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로 청소년기를 보낸 아들은 집을 나간 지 오래고, 딸은 문화 차이 및 세대 차이에서 오는 답답함에 어찌할 줄을 몰라 한다. 아빠는 때때로 “아이 씨!” 하며 거친 언어를 내뱉지만 돌아서는 순간 마음이 약해지고, 엄마는 아이들과 아빠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느라 분주하다.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한국 가족의 모습이 CBC 채널을 통해 캐나다 전역에서 방영되었다. 바로, <김씨네 편의점>(Kim’s Convenience)이다.

<김씨네 편의점>의 네 주인공 정, 엄마, 아빠, 재닛. 아들 정 역을 맡은 시무 류(Simu Liu)는 중국인, 딸 재닛 역을 맡은 안드레아 방(Andrea Bang)은 어릴 적 캐나다로 이민 간 1.5세대 한국인 배우다

토론토 다운타운의 리젠트 파크에 자리한 김씨네 편의점에는 가게를 운영하는 김씨 부부와 OCAD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는 딸 ‘재닛’, 그리고 16살에 집을 나갔지만, 간간이 아버지를 제외한 가족들과 연락을 하고 지내는 아들 ‘정’이 있다. <김씨네 편의점>은 김 씨네 가족, 특히 아빠와 아들에게서 시작된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간다. 한국인 이민자 가족이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김씨네 편의점>은 한 민족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가족과 사랑, 그리고 가치와 분투라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주제를 포괄한다.

<김씨네 편의점>은 무엇에 대한 이야기인가

다양한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캐나다의 대도시답게 토론토 김씨네 편의점에도 여러 인종의 고객들이 모인다. 대부분 가게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빠 미스터 김(Paul Sun-Hyung Lee)은 전형적인 한국 가장으로, 주변인들에 대한 편견과 비판을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의외의 유연함으로 고객들과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고, 딸 재닛과 다투다가도 금방 화해하곤 한다. 편안한 옆집 아저씨 같은 미스터 김의 모습은 한국인을 포함한 모든 관객을 웃음 짓게 한다.

<김씨네 편의점>의 아빠 소개 영상

<김씨네 편의점>은 앞서 2011년 연극으로 먼저 관객에 선보여졌다. 온타리오주 최대의 공연 페스티벌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여했다가 신인 작품상(Best New Play award)을 받은 연극을 각색해 TV 시리즈로 만든 것이다. 드라마와 달리, 연극에서는 원작자인 인스 최(Ins Choi)가 주인공 아들 정 역할을 맡았다.

연극 <김씨네 편의점> 소개 영상

원작자 인스 최가 <김씨네 편의점>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유쾌하고 인간적인 줄거리뿐만 아니라, 캐나다 내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많은 아시아계 아티스트들에게 큰 힘이자 발판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인스 최의 친구 부모님들이 편의점을 운영하고, 그들 중 대다수가 교회에 나가며, 부모와 아이들이 갈등을 빚어내는 매일의 삶은 ‘고정관념’이 아닌 ‘실제상황’이었다. 그가 써 내려간 한국 이민자 가정의 모습을 통해 오래전부터 캐나다에 터를 잡고 뿌리를 내려온 여러 이민자 가정의 다양성도 만날 수 있다.

<김씨네 편의점>은 얼핏 토론토 시내 거리 한편에 자리한 다채로운 배경의 사람들이 모이는 작은 지구와도 같지만, 딸 재닛이 교회에 나가 참한 한국인 남자친구를 사귀었으면 하는 엄마의 소원과, 아들 정의 삶을 누구보다 궁금해하는 아빠의 애타는 사랑도 함께 깃들어 있다. 불완전한 캐릭터들이 고민하고 성장하는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김씨네 편의점으로 가자.

 

+Tip. <김씨네 편의점>은 CBC 웹사이트나 유튜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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