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사회자 스팅(Sting)은 관중에게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목에 갑자기 이상이 생겨 출연이 어렵다는 소식을 전하며, 그의 오랜 친구 아레사 프랭클린이 급하게 무대에 올라 파바로티의 시그너처 아리아 ‘네선 도르마(Nessun Dorma)’를 부르게 되었다고 소개하였다. 이틀 전 모금행사에서 이 노래를 부르게 된 그는 단 15분간의 준비를 마치고 수많은 그래미 관객 앞에서 여성 소울 가수가 남성 소프라노 가수를 대신하여 푸치니의 명곡을 부르는 이례적인 장면을 연출하였다. 노래가 끝난 후 관객들은 끝없는 기립박수를 보내며 이날의 하이라이트를 만끽하였다.

Aretha Franklin의 'Nessum Dorma' (ABC 뉴스 보도)

다음 날 언론은 이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고 아레사 프랭클린의 라이브는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장면으로 남았다. 오페라와 소울 가수는 호흡과 창법이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갑작스럽게 대타로 나선 소울의 여왕이 자신의 무수한 히트곡 대신 파바로티의 상징적인 아리아를 수많은 관객 앞에서 단 15분의 준비 후 도전했다는 점에 찬사가 쏟아졌다. 그만큼 노래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강한 아레사 프랭클린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20세기 최고의 가수라 칭송되는 아레사 프랭클린에 대해 알아보았다.

파바로티의 'Nessun Dorma'. 그는 이듬해인 1999년 그래미 시상식에 대신 참석했다.

 

가스펠, 소울, 대중음악을 아우른 최고의 가수

아버지가 유명한 목사였던 인연으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장례식에서 추모 영가를 부르며 미국민 앞에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던 그는 소울의 여왕, 더 나아가 20세기 최고의 가수로 자주 언급된다. 다섯 옥타브를 넘나드는 가창력, 정확한 발음과 뛰어난 곡 해석력, 작곡 능력과 피아노 연주력을 겸비하여 18회의 그래미를 수상하였고 7천 5백만 장의 음반을 판매하였다. 1987년에는 여성 최초로 록앤롤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었고,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브라운과 같은 명문대가 앞다투어 그에게 명예학위를 수여하였다.

마틴 루터 킹 장례식에서 영가를 부르는 아레사 프랭클린(1968)

 

소울의 여왕 그리고 여권신장의 기수

10세의 나이부터 인근 교회와 아버지의 순회강연에서 가스펠을 부르며 직업적인 가수가 되었다. 14세부터 레코드를 내기 시작하다가 스무 살이 되던 무렵 아틀란틱 레코드로 이적하면서 상업적인 성공의 길로 접어들었다. ‘I Never Loved a Man’, ‘Respect’ 같은 당시 여권신장 운동의 상징적인 노래를 연이어 발표하며 그의 음반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그의 대표곡 ‘Respect’에는 “집에 돌아오면 조금이라도 존경을 보여주고 밖에서 버는 돈은 나누자”라는 가사가 반복된다.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얘기이고 법적으로 보장되지만, 당시 미국 사회는 이마저 지켜지지 않던 시절이었던 것이다.

Aretha Franklin ‘Respect’(1967). 그래미 2관왕과 함께 최고의 R&B 곡으로 손꼽힌다
클리프 리처드쇼에서 ‘I Say a Little Prayer’를 부르는 아레사 프랭클린(1970)

 

다른 여성 가수들이 기피하는 가창력

워낙 뛰어난 가창력 때문에 다른 여성 가수들은 그와 한 무대에 서기를 기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음악 채널 VH1이 기획한 ‘VH1 Divas Live 1998’에서도 그가 출연한다는 소식에 다른 쟁쟁한 여성 가수들이 동반 출연을 기피하여 관계자들을 애먹인 사례는 유명하다. 그 또한 다른 여성가수와의 공연 때는 자신의 가창력을 과시하여, 동료 가수와의 사이가 좋지 않았고 지나치게 과욕을 부린다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최근에는 그의 오랜 친구 디온 워윅(Dionne Warwick)이 인터뷰에서 그가 고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의 대모라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되어, 두 사람 간에 설전이 벌어지며 지금껏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VH1 Divas Live 1998’의 합동공연 장면. 셀린 디온, 머라이어 캐리, 캐롤 킹, 글로리아 에스테판, 샤니아 트웨인이 아레사 프랭클린과 함께 했다. 당시 음악적 전성기를 누렸던 많은 여성 가수들이 빠진 모습이다.

 

미국을 상징하고 대표하는 가수

미국 곳곳에는 그녀의 발자취가 있다. 할리우드의 ‘명예의 거리(Walk of Fame)’나, 미국 굴지의 ‘명예의 전당’에서 그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디트로이트에는 ‘Aretha Franklin Way’라고 명명한 도로가 있고, 대통령 취임식이나 중요한 국가적인 행사에 자주 초청되는 국민 가수로 대접받는다. 한때 과음, 흡연, 체중과의 전쟁으로 많은 행사에 나서지 못했던 것을 의식한 듯,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5년 케네디 센터 공연에서 “그녀가 노래를 부를 때는 미국 역사가 부흥했다”면서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롤링스톤>지는 ‘Greatest Singers of All Time 100’ 순위에서 그를 1위로 랭크하였다.

당시 오바바 대통령을 감동시킨 ‘Kennedy Center Honors’ 공연(2015)

그의 일대기를 조명한 전기 영화가 곧 제작된다. 그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연기할 배우를 직접 낙점하였는데, <드림걸즈>와 <섹스 앤 더 시티>에 출연한 배우 겸 R&B 가수 제니퍼 허드슨(Jennifer Hudson)으로 최종 결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