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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판타지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2017, 이하 <셰이프 오브 워터>)는 베니스 영화제의 황금사자상과 골든글로브 2관왕, 그리고 오스카 3관왕을 차지하며 그해 최고의 영화로 남았다. 하지만 영화 상영이 시작되자 표절 논란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네덜란드 필름 아카데미의 후원으로 암스테르담 아트스쿨(Amsterdam School of the Arts)에서 제작되었던 단편영화 <The Space Between Us>(2015)와 기본 설정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소셜뉴스 사이트 Reddit의 유저 dannie_dorko가 문제를 제기하며 확산되었고, 독창성으로 유명한 델 토로 감독의 작품이라 더욱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포스터

<셰이프 오브 워터>의 표절 논란을 몰고온 네덜란드 단편 <The Space Between Us>는, 핵전쟁 후 바다가 범람하고 공기가 부족해지자 인간들이 물속에서 살기 위해 아가미 개발에 몰두하는 디스토피아 세상을 배경으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연구센터에 수륙 양생의 인어 ‘Adam’이 잡혀 오게 되며, 결국 인간의 도움으로 탈출하게 된다. 이 단편은 사이파이 필름 페스티벌(2015) 최고 단편상 등 다수의 상을 받은 화제작이었다.

단편 <The Space Between Us>
감독 Marc S. Nolkaemper

장편 <셰이프 오브 워터>와 단편 <The Space Between Us>은, 비밀 연구소의 수조에 갇힌 수륙 양생의 생물체가 나온다는 점, 연구소를 청소하는 여성과 사랑이 싹튼다는 설정에서 유사하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네덜란드 필름 아카데미가 진화에 나섰다. 두 영화를 비교하고 제작자와 델 토로 감독과 토론을 거쳐서, 기본 설정만 비슷할 뿐 타임라인이나 내용 전개가 다른 영화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단편을 제작한 아트스쿨 학생들과 델 토로 감독의 합동 토론이 매우 유익했으며 마지막으로 <셰이프 오브 워터>의 성공을 기원한다는 메시지도 함께 공개하였다.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예고편 

한편, 퓰리처상을 탄 극작가 폴 진델(Paul Zindel, 1936~2003)의 아들에 의해 <셰이프 오브 워터>가 아버지의 1969년 작품 <Let Me Hear You Whisper>를 표절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 작품은 연구소의 실험 대상인 돌고래와 청소부 사이에 정서적 교감이 싹터 돌고래가 해부되기 전 구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제작사 폭스는 이를 강력히 부인했고 델 토로 감독은 이 작품을 알지 못하며 본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 건은 법원에 제소되어 기각되면서 일단락되었다. 

폴 진델 원작 <Let Me Hear You Whisper> 중에서

네덜란드의 단편영화가 나오기 훨씬 전인 2011년부터 <셰이프 오브 워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델 토로 감독의 전작 <헬보이>(2004), <헬보이 2: 골든 아미>(2008)에서 수조에 갇힌 수륙 양생 생물체 에이브 사피엔(Abe Sapien) 설정을 사용한 적이 있어서 표절 논란은 가라앉았다. 델 토로 감독이 6살 때 흑백 영화 <Creature from the Black Lagoon>(1954)를 보면서 미지의 수중 생명체에 대한 환상을 키웠다고 하니, 그의 해양생물에 대한 덕심은 꽤 오랜 기간 숙성되어 왔을 것이다.

<Creature from the Black Lagoon>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