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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베니스 영화제의 황금사자상과 올해 골든글로브 2관왕을 차지한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신작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2017, 이하 <셰이프 오브 워터>)는 아카데미상 13개 부문의 후보에 오른 올해 최고의 기대작이다. 작년 말 극장 상영이 시작된 후 인터넷에서는 표절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2015년 네덜란드 필름 아카데미의 후원으로 암스테르담 아트스쿨(Amsterdam School of the Arts)에서 제작한 단편영화 <The Space Between Us>와 기본 설정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미국의 소셜뉴스 사이트 Reddit의 유저 dannie_dorko가 다시 문제를 제기하였고, 상대가 아카데미 후보작이자 독창성으로 유명한 델 토로 감독이라 더욱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포스터

우리나라에서 2018년 2월 말 개봉한 <셰이프 오브 워터>를 보기 전, 논란이 된 네덜란드 단편 <The Space Between Us>를 먼저 감상해 보자. 핵전쟁 후 바다가 범람하고 공기가 부족해져 인간은 물속에서 살기 위해 아가미 개발에 몰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연구센터에 수륙 양생의 인어 ‘Adam’이 잡혀 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내용이다. 이 단편은 사이파이 필름 페스티벌(2015) 최고 단편상 등 다수의 상을 받은 화제작이었다.

단편 <The Space Between Us>
감독 Marc S. Nolkaemper

장편 <셰이프 오브 워터>와 단편 <The Space Between Us>은, 비밀 연구소의 수조에 갇힌 수륙 양생의 생물체가 나온다는 점, 연구소를 청소하는 여성과 사랑이 싹튼다는 설정에서 유사하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네덜란드 필름 아카데미가 진화에 나섰다. 두 영화를 비교하고 제작자와 델 토로 감독과 토론을 거쳐서, 기본 설정만 비슷할 뿐 타임라인이나 내용 전개가 다른 영화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단편을 제작한 아트스쿨 학생들과 델 토로 감독의 합동 토론이 매우 유익했으며 마지막으로 <셰이프 오브 워터>의 성공을 기원한다는 메시지도 함께 공개하였다.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예고편 

퓰리처상을 탄 극작가 폴 진델(Paul Zindel, 1936~2003)의 아들에 의해 <셰이프 오브 워터>가 폴 진델의 1969년 작품 <Let Me Hear You Whisper>를 표절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 작품은 연구소의 실험 대상인 돌고래와 청소부 사이에 정서적 교감이 싹터 돌고래가 해부되기 전 구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제작사 폭스는 이를 강력히 부인했고 델 토로 감독은 이 작품을 알지 못하며 본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폴 진델 원작 <Let Me Hear You Whisper> 중에서

네덜란드의 단편영화가 나오기 훨씬 전인 2011년부터 <셰이프 오브 워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델 토로 감독의 전작 <헬보이>(2004), <헬보이 2: 골든 아미>(2008)에서 수조에 갇힌 수륙 양생 생물체 에이브 사피엔(Abe Sapien) 설정을 사용한 적이 있어서 표절 논란은 곧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6살 때 흑백 영화 <Creature from the Black Lagoon>(1954)를 보면서 미지의 수중 생명체에 대한 환상을 키웠다고 하니, 그의 해양생물에 대한 덕심은 꽤 오랜 기간 숙성되어 왔을 것이다.

<Creature from the Black Lagoon> 예고편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와 네덜란드 단편과 얼마나 유사한지 확인해 보고, 2018년 4일에 진행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 영화가 얼마나 많은 오스카를 거둬들일지 예상해 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