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은 정직한 예술. 오로지 몸의 움직임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댄서 두 사람을 소개한다. 한국과 인연이 깊은 이 댄서들은, 우리가 모두 아는 ‘그 무대’를 만들었다.

 

코하루 스가와라

코하루 스가와라(Koharu Sugawara, 菅原小春)는 일본에서 손에 꼽히는 댄서다. 그의 춤은 어떤 장르로 묶기 어렵다. 얼반, 힙합을 넘나드는 움직임은 ‘코하루 스타일’이라 명명될 만큼 개성 넘친다. 고교 시절, 그는 일본에 머무르지 말고 눈을 넓히라는 아버지의 조언을 듣고 로스앤젤레스로 떠난다. 영어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그가 자신을 표현할 방법은 오직 춤. 세계 각국을 돌며 여러 스타일을 익힌 코하루 스가와라는 탄탄한 기본기 위에 자신만의 독창성을 덧입히는 데 성공한다. 코하루 스가와라가 품은 철학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영혼이 담긴 춤을 추고 싶다’는 것. 그의 춤엔 근육을 이완했다가 순식간에 수축하는 등 강한 동작이 많은데, 모든 움직임이 자로 잰 듯 정교해 유연한 느낌을 준다.

Destiny's Child ‘Say My Name’
Robin Thicke ‘Cocaine’ ft Yuki, 흑발이 코하루 스가와라

 

코하루 스가와라 x 태민

코하루 스가와라는 리한나, 아무로 나미에 등 여러 뮤지션과 합을 맞췄다. 그러나 한국에서 그를 제대로 주목하기 시작한 건 태민과 함께하면서부터다. 샤이니의 태민은 2016년 일본에서 첫 솔로 앨범을 발매했다. 코하루 스가와라는 타이틀곡 ‘さよならひとり(사요나라 히토리)’의 안무를 맡았다. 동양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노래에 코하루 스가와라의 절도 넘치는 안무가 신기하게 잘 어울린다.

태민과 코하루 스가와라가 함께한 ‘さよならひとり’ 안무 연습 영상


태민은 2017년 10월 발표한 ‘MOVE’를 통해 아티스트로 확실히 거듭났다. 나른한 멜로디와 의상 콘셉트도 훌륭했지만 안무가 엄청난 역할을 했다는 건 절대 부정할 수 없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스타일의 안무는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한없이 연약하게 흔들리던 신체가 돌변하며 강렬해지는데, 이러한 거친 변화에도 불구하고 모든 동작은 우아하기만 하다. 코하루 스가와라는 이 안무에 자신의 장기를 아쉬울 것 하나 없이 발휘했다. 코하루 스가와라의 춤은 사람의 몸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었는지를 알게 한다.

태민과 코하루 스가와라의 듀오 버전 'MOVE' MV

 

코하루 스가와라 홈페이지
코하루 스가와라 인스타그램 

 

 

패리스 고블

폴리스웩(Poly Swag)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았나? 폴리스웩은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시작된 힙합 스타일로, 날것에서 느껴지는 강인함, 자신감, 거칠지만 당당한 태도를 표방한다. 폴리스웩이라는 개념을 만든 사람이 패리스 고블(Parris Goebel)이며, 그가 이끄는 크루 리퀘스트(ReQuest)와 로얄패밀리(The Royal Family)는 그 개념을 제대로 보여준다. 힙합이 주류가 된 만큼 패리스 고블의 춤이 완전히 새롭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그는 저스틴 비버, 니키 미나즈, 자넷 잭슨 등 최정상에 오른 팝스타들의 애정을 한몸에 받는다. 수많은 힙합 댄서 중에 패리스 고블이 유독 돋보이는 이유는 명백하다. 그는 ‘힙합과 댄스 신에서 활동하는 여성’으로서 깊게 고민하고, 고정관념이나 기존 인식에 함몰되지 않았다. 패리스 고블은 제 성취와 재능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다. 그래서 춤추는 그의 모습은 누구보다 당당하며 전사(戰士)와 같은 독보적인 힘을 느끼게 한다.

Justin Bieber ‘Sorry’
패리스 고블과 리퀘스트, 로얄패밀리 크루가 함께했다, 검은 트레이닝 재킷과 미니 스커트를 입은 사람이 패리스 고블이다
‘World of Dance Los Angeles 2015’ Royal Family(WS & CU cut) 영상
패리스 고블은 흰 캡모자를 쓰고 아래 위로 검은 옷을 입었다

 

패리스 고블 x YG

당신은 이미 패리스 고블의 춤을 따라 춘 적이 있을지 모른다. 빅뱅의 노래 ‘뱅뱅뱅’ 안무를 패리스 고블이 만들었다. 패리스 고블과 KPOP의 인연은 꽤 깊다. 특히 YG 엔터테인먼트 소속 뮤지션과 여러 번 호흡을 맞추어 좋은 평을 받았다. 2014년 발매된 GD X 태양의 노래 ‘GOOD BOY’의 안무 역시 패리스 고블의 작품. 분명 힙합에서 자주 보던 동작들인데도, 디테일에 섬세하게 변화를 준 덕에 고급스러운 춤이 완성되었다.

GD X TAEYANG 'GOOD BOY' 댄스 연습 영상
태양 ‘RINGA LINGA’ 댄스 퍼포먼스 비디오, 패리스 고블이 안무를 만들었다


CL의 솔로곡 ‘Hello Bitches’의 안무에선 패리스 고블의 폴리스웩을 정확히 느낄 수 있다. 이 뮤직비디오엔 패리스 고블과 크루 리퀘스트의 댄서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몸놀림은 정제하지 않은 듯 야성적이다. 맹수의 움직임이 이러할까? 거칠게 몸을 튕기는 동작에 걸맞은 개성 넘치는 표정까지, 패리스 고블의 춤을 한 번 보면 왜 절대 잊을 수 없는지 바로 알 수 있을 거다.

CL과 패리스 고블, 크루 리퀘스트가 출연한 'Hello Bitches' 댄스 퍼포먼스 비디오

 

패리스 고블 인스타그램 

 

메인 코하루 스가와라 이미지 by. Shimpei Tamamoto

 

Editor

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