 이들의 첫 정규앨범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기성 정규 1집 <주파수를 나에게> 커버

전편의 사운드는 저마다 예상 불가능한 전개로 꿀렁대지만, 모두 ‘복고’와 ‘전자음’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흐른다. 디스코와 가요(K-POP),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의 어느 지점에 자리한 이들의 음악은, 그래서 복고적인 동시에 신선하고 실험적인 요소들을 두루 포용한다. 이제 전기성의 음악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보자. 디스코, 일렉트로닉, 알앤비, 발라드 같은 장르를 논할 필요는 없다. 그저 이들이 만들어내는 묘한 세기말의 정서를 느껴보고, 들썩들썩 몸을 움직이면 된다.

전기성 ‘사이코메트리-O’ MV

 

카딘(Cardean)

카딘 EP <불면> 커버

카딘(Cardean)의 음악은 거침없고 시원시원한 전개가 매력이다. 그 안에서 기타와 드럼, 베이스 그리고 보컬은 조금도 주저하거나 뒤로 물러나지 않고 각자의 소리를 충실히 뽑아낸다. 그럼에도 이들의 음악이 과하거나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잘 다듬어진 밴드 사운드와 그간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해오며 차곡차곡 내공을 쌓아온 멤버들의 역량이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각자 다른 밴드에 몸담고 있었지만 서로 음악적 교류가 많았던 이들은 더 새롭고 넓은 영역의 음악을 선보이기 위해 작년 7월 팀을 결성했다. 그 결과물로 작년 12월 데뷔앨범 <불면>을 발매하고, 한 달 뒤인 1월 30일 싱글 <오로라>를 내놓으며 활발한 활동을 펼쳐가는 중이다. 특정 장르로 구분되기보다는, ‘카딘’이라는 대체불가의 장르와 또렷한 음악적 세계를 계속해서 구축해 나갈 이들의 행보를 기쁜 마음으로 지켜볼 일이다.

카딘 ‘불면’ MV

 

히피는 집시였다

히피는 집시였다 정규 1집 <나무> 커버

지난 2016년 12월 첫 EP <섬>을 시작으로 지난해 정규 1집 <나무>를 발매한 듀오 ‘히피는 집시였다’. 기본적으로 R&B의 성격을 띤 이들의 음악은 낯설지 않은 느낌을 준다. 히피는 집시였다의 노래가 안기는 익숙한 감성은 매일 새로운 것이 등장하는 요즘 더욱 귀하게 다가온다. 멤버 제이플로우는 힙합플레이야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정말 오래 남는 노래를 하나라도 만들고 죽고 싶다고 말했다. <섬>부터 <나무>를 쭉 듣고 있자면 그 말은 결코 허투루 뱉은 것이 아님을 알 것이다. 이들의 노래에선 삶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 좋은 음악에 닿으려 차근차근 내딛는 걸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힙합 신에서 요요히 빛나는 이 듀오의 행보를 놓치지 말자.

히피는 집시였다 ‘한국화’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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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