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자기를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가 ‘무슨 음악을 듣는지’라는 걸 아는 당신이라면, 음악과 영상으로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는 힙합 듀오 ‘오프온오프(offonoff)’를 주목하길 바란다. YG 산하의 힙합 레이블 하이그라운드(HIGHGRND) 소속이자, 딘(Dean), 크러쉬(Crush)를 비롯한 신진 아티스트들로 이뤄진 크루 '클럽 에스키모'(@CLUB ESKIMO)의 일원인 오프온오프는 독특하고 세련된 감각으로 리스너들을 사로잡고 있다.

 

Debut Album <mood.> (2015.08)

오프온오프는 싱어송라이터를 담당하는 ‘콜드(Colde)’와 프로듀서를 담당하는 ‘영채널(0channel)’로 이뤄진 94년생 동갑내기 듀오다. 두 사람은 듀오 DJ로도 활동하다 지난해 8월,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 첫 데뷔 음반 <mood.>를 발표했다. 

OFFONOFF <mood>

디지털 음원으로 발표한 <mood.>에는 6곡이 수록되어 있다. 총 23분짜리 트랙은 R&B와 힙합, 일렉트로닉 장르를 섞어 놓은 듯하다. Chill*하고 감미로운 보컬은 부드러운 신시사이저와 어울려 나른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디자인을 전공한 두 사람이 비주얼 디렉팅한 영상들도 이들의 무드를 훌륭히 표현해낸다. 4번 트랙 ‘메모(interlude)’를 제외한 나머지 곡은 영화, 애니메이션 같은 기존 영상을 샘플링하여 뮤직비디오로 만들었다. 

*Chill(Chill-Out Music)은 일렉트로닉 음악의 하위장르로, 몽환적이고 환각적인 분위기에 느릿느릿한 리듬을 특징으로 한다. 신시사이저와 단순한 보컬 음을 쓰는 음악인 ‘chillwave’, 차분한 느낌의 느린 전자 음악을 일컫는 ‘Chillout’과도 이어진다.
OFFONOFF 'Dreamgirl'

각기 다른 음악이 뒤섞인 듯한 곡 ‘Dreamgirl’의 MV는 기존 만화영화 장면들을 음악에 맞게 짜깁기 해 이질적이면서도 몽환적인 곡의 느낌을 잘 대변했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2001)를 재편집한 ‘midnight', 우디 앨런의 흑백영화 <Manhattan>(1979)을 활용한 ‘mind', 1980년대 MTV를 보는 듯한 ‘Pink Ocean' 같은 뮤직비디오들은 아날로그, 레트로, 빈티지에 대한 향수를 물씬 불러일으킨다. 반면 이들의 가사는 현대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직관적인 표현으로 가득하다. ‘I wanna be your boy’ (‘Pink Ocean’), 첫 소절부터 언급하는 ‘blue Nike sandal’이나 ‘pink Polo shirts’(‘Cloud’) 같은 가사는, 본인의 확고한 취향과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지금의 젊은이 자체다.

 

1st single <bath>(2016.09.21)

오프온오프의 메이저 데뷔 싱글 앨범 <bath>는 여러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주제 속 다양한 창작물을 만들어냈다. 수록곡 ‘bath’는 서로 볼 수 없는 남녀의 그리움과 슬픔을 표현한 곡으로, 묵직한 피아노 선율과 신시사이저, 독특한 음색의 보컬이 조화를 이루며 습기 어린 몽환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1분 30초 가량의 짧은 아트 필름은 욕조에 차오르는 물과 톤 다운된 블루로 우울과 아련함을 맘껏 표현하고 있다. 더불어 오은 시인이 ‘bath’를 들으며 한 페이지 분량의 시를 썼고, 이를 영어로 번역해 영상자막으로 다시 썼다.

OFFONOFF 'Bath'

 ☞ offonoff ‘bath’ Full Version [바로가기

밤이다.
밤인데도 깨어 있다. 낮보다도 생생하다. 내가 있는 곳은 아침일 것이다.
나는 이불을 덮는다. 너는 이불을 개고 있을지도 모른다.
눈을 감는다. 꿈속에서 너와 바닷가에 갔으면 좋겠다.
매미가 울어도 단풍이 들어도 구름이 흩어져도 우리는 행복할 것이다.
눈을 떴다 다시 감는다. 눈을 감아도 선명하다. 눈을 감으니 점점 선명해진다.
그때 너를 더 따뜻하게 안아줬어야 했다. 너와 보낸 시간들을 더 아꼈어야 했다.
너를 더 많이 봐뒀어야 했다. 우리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더 많이 했어야 했다.

-‘bath’ 프로젝트를 위해 시인 오은이 쓴 시 가운데 

 

2nd single <photograph>(2016.11.09)

이들은 올해 11월, 첫 번째 EP 발매에 앞서 싱글 앨범 <photograph>를 발표했다. 내년 초에 발표할 EP 수록곡 가운데 멤버들이 간직하고 싶은 순간이 담긴 2곡을 선공개한 앨범이다. 타이틀곡 ‘Photograph’는 심플한 사운드에서 시작해 후렴구에서는 감정이 폭발하는 듯한 풍성한 멜로디를 들려준다. 또한 이국적인 풍경이 담긴 뮤직비디오는 귀로만 들었을 때보다 더욱 큰 황홀감을 선사한다.

close your eyes
take my time
let's remember this moment
slow it down
before dawn
everything is everywhere.

-‘Photograph’ 가사 중
OFFONOFF 'Photograph'

갈수록 뜨거워지는 오프온오프의 인기를 증명하는 일화 하나. 애초 디지털 싱글로 발표한 음원은 팬들의 요구에 힘입어 100장 한정 CD로 제작되었다. 김밥레코즈에서 단독으로 판매한 앨범은 1인당 1장만 살 수 있었음에도 채 5분이 안 되어 동이 났다.

두 사람은 그간 영상이나 사진을 통해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들을 보려면 두 사람이 듀오 DJ로 활동하는 클럽이나 게스트로 참여하는 공연장에 가야 했다. 매력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이들의 정체가 궁금한 건 당연한 이치. 이들의 얼굴을 쉽게 볼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분명한 건 앞으로 오프온오프의 행보를 주목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아날로그하고 키치한 분위기, 그 속에 깃든 독특한 감성의 사운드는 사람들을 끌어당기기 충분하다. 내년 초 나올 첫 번째 EP에선 또 어떤 매력을 보여줄지, 장르에 구분되지 않는 음악을 선보이는 이들의 가까운 미래를 기대해보자.

홈페이지 http://offonoff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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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본문 이미지 = 오프온오프 ⓒHIGHGR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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