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를 처음 방문하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들뜬 기분에 사로잡히기 마련이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공원인 듯한 풍경에 어디서나 사랑의 표현을 서슴지 않는 파리지앵의 모습은 전 세계적인 예술과 문화의 도시다운 낭만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홀로 파리를 여행하는 미국인 관광객(스티븐 부세미)도 가이드북과 ‘모나리자’ 포스트 카드가 가득 들어있는 쇼핑백을 들고 메트로 튈르리역에서 열차를 기다린다. 가이드북을 읽던 그는 ‘파리 지하철에서는 눈을 마주치지 말라’는 주의 사항을 읽는 순간, 건너편에 있던 여자와 눈이 마주치고 만다. 이를 알아챈 남자친구가 그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단편영화 <Tuileries>

2006년 20명의 영화감독이 각자 ‘영원한 빛의 도시’(Timeless City of Light)를 주제로 제작한 파리에 관한 20편의 단편 시리즈 <사랑해 파리(Paris, je t’aime)> 중 하나로, <바톤 핑크>(1992)와 <파고>(1996)로 네오 누아르를 선도했던 독립영화의 기수 코엔 형제의 작품이다. 조엘 코엔이 학생 때 만든 단편 <Soundings> 이후 두 번째로 선보인 작품이기도 하다. 그들의 걸작 <파고>에서 우스꽝스런 납치범을 연기한 스티븐 부세미의 관록이 묻어나는 연기도 볼 만한 포인트다.

좌측부터 조엘 코엔, 에단 코엔, 스티브 부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