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의 ‘좋니’가 엄청난 사랑을 받은 이유는 모두가 잠시나마 품었을 감정을 그렸기 때문 아닐까. 윤종신, 김동률, 토이가 아니어도 인간의 민낯을 들여다보게 하는 노래는 무수하다. 그중 세 곡을 인디포스트의 시선으로 골라봤다.

 

바비빌 ‘다시는 이원열과 마시지 않겠어’(2005)

술 마시는 스타일에도 궁합이 있다. 궁합이 잘 맞는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술 궁합이 너무 잘 맞으면 다음 날 죽어난다. 숙취로 사경을 헤맬 때는 어젯밤 함께 달렸던 친구의 얼굴을 떠올리며 ‘너랑 다시 마시나 봐라’ 중얼거리지만 적적한 순간에 어김없이 떠오르는 건 결국 그 얼굴. 바비빌은 이 상황을 노래로 재미있게 그렸다. 만날 때마다 술만 마시는 사이, 남는 건 술배와 얇아진 지갑뿐이다. 둘은 그 틀을 좀 깨보자며 술집이 아닌 커피숍에서 만난다. 두 사람은 술을 안 마실 수 있을까?

바비빌 ‘다시는 이원열과 마시지 않겠어’

내겐 이원열이란 징한 친구가 있어
우린 만나면 항상 술을 마셨어
그게 10년이 됐어 이제 바꿔보자면서
처음으로 커피숍에서 만났어
다시는 이원열과 마시지 않겠어

(…)

세상엔 심심할 때 친구와 힘들 때 친구가 있지
힘들 때 친구는 심심할 때 도움이 안 되지
하지만 이원열은 언제나 한결같아

- ‘다시는 이원열과 마시지 않겠어’ 가사 가운데

바비빌은 줄리아하트의 정바비가 2005년 결성한 컨트리 밴드로, 사소한 일상을 가감없이 노래한다. 여기서 꼽은 ‘다시는 이원열과 마시지 않겠어’가 이 밴드의 가장 솔직한 곡은 아닌 것 같다. 다른 노래 제목을 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난 내가 네 애인인 줄 알았어’와 ‘평생 너만 사랑하고 싶어 (근데 잘 안 돼)’다, 어떤가.

 

 

스텔라장 ‘어제 차이고’(2014)

어제 차인 사람은 오늘 뭘 할까? 방안에 틀어박혀 추억을 곱씹을 수도 있겠다. 아니면 북적이는 도시의 밤으로 숨어들어 슬픔을 잊을 수도 있고. 스텔라장의 ‘어제 차이고’는 후자에 가까운 이야기다. 차이고 취하고 술기운에 처음 보는 사람들과 둘도 없는 친구처럼 논다. 그러나 화려한 밤은 잠시, 피곤에 절어 돌아온 집에서 홀로된 현실을 차갑게 마주한다. 이때 나오는 건 눈물일까, 욕일까.

스텔라장 ‘어제 차이고’

어제 차이고 술을 마시고
안 가던 클럽에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
또 사이좋은 척 놀며 돈 날리고 있는 힘 다 빠지고
집에 와서 쓰린 속을 달래며 네 연락 기다리고

(…)

혹시 이 노랠 듣고 있다면
딱 하나만 부탁하자면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기다리고 있는 거 알아도 아니면 몰라도
가깝거나 혹은 먼 미래에서라도 다신 연락하지 말아줘

- ‘어제 차이고’ 가사 가운데

바닥을 쳐야 다시 올라올 힘이 생긴다고 했던가? 이 노래 속 인물은 한껏 찌질댄다. 있는 힘껏, 후회가 남지 않을 만큼 솔직하게 모두 토해낸 후 다시 나아갈 의지를 다진다. 나는 나의 삶을 살아갈 거니까 다신 연락하지 말아 달라면서.
긱스(Geeks)의 노래 ‘It’s Raining’과 ‘잉여인간’을 작사, 작곡하며 뮤지션으로서의 면모를 인정받은 스텔라장은, 2014년 발표한 ‘어제 차이고’로 대중에게 기분 좋은 인상을 남겼다. 공감할 수 있는 가사, 발랄한 멜로디, 산뜻한 목소리로 내뱉는 노래와 랩, 이 노래 한 곡에 스텔라장의 무궁한 가능성이 다 들어 있다.

 

 

OLNL(오르내림) ‘OYEAH’(2017)

처음 클럽에 갔던 날을 기억하는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무조건 신나고 즐겁기만 한 건 아니었을지 모른다. 소문만 무성한(?) 그 공간에 대한 호기심, 어떤 옷을 입을지, 몸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슬그머니 걱정이 피어오른 사람도 있을 테다. OLNL(오르내림)은 그날의 감정을 떠올려 솔직한 심정이 묻어나는 노래를 만들었다.

OLNL ‘OYEAH’ MV

어떻게 움직여 클럽에선 그냥 나가면 안 돼 여기에서
미안해 괜히 분위기 깨서
솔직히 맨 처음 민증 검사 할 때 그때만 잠깐
Oyeah Oyeah Oyeah
그 뒤로 계속 말은 안 해도 계속 다운돼 있었어
너희가 데려왔으면 책임지고 teach me how to dance 해야지 너희가
왜 자꾸 눈치만 주고 자꾸 눈치 주게 해
발 조심하고 나와 나가자

챔스보다 재밌는 걸 알려준다 해서 나왔지 이 새벽에 but but but
후회만 가득해 네이버 스포츠 5분마다 새로고침 해

- ‘OYEAH’ 가사 가운데

노랫말을 그대로 담은 뮤직비디오가 미소를 띠게 한다. 2017년 4월 첫 EP <APOLLO>를 발매한 OLNL은 소마, 히피는 집시였다 등 여러 뮤지션의 앨범에 참여하며 입소문을 탄 신예다. OLNL의 스웨그는 맑고 솔직한 스타일에 있다. 힙합 신에서 보기 드문 개성을 지닌 그는 2018년 정규 앨범을 발매하고, <쇼미더머니>에도 출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찌질하다’는 말은 비표준어지만, 단어가 주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그대로 썼습니다.

 

Editor

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