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loon dog>


미국의 예술가 제프 쿤스를 지칭할 때 보통 ‘키치의 제왕’이라 부른다. 여기서 키치라는 말은 독일어로 ‘싸게 만들다(verkichen)’에서 나온 것으로 현재는 싸구려 물건을 뜻하는 말로 많이 쓰인다. 하지만 그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 중 한 명이 되었으니 키치와는 사뭇 거리가 있는 셈이다. 그를 표현하는 말에는 키치 외에도 저속함, 진부함, 포르노 등이 따라다닌다. 보통 예술가라면 별로 달가워하지 않을 이런 수식을 그는 잘 팔리는 예술로 승화시켜 엄청난 부를 누리고 있다.

 

진부한 시리즈

<Michael Jackson and Bubbles>(1988)


제프 쿤스는 1988년 ‘진부’ 라는 시리즈에서 마이클 잭슨과 그의 애완 원숭이 버블을 조각한 작품을 만들었다. 이 작품은 도자기로 만들었는데 잭슨의 두터운 화장이 잘 드러나 있으며 대중스타의 공허함과 연약함을 잘 드러냈다는 평을 받는다. 이 작품은 3개 만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3년 후 뉴욕 소더비에서 5백6십만 불에 팔린다.

 

포르노를 예술에 접목하다

<Jeff and Ilona (Made in Heaven)>(1990)


포르노 스타이면서 전직 국회의원이기도 한 치치올리나와 결혼한 제프 쿤스는 자신들의 성행위를 묘사한 조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포르노와 예술을 접목한 작가는 전에도 있었지만 제프 쿤스 급의 작가가 자신을 대상으로 작품을 만든 적은 없었기에 대중적으로 큰 논란이 된다. 그는 이 일로 미술계에서 한동안 왕따 신세를 면치 못했다.

 

퍼피 시리즈

<Puppy>(1992)


제프 쿤스 작품의 저속함에 미술계는 고개를 돌렸으며 2002년 독일 카셀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 전시회 ‘도큐멘타11’에는 초청조차 받지 못한다. 그러나 참석한 화상(畫商) 중 한 사람으로부터 카셀 외곽에 작품을 설치해 줄 것을 요구받은 그는 꽃으로 뒤덮인 거대한 강아지 작품을 만들게 된다. 그 후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대표 작품으로 이 작품을 선정, 구입하면서 그는 재기에 성공한다.
제프 쿤스 성공의 비결은 대중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혼자만의 예술이 아닌 대중문화와 함께 간다는 데 있다. 그의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직접 만든 것이 없다는 것. 그의 거대한 조각품은 공장이나 조수들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이로 인해 그는 진정한 예술가가 아니라며 폄하하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신세계와의 협업

신세계 백화점과 협업한 아트 마케팅
<Sacred Heart>


2011년 신세계 백화점은 본관 6층 트리니티 가든에 제프 쿤스의 <Sacred Heart>를 설치하였는데 이는 영구히 전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신세계는 그의 작품 이미지를 활용한 아트 마케팅도 전개하여 인기를 끌었다.

<Smooth Egg with Bow>


그로부터 더 전인 2009년에 삼성 리움미술관 관장인 홍라희 여사가 위 작품 <리본 묶은 매끄러운 달걀>을 구입했다. 이로 인해 2011년 신세계의 <Sacred Heart> 구매가 일종의 경쟁심에서 나온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루이비통과의 협업


제프 쿤스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티치아노, 루벤스, 반 고흐 등 서양미술사를 대표하는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받아 루이비통과 협업하여 한정판 가방 라인을 만들었다. 가방을 보면 가운데 거장 이름이 적혀 있고 오른쪽 하단에 제프 쿤스의 이니셜이 박혀 있다.

 

현존 최고의 작가

<Tulips>


제프 쿤스는 계속해서 옥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2012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옥션에서 <Tulips>(1995~2004)가 3368만 달러에 낙찰되면서 당시 생존 작가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2013년 11월 크리스티 옥션에서 <Balloon Dog Orange>가 다시 기록을 세워 생존 미술가 경매 사상 최고가인 약 5800만 달러에 판매됐다. 2015년 열린 제프 쿤스의 회고전은 휘트니 미술관 83년 역사상 최다 관람객인 26만 명이 관람하여 또 다른 역사를 썼다. 파리 퐁피두 미술관에서는 65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해 생존 작가의 전시 가운데는 가장 많은 방문자 수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다재다능했던 제프 쿤스는 뮤지션 레이디 가가와 앨범 작업에서 협업하기도 했는데, 그와 관련한 인터뷰로 이 글을 맺는다.

Lady GaGa, Jeff Koons Interview

 

메인 이미지 출처 ‘Vanity F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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