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 스틸컷

1970년대 디스코의 선풍을 몰고 온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Saturday Night Fever)>에는 비지스(Bee Gees)의 음악과 존 트라볼타(John Travolta)의 댄스가 있었다. 뉴저지에서 연기자 어머니 밑에서 자라 형제자매 모두 연예계 생활에 뛰어 들었다. 고등학교 중퇴 후 연기자가 되기 위해 뉴욕 브로드웨이를 기웃거렸고 곧바로 캘리포니아로 건너가 할리우드 입성을 타진했다. 단역을 전전하던 그가 소위 뜨게 된 계기는 영화 <캐리>(1976)의 흥행 덕분이었다. 주인공 ‘캐리’를 괴롭히다가 죽음을 맞는 불량 남학생으로 출연하며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듬해 자신의 연기, 노래, 댄스 실력을 모두 살린 뮤지컬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1977)와 <그리스>(1978)가 연이어 기록적인 흥행을 기록하며 일약 톱스타로 부상했다.

<토요일 밤의 열기> 예고편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는 제작비 3백 5십만 달러의 67배에 이르는 2억 3천만 달러를 극장에서 벌어들였다. 뒤늦게 영화에 참여한 비지스(Bee Gees)의 음악적 변신과 주연 존 트라볼타의 생생한 연기 또한 화제였다. 원래 포크와 팝 뮤직을 했던 비지스는 영화에 수록한 ‘Staying Alive’ 등 디스코 곡을 선보이며 연속적으로 빌보드 1위에 오르며 최고의 디스코 그룹으로 변신하였고, 존 트라볼타는 이듬해 인기가수 올리비아 뉴톤존(Olivia Newton John)과 함께 출연한 뮤지컬 영화 <그리스(Grease)>를 통해 6백만 달러의 제작비로 4억 달러에 육박하는 극장 수입을 올리며, 최고의 흥행 스타로 부상했다.

영화 <그리스>의 삽입곡 ‘You Are the One that I Want’

하지만 그의 행운은 오래 가지 않았다. 1980년대 들어 출연한 영화 <도시의 카우보이>(1980), <환상의 듀엣>(1983)이 연이어 흥행 참패의 고배를 마셨고, 그가 출연을 거절했던 <아메리칸 플레이보이>(1980)와 <사관과 신사>(1983)는 아이러니하게도 흥행에 성공하며 리처드 기어(Richard Gere)라는 새로운 스타를 낳았다. 연예계에서 급격하게 쇠락한 그를 다시 되살린 건 역시 댄스 장면과 악역으로의 변신이었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걸작 <펄프 픽션>(1994)에서 보스의 연인으로 나온 우마 서먼(Uma Thurman)과 함께 연기한 댄스 신은 세계적인 패러디 열풍을 일으키며 다시 할리우드의 특급 배우로 부상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펄프 픽션>의 유명한 트위스트 댄스 장면

그는 전문 댄서가 아니지만 댄스와 떼어 놓고는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댄스배우의 이미지가 강하다. 댄스와 관련된 또 하나의 유명한 일화는 이제는 고인이 된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미국을 방문했던 1985년에 있었다. 찰스 황태자와 함께 백악관에 머물던 다이애나비는 갈라 파티에 초청된 존 트라볼타와 함께 춤을 추었는데 그 사진이 세계 매체에 대서특필되었다. 당시 다이애나비가 처음으로 입었던 검은 드레스는 ‘Travolta Dress’로 불리며 유명세를 톡톡히 탔으며, 그의 사후 자선 경매에 넘겨져 1억 5천만 원에 매각되었다.

‘Travolta Dress’를 입고 존 트라볼타와 함께 춤을 추는 다이내나 황태자비

<펄프 픽션>(1994), <페이스 오프>(1997)의 성공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그는 다시 할리우드 톱배우로 복귀했다. 매년 필모그래피를 쌓은 그는 이제 재산이 2천억 원에 육박하는 자산가가 되었다. 비행기 ‘덕후’인 그는 보잉 707을 포함하여 다섯 대의 비행기를 플로리다 올란드 인근에 있는 자택에 보유하고 있으며, 특이하게도 세 개의 사설 활주로와 직접 연결되어 직접 비행기 운전을 즐기고 있다.

플로리다 올란도 인근에 소재한 존 트라볼타의 저택

그에 대한 사생활 논란도 끊이질 않는다. 젊은 시절 할리우드에 진출하면서 사이비 종교의 하나로 비난의 대상이 된 사이언톨러지(Scientology)로 개종한 바 있으며, 동성애자라는 소문과 함께 남성들의 성추행 소송이 연이어 제기되었으나 모두 법적으로 대처하며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2009년에는 자폐증을 앓던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는 슬픔을 겪으며 비슷한 처지의 아동을 돕기 위한 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2016년에는 오랜만에 TV 드라마로 돌아와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의 에피소드 ‘The People v. O. J. Simpson’에 출연하였고, 이제는 제작자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The People v. O. J. Simpson’ 예고편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