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적인 온라인 스트리밍 기업 훌루(Hulu)가 제작하는 10부작 디지털 애니메이션 시리즈 <댐 키퍼>의 총 감독으로 애니메이터 에릭 오(Erick Oh)가 발탁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댐 키퍼>는 애초 에릭 오가 최근 합류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톤코 하우스에서 수퍼바이저 자격으로 참여했던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제87회 아카데미시상식 단편애니메이션작품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에릭 오는 픽사(Pixar Animation Studios) 소속의 젊은 한국인 애니메이터로 유명세를 얻었다. 2010년 픽사에 입사한 그는 <브레이브>(2012), <몬스터 유니버시티>(2013), <인사이드 아웃>(2015), <도리를 찾아서>(2016) 같은 유명한 작품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에릭 오의 존재감이 더욱 드러나는 건 독립적으로 작업한 작품들이다. 그는 픽사 입사 전부터 틈틈이 작업해온 독립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다수의 상을 거머쥐었고, 지금도 그 행보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작품들은 그가 훌륭한 애니메이터로 성장하기까지의 밑거름이자, 예술가라는 근본적 정체성을 표출하고자 하는 창작 세계이기도 하다. 아래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면 예술가 에릭 오의 세계를 오롯이 체험할 수 있다. 다만, 픽사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는 귀엽고 유쾌한 동심의 세계를 상상한다면 몹시 충격적일 수도 있다.

 

<하트>

Heartㅣ2010ㅣ8minㅣDirected by Erick Oh
단편 애니메이션 <Heart>

기존 픽사 애니메이션과 비슷한 점을 굳이 찾는다면, <도리를 찾아서>에서 에릭 오가 담당했던 문어 캐릭터 ‘행크’가 꼬물거릴 때 느낄 수 있는 움직임의 부드러움 정도랄까. 픽사의 것과 비교해 매우 단순한 모노톤의 캐릭터, 대사 한마디 없이 이어지는 내러티브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메시지는 더욱 오묘하고 묵직하다. 인간사회의 어두운 면인 탐욕으로 인한 경쟁을 상징과 은유로 표현함으로써 막상 지켜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그의 세계 속 캐릭터들이 점점 괴기스럽게 변해가면서 그러한 메시지는 더욱 극대화된다. 

 

<사과 먹는 법>

How to eat your Appleㅣ2010ㅣ1min 30secㅣDirected by Erick Oh
단편 애니메이션 <사과 먹는 법>

“당신은 사과를 어떻게 먹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은 매우 강렬하다. 1분 30초짜리 짧은 필름임에도 장면들은 무척 다양하고 다채롭게 바뀐다. 에릭 오의 다른 독립적 작품들이 그렇듯, 단순히 사과를 먹는 방법이라기보다 생에 대한 철학적인 함의를 품은 작품이다. 에릭 오 특유의 초현실적인 상상력을 맘껏 경험할 수 있다.

2015년 10월 픽사를 떠나 이제는 톤코하우스 소속으로 <댐 키퍼> 시리즈를 만들게 된 에릭 오. 한편 그는 최근 뮤지션 이센스, 글렌체크 등이 소속된 아티스트 그룹 ‘비스츠앤네이티브스(BANA)’에 합류하여 작업한 단편 애니메이션 <O>로 세계 4대 애니메이션영화제 중 하나인 오타와애니메이션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면서 또 한번 주목받았다. 영향력과 재능을 동시에 지닌 예술가로서, 그가 혼자 은밀하게 작업했을 독립 작품들은 많은 애니메이터와 지망생들에게 위대한 귀감이 되기 충분하다. 에릭 오의 홈페이지에서 독립 단편 애니메이션들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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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이미지=<하트> 스틸컷)
(영상 출처=에릭 오 홈페이지, 비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