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엑소(EXO)의 디오가 무대에서 내려와 배우 도경수로 혼자 연기를 할 때면 그 풋풋한 얼굴은 쌀쌀맞거나, 어둡고 무뚝뚝하며, 때로 소름이 돋을 만큼 섬뜩한 표정으로 바뀐다. 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낸 남자의 트라우마적 인물이자 소설가를 지망하는 고등학생(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2014))을 시작으로, 소중한 첫사랑을 만들어가는 소년(영화 <순정>(2015)),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범죄자(드라마 <너를 기억해>(2015)), 꿈을 이루고 싶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힌 20대 청년(영화 <7호실>(2017))까지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든 도경수의 필모그래피는 호기심 많은 소년이 배우로서 성장해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하다. 무대를 내려오면 한 명의 젊은 배우로 생동하는 도경수의 연기가 돋보인 영화들을 조명해본다.

 

1. <카트>의 ‘태영’

엑소의 디오를 배우 도경수로 처음 스크린에 소개한 작품은 <카트>. 대형 마트에서 ‘캐셔’라 불리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을 대량해고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부지영 감독의 영화다. 국내 최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다룬 극영화로 화제가 된 작품으로, 도경수는 파업하는 ‘엄마’(염정아)의 아들로 분했다. 무대 위 넘치는 끼로 무장한 순한 얼굴의 아이돌과는 사뭇 다른, 사춘기 소년의 쌀쌀맞은 얼굴을 하고 나타난 그에게 관객들은 기대와 신뢰를 보냈다. 특히 스크린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10대의 반항적 기질을 감정의 과잉 없이 묵묵하게 묘사해내며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스스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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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순정>의 ‘범실’

<순정>과 ‘범실’이라는 두 단어의 조합만 봐도 얼핏 그 분위기가 짐작 가듯, 1991년 전라도 고흥을 배경으로 다섯 친구의 우정과 사랑을 담은 이 영화에서 도경수는 좋아하는 여자 친구에게 모든 것을 다 내어주는 헌신적인 순정남을 연기했다. 아름다운 섬과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 속 ‘범실’(도경수)과 ‘수옥’(김소현)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는 순수했던 그 시절의 기억 속으로 관객들을 소환한다. 그 속에서 도경수는 숫기라고는 없는 바다 소년으로 분해 사근사근한 말보다는 뭉툭한 행동으로 자신의 진심을 꾸역꾸역 들이민다. 무엇보다 도경수가 지닌 특유의 맑고 깊은 눈빛은 첫사랑에 빠진 소년의 풋풋한 감정을 표현하기에 더없이 적합했다.

<순정>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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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형>의 ‘두영’

이후 노련한 연기 내공을 갖춘 배우 조정석과 투톱 주연을 맡은 영화 <형>에서도 도경수는 결코 밀리지 않는 단단한 에너지로 극의 흐름을 주무른다. 뻔뻔한 사기꾼 형 ‘두식’(조정석)이 집을 나간 지 15년 만에 동생 앞에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속에서, 도경수는 잘 나가는 유도선수였지만 국가대표 선발대회를 앞두고 불의의 사고로 인생이 꼬여버린 동생 '두영' 역을 맡아 그야말로 능수능란한 연기를 펼쳤다. 그는 유도선수 캐릭터를 입체감 있게 연기하기 위해 실제로 강도 높은 트레이닝에 임하고 4개월간 유도 기술을 훈련받으며 ‘두영’이 되기 위한 노력을 쌓아갔다. 그 결과 이 작품으로 지난해 제38회 청룡영화상에서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신인남우상을 안으며 배우로의 역량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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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7호실>의 ‘태정’

이후 그는 더욱 왕성한 작품활동으로 연기자 행보에 가속도를 붙였다. 얼마 전에는 블랙코미디 장르의 영화 <7호실>을 통해 신하균과 호흡을 맞추며, 스릴러와 코믹을 넘나드는 연기로 스펙트럼을 한층 확장했다. 꿈을 이루고 싶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힌 20대 청년 ‘태정’으로 분한 그는 실감 나는 연기를 위해 욕설을 하고, 담배를 피우며 몸에 문신을 하는 등 불량하고 어두운 모습을 드러내는 데에도 일절 주저하지 않았다. 아이돌과 연기를 병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도전적이고 열성적인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도경수는 같은 세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전하고, 출구 없는 청춘을 대변하며 보는 이의 공감마저 두루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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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믿고 보는 배우, 도경수

왼쪽부터 <신과 함께- 죄와 벌>(2017), <스윙키즈>(2018) 스틸컷

2018년 초 흥행에 성공한 <신과 함께- 죄와 벌>에서도 도경수는 극의 한 축을 담당하며, 많지 않은 분량에도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오는 12월에도 <스윙키즈>의 주연을 맡아 새로운 얼굴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전쟁 당시 포로수용소에서 우연히 탭댄스에 빠져든 북한군이 그 역할이다. 최근 그가 짧은 머리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쯤 되면 배우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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