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만 들어오던 폭탄 테러로 한 나라의 연방 정부 인력을 모조리 잃게 된다면? 국가가 휘청이는 이때 지정 생존자가 되어 불안한 정세를 책임져야 할 대통령이 바로 내가 된다면? ABC 방영 정치 드라마 <지정생존자>(Designated Survivor)를 보기 시작하면, 평범한 가정과 사회의 책임을 넘어, 가치관과 삶의 목적을 깊이 사색하게 된다.

워싱턴 DC의 폭탄 테러 사건으로 인해 학자 출신의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톰 커크먼’은 하룻밤 사이에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 우리에게는 FOX 채널에서 방영한 미드 <24>의 주인공 ‘잭 바우어’로 익숙한 배우 키퍼 서덜랜드(Kiefer Sutherland)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성장해가는 주인공 역을 맡았다. 가정적이고 윤리적인 캐릭터로,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영 어색해 보이던 극의 초반과는 달리 회가 거듭할수록 그가 지닌 이상적인 인간상이 빛을 발한다.

<지정생존자> 키퍼 서덜랜드가 전하는 지난 줄거리

드라마는 주인공 톰 커크먼이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었던 폭탄 테러 사건의 배후를 찾는 이야기와 그가 한 나라의 리더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지정생존자> 시즌 2 프로모션 영상

범인을 잡기 위해 혼란스러운 국정의 그림자 속에서 바삐 움직이는 FBI 요원 ‘한나 웰스’는 우리에게 미드 <니키타>로 잘 알려진 배우 매기 큐가 연기했다. 모두가 이슬람 단체 알카사르를 테러의 배우로 지목하고 있을 때 한나만이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폭탄 사건의 뒤를 캐기 시작한다.

<FBI 요원 한나는 답을 원한다>

이 정치 스릴러는 영화 <세이프 하우스>(2012)와 <스톨른>(2017)의 각본을 쓴 데이비드 구겐하임(David Guggenheim)의 작품으로, 주인공 키퍼 서덜랜드와 매기 큐, 칼 펜 등과 같은 배우와의 만남으로 화제가 되었다. 특히, 백악관 주요 연설 작가 ‘세스 라이트’를 연기한 칼 펜은 오바마 정부에서 일한 이색 경력을 가진 배우다. 칼 펜은 본인의 경험을 살려 <지정생존자>의 컨설턴트가 되어주었다고 한다.

버락 오바마와 일하던 시절의 칼 펜

데이비드 구겐하임 감독은 실제 정치계에서는 보기 드문 낙관적 상황들을 <지정생존자> 속에 담기 위해 노력했고, 그렇게 톰 커크먼의 모습이 완성되었다. 또한, 키퍼 서덜랜드의 제안으로 어떤 정당에도 치우치지 않은 무소속 대통령이라는 캐릭터가 우리에게 소개되었다.

톰 커크먼 역의 키퍼 서덜랜드

평소엔 한 가정의 가장이자 한 여자의 남편, 두 아이의 아버지로 살아가는 평범한 남자가 어떤 날에는 한 나라를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날카로운 리더의 모습으로 바뀐다. 푸근한 인상의 학자가 어느 날 안경을 벗고 적확한 눈빛을 쏘는 정치인이 되었지만, 그에게는 절대 변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사람됨이다. 한 나라의 국민이었던 지난날을 잊지 않고, 늘 사람의 마음을 우선시하는 지도자의 모습, 그런 모습을 닮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비단 필자뿐만이 아니었을 거라 믿어본다.

 

*넷플릭스에서 <지정생존자>라는 제목으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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