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 집 한 채. 밤이 깊었다. 고양이는 곯아떨어진 지 오래. 소년은 따끈한 차 한 잔 마시고 잘 준비를 한다. 이불로 쏙 파고들었는데 웬걸, 정신이 말똥말똥하다. 요리조리 자세를 바꿔보고, 이불을 걷어찼다가 다시 덮어도 보지만 여전히 잠은 오질 않는다. 소년은 길고 고요한 밤을 어떻게 지새우게 될까?

까무룩 잠든 소년의 꿈에 달이 나타나 함께 놀자 하고, 소년은 밥을 야무지게 챙겨 먹은 후 밤하늘을 누빈다. 비현실적인 세계가 단순한 프레임 안에 꿈결처럼 펼쳐진다. 이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색은 분홍과 흑백뿐. 단순한 색상과 오래된 비트맵 이미지 같은 화면이 더욱 정겹다. 영상의 러닝타임은 2분이 조금 넘는다. 짧은 시간이지만 영상을 보는 동안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영상을 만든 Islena Neira는 스페인의 일러스트레이터로, 비디오를 만들 뿐 아니라 비주얼 아티스트, 일러스트레이션 북 작가로도 활약 중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가에게 음악적 재능까지 엿보인다는 사실. 그는 위 영상에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피아노 연주곡을 직접 작곡하고 연주했다.
자극적이지 않아 심심한 듯 따뜻한 작가의 감성은 비메오와 텀블러에서 더 만날 수 있다.

 

Islena Neira 비메오
Islena Neira 텀블러 

 

Editor

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